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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울로 7017'이 걱정되는 이유 다섯

'슈즈 트리' 개장 전부터 '흉물' 논란…'공원' 아닌 '육교'로 전락할 수도

2017.05.19(Fri) 17:23:57

[비즈한국] 1970년 개통한 서울역 고가를 2017년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의미를 담아 지은 ‘서울로 7017’의 개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약 3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3년여에 걸친 공사기간이 완료됐지만 예상과는 달리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많다. 미국 뉴욕 명소인 하이라인 파크를 한국에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포부와 현실은 무척 달라 보인다. ‘한국형 하이라인 파크’가 우려스러운 이유를 짚어본다.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와 서울의 서울로 7017의 모습은 사뭇 달라 보인다. 사진=김태현 기자·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1. 공원과는 거리가 먼 주변 환경

뉴욕 하이라인 파크는 주변 경관과 공원이 잘 어우러져 있다. 기본 골격인 철길과 주변 주택 그리고 예술인의 공간이 조화롭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방문했던 구 아무개 씨(26)는 “하이라인 파크에 갔을 때 아늑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조용하고 운치 있었다. 하이라인 파크 자체가 여행 명소일 뿐 아니라 다른 주요 여행 명소와 연결시켜 준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면 서울로 7017 주변 모습은 감성과는 거리가 멀다. 주변에는 차량으로 꽉 막힌 도로, 철길 밖에 없다. 평일, 주말 모두 단체들의 시위가 집중적으로 열린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탄기국’이, 현재는 ‘5·18 국가 유공자의 명단을 공개해라’는 시위가 매일 열리고 있다. 

2. 아무도 찾지 않는 주말 서울역 

주말 서울역은 큰 가방을 짊어지고 KTX를 타러가는 사람 외에는 데이트 장소, 나들이 장소로 아무도 찾지 않는다. 주변 식당은 직장인이 출근하지 않는 토·일요일 모두 영업하지 않는 곳이 많다. 서울로 7017과 주변에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해 화제가 된 서소문공원이 있다. 서울역과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서소문공원도 주말에는 한산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역 주변에는 관광지도 없고 ‘힙’한 감성의 식당도 없다. 고층빌딩숲과 오피스텔 그리고 직장인들의 ‘밥집’이 있을 따름이다. 젊은이, 관광객이 과연 강남, 홍대, 이태원 대신 이곳을 선택할지 의문이 든다. 

3. 슈즈 트리

서울로 7017의 공사가 막바지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사진이 있다. 바로 공사가 한창인 ‘슈즈 트리’다. 보도 전부터 주변 거주자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슈즈 트리가 이미 화제가 되고 있었다. 

서울역 인근에 거주하며 직장도 가까이 있는 하 아무개 씨는 “지나가며 조금씩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의도로 저런 조형물을 만드는지 의문이었다. 솔직히 흉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걸어 다니니까 신발을 걸어뒀다’는 1차원적인 발상으로 만들었나,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 등의 이야기를 동료들과 나눴다”고 말했다. 

전시기간은 개장일인 20일부터 9일간 이뤄진다. 하지만 한 달여 동안 미리 본 주변 시민들 중 호의적인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시민과 미리 소통해 결정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슈즈 트리는 여러 작가들에게 연락해 작가들의 재능기부로 시안을 받았고, 내부 검토 끝에 선정했다. 슈즈트리 조형물이 완성단계에 이르러 콘셉트대로 식물까지 심어서 의미를 보강했다”며​ “​보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흉물’로 단정지을 수 없다. 좋다는 사람도 많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어차피 버려질 신발을 업사이클링해서 예술품으로 의미를 부여해서 전시를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비가 오면 어떻게 하냐는 문의도 있는데, 비 맞는다고 바로 썩거나 상하지 않는다. 햇볕을 맞으면 금세 마른다”면서 “​​선입관을 가지고 신발을 보다보니 냄새가 날 거라는 우려도 많지만 직접 와보면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왼쪽은 하이라인 파크, 오른쪽은 서울로7017의 모습이다. 사진=김태현 기자·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4. 멀쩡한 고가도로 폐쇄

뉴욕 하이라인 파크는 운영되지 않고 흉물로 남겨진 폐선로를 재활용해 만든 공원이다. 반면 서울로 7017은 서울 교통의 핵심에 위치해 서울역을 기준으로 동서부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폐선로가 아닌, 차량 이용이 빈번해 막히기 일쑤인 필수 교통시설이었다. 

이곳이 폐쇄되자 단번에 교통대란이 찾아왔다. 우회하는 차량 때문에 서울역 인근이 아니라 마포까지 차가 막히는 현상이 찾아왔다. 주변 직장인들은 서울로 7017이 반갑지 않다. 

서울로 7017이 보이는 곳에 사무실이 있는 이 아무개 씨(33)는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 폐쇄 후 교통 흐름에 지장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하루에 몇 만 대나 지나는 고가를 폐쇄했는데 지장이 없을 수 있겠나. 서울역 앞이 너무 막혀 택시를 탈 수 없을 지경이다. 고가를 폐쇄하기보다 보강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5. 공원보다는 육교에 가까운 결과물

하이라인 파크는 생김새는 육교와 같지만 뜯어보면 공원에 가깝다. 조용한데다 앉을 곳, 누울 곳이 많다. 전망을 바라볼 곳도, 잠시 쉬어갈 가게도 있다. 2.4km에 달하는 길이는 천천히 걸으면 1시간 정도 걸려 산책길로도 적당하다. 하지만 ‘한국형 하이라인 파크’를 표방한 서울로 7017은 공원을 지향했지만 결과물을 보면 육교에 가깝다.

서울로 7017은 1024m로 비교적 짧다. 앉을 공간도 하이라인 파크에 비해 부족하다. 집회, 시위도 빈번한데다 차량과 열차로 인해 주변 소음도 시끄러운 편이다. 서울로 7017을 공원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주로 서울역 동부와 서부를 건너는 육교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로 7017 주변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 아무개 씨는 “공원을 가고 싶다면 어린이 대공원, 올림픽 공원을 가지 않을까 싶다. 한 번이면 모를까 굳이 계속 찾을 일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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