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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청년] “끽해야 100년 사는 건데, 배려하면서 삽시다”

청년 공감 프로젝트 ‘날 선,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3) 알바생, 매니저이자 가수 박민선

2017.04.17(Mon) 08:05:54

[비즈한국] 제19대 대선이 벼락같이 시작됐다. 정치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선거 보도는 대선후보 위주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유권자는 보도의 주변으로 쫓겨나며,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청년, 특히 ​기성 매체와 기자의 범위 바깥에 있는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 ‘비즈한국’은 ‘미스핏츠’ ‘밀레니얼 오브 서울’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날이 선 채로, 날 것 그대로’ 풀어본다. 

 

사진=이수련


그녀는 스무 살 때부터 쉼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평일은 던킨도너츠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은 이비인후과에서 카운터를 볼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 그렇게 생계를 꾸렸다.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해, 음원까지 발매했다. 어엿한 싱글 2집 가수다.

 

그녀는 자립한 청년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콘서바토리에 갔지만, 누구보다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한국장학재단은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구원했다. 삶의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우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생각한 그녀 박민선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 왜 이렇게 지각을 하냐. 약속 시각 2시간 늦게 오는 인터뷰이는 네가 처음이다.

“아, 미안. 오늘 아르바이트 안 하는 날이라서 자다 보니까 늦게 일어나고, 늦게 움직여서 그랬어. 미안.”

 

―어휴. 요즘 더 바쁜 거 같은데, 뭔 일 있었어?

“아르바이트 안 하는 날에는 잠만 자. 거의 요즘은 잠을 몰아서 자거든. 특히 최근에는 내가 내려고 하는 디지털 싱글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작업실 가서 일했어. 오늘도 인터뷰 끝나면 음원 발매 날짜 잡으려고 발매사랑 통화해야 돼. 평일엔 아르바이트가 전부고, 쉬는 날에는 몰아서 자고 그렇지.”

 

# 개복치 아르바이트생, 매니저 되다

 

―노력왕이네. 아, 너 아르바이트 왕이잖아. 아르바이트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뭐 했어?

“고등학교 때는 그냥 짧게 짧게 했어. 하루 해서 하루 버는 그런 호텔 홀 서빙, 예식장 서빙 아르바이트 했어. 서빙하고 치우는 그런 아르바이트 위주로 했지. 스무 살 되고 나선 쉬운 것부터 했어. 편의점에서부터 레스토랑 그리고 카페랑 식당 아르바이트도 했었지. 이비인후과에서 카운터도 봤어. 페이가 가장 셌어. 아 그때 진짜 1주일 내내 일할 때였어. 평일에는 던킨도너츠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주말에는 병원에서 카운터보고 그렇게 3개월 일했지. 결국, 체력 달려서 GG치고 그만뒀어.”

 

―그럼 했던 것 중에 가장 힘들었던 아르바이트는 뭐였어?

“가장 힘든 거는 호텔 주방이었지. 아 진짜 못하겠더라. 그게 아침부터 일해야 하잖아. 새벽같이 나가야 하는데 그럼 아침을 못 먹지. 빈속에, 그 새벽에 일찍 가서 음식 재료 손질을 하는데, 빈속에 날생선이랑 생고기 냄새 맡으니까 속이 너무 쓰리고 너무 역한 거야.” 

 

―아, 나는 비위가 강해도 빈속엔 그런 거 못 하겠더라. 그럼 가장 오래 한 아르바이트는?

“던킨도너츠. 3년 했다, 3년.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매장 매니저까지 하고, 가게 폐점될 때까지 했어. 수익 안 나서 망했어.” 

 

―개복치(개복치는 작은 상처나 수질, 빛 변화에도 스트레스로 돌연사해 매우 예민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아르바이트생에서 매니저까지 됐네. 아, 맞다. 너 지금 일하는 가게에서도 매니저라며. 매니저는 좀 달라?

“응, 지금은 향수랑 디퓨저랑 캔들 파는 곳에서 일하거든. 여기서도 매니저야. 좀 있으면 2년인데, 2년 채워서 퇴직금 받으려고. 야, 아르바이트생은 사실 그냥 위에서 하라는 것만 하면 되거든. 그런데 매니저는 어쨌든 매장을 관리하는 사람이니까, 매장의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야 돼. 진짜 문자 그대로 세세하게 다 알아야 해. 지금 일하는 곳은 심지어 직영점이라서 본사랑 커뮤니케이션도 자주 해야 하고, 그러니까 매출액 올려야 한다는 부담도 있어. 그쪽에서 더 잘하길 바라니까 나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고.” 

 

사진=이수련


―그러면 매니저는 정규직인가?

“원칙적으로 매장 매니저부터는 본사 마케팅팀에 소속된 사원이야. 근데, 본사 사무직 직원이 받는 복지와 처우는 못 받아. 월마다 쓸 수 있는 휴무도 다르고, 월급도 달라.”

 

―요즘 전부 불황이라는데, 너 매장은 장사 잘돼?

“내가 스무 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잖아. 근데 점점 시장이 안 좋아진다는 게 좀 느껴져. 내가 일했던 매장들이 대개 생활필수품보다는 일종의 사치품 파는 곳이었거든. 돈이 있으면 사고, 없으면 안 사는 그런 곳 말이야. 그런데 점점 나빠지더라. 특히 최근엔 그게 피부로 막 느껴져. 사실 나야 매장 매니저라서 월급쟁이고, 그러니까 뭐가 어떻게 되든 정해진 돈을 받는데 같은 층에 있는 다른 영세 자영업자들 보면 매출 떨어져서 생계 고민하는 게 보여. 경기가 안 좋다, 안 좋다 하는데 진짜 어디까지 안 좋아질지 궁금하다. 더 나빠질 게 있나.”

 

# 밑 빠진 음악통에 아르바이트비 붓기

 

―음악 한다고?

“응. 저번에 싱글도 냈잖아. 중학교랑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 좋아했고, 그래서 지금 하는 거지.”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음악 제작에 처박는 거네? 사실 음악으로 돈 벌기 어렵잖아. 소속사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음악으로 돈 벌 수 있을 거 같아?

“지금이야 사실 내가 좋아서 음악을 하는 거에 가까워. 그래서 이걸로 당장 막 돈을 벌어서 먹고살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해.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면,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돈이 따라오겠지. 내 꿈이니까 끝까지 해야지. 같이 하는 친구들도 아르바이트나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 작업하는 거야. 투잡 하는 거랑 비슷한 셈이지. 사실, 음악뿐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까지 책임지는 게 어렵잖아.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음악 하는 사람들한테 진짜 궁금한 게 많은데, 보통 영감을 어디서 받는지 궁금하더라.

“대부분 비슷할 거야. 영화를 보거나 책 읽으면서 얻는 경우가 많지. 나 같은 경우, 멜로디는 평소에 일상생활 할 때 갑자기 문득 팍! 하고 떠오를 때가 많아. 가사 같은 경우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게 대부분이야.”

 

사진=이수련


―거의 뭐 스파크 같은 거네. 어떻게 기록해?

“멜로디 떠오르면 바로 녹음해야지. 그런 거 보통 스케치라고 하거든? 핸드폰 꺼내서 녹음해야 돼. 고등학교 때, 실용음악을 배웠는데 선생님이 조그마한 녹음기를 들고 다니시더라고. 비단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 하는 사람들 모두 똑같을 거야.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녹음하고, 끝.”

 

―아르바이트도 하고, 음악도 하고 진짜 열심히 산다. 넌 네가 되게 하고 싶은 게 뚜렷한 편인 거 같은데, 그럼 결혼은 혹시 하고 싶어?

“사실 아직 먼 얘기라고 생각해서…. 하고 싶은 분야에서 기반을 쌓은 다음에 할 거야. 30대 중반쯤 되겠지. 그런 조건을 빼고 생각하면, 당연히 하고 싶어. 어릴 때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었지. 근데, 시간이 지나고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좀 변하더라. 주위에 한두 명은 결혼하기 싫다고 하고, 결혼은 해도 아이는 낳지 않을 거라는 사람도 많아졌어. 이유는 뻔하지. 육아랑 경제적 문제 때문이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잘 안 해. 어릴 때부터 음악이나, 내 생계나 전부 부모님 도움 없이 다했으니까 결혼도 내 노력으로 가능하겠지. 사실 결혼 준비 비용 같은 거 걱정되는데,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해보려고.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하고 싶을 거고, 하려고 노력할 테니까 준비는 해둬야지. 지금이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친구들 만나지만, 가정이 없으면 나중에 너무 외롭지 않을까 싶어. 난 아이도 하나가 아니라 둘 이상 낳고 싶거든. 내가 형제가 나 포함해서 셋이라 셋을 낳고 싶기는 한데, 현실이랑 타협해서 둘 낳을래.”

 

# “나를 알 수 있는 교육이 가장 실용적인 교육” 

 

―음악을 하고 싶고, 고등학교 때도 실용음악 했는데 대학에서도 음악 했나.

“학점은행제로 운영되는 학교 1년 다니다가 중퇴했어. 정말로 등록금이 없어서. 그거 알아? 학점은행제로 운영되는 학교는 학자금 대출이 안 된다는 거야. 정식 학교가 아니니까 지원을 할 수 없대. 지금도 속상하지. 진짜 하고 싶어서 갔는데, 돈이 없어서 못 한 거니까.”

 

사진=이수련


―사실 음악하고 일하는데 대학이 뭐가 필요하냐는 말도 있고, 그냥 가지 말라는 사람들도 있잖아?

“야, 그거 자기들이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 거야. 아직 고졸 대하는 거랑 대졸 대하는 거랑 엄청 차이나. 인식부터 차이가 나잖아. 채용 사이트 들어가 봐. 전부 대졸자부터 받아. 고졸은 들어갈 수 있는 데도 거의 없어. 전부 학사 졸업부터 받는다는데 어쩌라는 거야. 그런 편견이랑 차별이 아직도 있는데 돈이 없으면 대학 가지 말라고? 완전 막말이지. 고졸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자기가 한 번 느껴봐야 돼. 돈 없으면, 아니꼬우면 대학 가지 말라는 말은 지가 고졸로서 차별 같은 거 겪어보지 않아서 말하는 건데, 자기가 한 번 겪어봐야 돼.” 

 

―그럼 이거랑 관련해서 원하는 정책 있어?

“콘서바토리처럼 학점은행제로 운영되는 학교들도 학자금대출이 되면 좋겠어. 그리고 반값등록금. 어디든지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 항상 정치인들이 말하는데, 말만 하지 말고 진짜 실현됐으면 좋겠어. 그리고 고등학교 무상교육이랑 실용적인 교육! 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빈부 격차랑 교육이라고 생각하거든. 근데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게 교육이잖아. 모든 사람이 좋은 공교육을 받아야 하니까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으로 하는 게 맞아. 마음 같아선 대학교까지 그랬으면 좋겠는데, 어려우니까 패스.”

 

―실용적인 교육은 뭘 말하는 거야?

“고등학교 때 기억나지? 과학, 수학, 영어, 언어 이렇게 수능 과목을 위한 공부나 문제풀이식 공부가 아니라 사회에 나갔을 때 도움이 되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사회구성원으로 1인분 할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 

 

―실용적인 게 뭔데? 잘 와 닿지 않네. 기술 배우라는 건가?

“첫 번째는 언어. 내가 있는 매장에선 외국인 고객이 엄청 많이 와. 근데, 우리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영어 공부를 했는데 외국인 고객을 접객하지 못하는 거야! 학교에서 책으로 배웠는데 안 되는 거야. 그래서 혼자 회화 공부를 다시 했어. 회화 위주로 영어공부가 바뀌었으면 해.”

 

“아, 뭐가 실용적이냐고 물었지? 궁극적으론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발견해주는 게 가장 실용적인 교육이야. 우리 스무 살 됐을 때 생각해봐. 자기가 원하는 거나 바라는 거 못 찾아서 방황하는 사람이 태반이잖아. 어릴 때부터 그런 걸 찾아주는 게 가장 실용적인 교육이라 생각해. 막말로 대학 가서 에프 받고, 그러는 것도 자기가 원해서 간 게 아니라 그냥 의무감 때문에 가서 그런 거야. 그냥 점수 맞춰서, 간판 보고 가니까 일종의 관문이라고 느껴지고 그러니까 더 시간 낭비하는 느낌이야. 탐색비용이 너무 큰 거지. 학교에서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으면 그랬을까? 아닐걸.”

 

# 행복하고 편한 삶에 죄책감 드는 사회

 

―진짜 원하는 거 확고하네. 혹시 너 촛불집회도 갔어?

“아니, 못 갔어. 내가 맡은 매장은 주말이 가장 바쁘거든. 그래도 마음은 그곳에 있었답니다.”

 

―너는 그러면, 대통령 때문에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 삶을 조금이나마 낫게 바꾸는 게 정치의 기본이잖아. 그 점에서 좋든 싫든 정치가 우리 삶에 영향을 주지. 대통령이 바뀌든 말든 내 삶이 뭐가 나아지냐는 사람들도 많은데, 대통령이랑 정치가 바뀌면 아주 조금이라도 내 삶이 나아진다고 생각해. 뭐 투표해야 하는 거랑 비슷한 거지.”

 

사진=이수련


―그러면 네가 바라는 대선 후보는 있어?

“없어. 그나마 당기는 건 이재명 정도? 그 사람의 행보나 정책을 나름 응원하는 편이야. 근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아. 다음번 대선 때 빛을 발할 거로 생각해. 구체적인 사람이 아니라 특성을 말하자면,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의 화합을 이룰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어.”

 

―궁극적으로 어떤 세상이 왔으면 해? 뻔해도 괜찮아

“뻔해도 괜찮댔지? 좀 뜬금없는데 전쟁 없는 세상. 시리아도 그렇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 같아. 그래도 너랑 나, 그러니까 우리 정도면 편하게 사는 거 같아. 그런데 아닌 분들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파. 다 같은 인간으로서 누구는 힘들게 살고, 누구는 엄청 편하게 사는 거 보면.. 음…. 괜히 죄책감이 들어. 다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사람들이 서로 더 배려하고 도와주는 세상이면 좋겠어. 끽해야 100년 사는 건데, 한 번 살고 죽는 인생인데 왜 서로 얼굴 붉히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좀 더 배려하면서 잘 삽시다.” 

인터뷰=구현모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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