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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오피스텔 56세대, 전세금 못 받고 동시 퇴거 몰린 사연

경매 사실 모르고 계약했다 날벼락…건물주 "경매 사실 알렸다"

2017.06.02(Fri) 12:33:01

[비즈한국]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56세대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한꺼번에 길바닥으로 내몰리게 됐다. 전세금 계약 당시 부동산등기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맺은 것이 화근. 반면 세입자들은 “처음부터 오피스텔 건물주의 계획된 사기였다”고 주장한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S 오피스텔은 2003년 완공돼 전체 60세대 원룸으로 이뤄진 11층 규모 건물이다. 건축 과정에서 각종 분쟁과 채무, 세금미납 등 수많은 가압류로 인해 지난 2012년 강제 경매에 넘어갔다.

문제는 경매 개시 이후에도 건물주가 새로운 세입자와 계속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불거졌다. 이 오피스텔은 소유주 C 종합건설 대표의 딸 H 씨가 관리했다. H 씨는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포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인터넷 직거래로 세입자를 모집했다. 

부동산중개업소는 경매에 넘어간 물건의 경우 보증금을 보호할 수 없어 중개 자체를 해주지 않는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경매 개시 이전 확정신고를 한 세입자에 한해서만 임차보증금을 최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S 오피스텔은 지난 4월 21일 9명에 의해 분할 낙찰됐다. 새 소유주는 세입자들에게 오는 8일까지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하는 상황. 하지만 C 종합건설과 H 씨는 전세금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 등기부·중개업소 없이 계약

‘비즈한국’이 만난 세입자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대부분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30세 전후의 사회초년생이거나 신혼부부였다. 또 특정 인터넷 카페를 보고 알게 돼 계약을 맺었다고 입을 모았다. S 오피스텔은 실면적 33~39.6㎡(10~12평) 크기의 비교적 넓은 원룸임에도 전세금이 4000만 원 전후. 한 세입자는 “시세 대비 저렴한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워낙 전세 매물이 없었기 때문에 계약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계약 과정도 대부분 동일했다. 세입자들은 하나같이 H 씨가 직접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가져왔으며, 경매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계약서에 ‘등기부등본에 대한 설명 들었음’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세입자들은 H 씨가 처음부터 경매 이후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계획으로,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법률구조공단 자료에 따르면 임차인이 경매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는 행위에 대해 사기죄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S 오피스텔은 2012년 경매 개시 이후에도 인터넷 직거래를 통해 전세 세입자를 계속 모집했다. 결국 세입자들은 경매 낙찰 이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사진=봉성창 기자


이후 거주 기간 동안 경매 사실을 알게 된 세입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H 씨는 오피스텔 건물이 얼마인데 전세금 하나 해결 못해주겠냐며 안심시켰다. 그럼에도 계약 기간이 끝나 해지를 요구하자 다른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는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완강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세입자들은 스스로 인터넷 카페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야 했다.

세입자들은 ​이때도 ​H 씨가 집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비어있는 세대와 계약을 맺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세입자들이 대부분 직장인이다 보니 낮 시간 집에 없는 틈을 타서 새로운 세입자를 가로챘다는 것이다. 결국 들어오는 사람만 있고 나가는 사람은 없이 세입자는 계속 늘었다. 한 세대당 전세금은 평균 4000만 원 전후. 전체 돌려줘야 할 보증금은 일부 월세를 포함해 15억 원 정도로 파악된다.

# 건물주 “경매 사실 알렸다”

대부분 세입자들은 전세 계약 당시 등기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이나,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지 않은 점을 후회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H 씨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오랫동안 계획하고 벌인 사기에 당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전세 계약상 임차인은 C 종합건설로 돼 있으면서도, 정작 전세금은 법인 통장이 아닌 H 씨와 동생 등 가족 명의의 계좌로 송금 받았기 때문에 이는 횡령이라는 것이다. 이들 가족은 모두 C 종합건설 대표이사 혹은 사내이사, 감사 등으로 등재돼 있다. S 오피스텔의 경매 낙찰자 명단에 C 종합건설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는 또 다른 H 씨의 이름이 있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한 세입자는 “자신이 전세금을 입금한 계좌 이름과 낙찰자 이름이 같아서 등기부를 확인해보니 생년월일이 정확히 일치했다”며 “채무를 탕감받기 위해 건물을 의도적으로 경매에 넘기고 그 사이 전세금을 끌어 모아 일부를 다시 낙찰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 된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낙찰을 받은 H 씨는 집주인 H 씨의 친동생으로 확인됐다.

S 오피스텔 내부. 경매를 통해 낙찰을 받은 새 소유주들은 6월 8일까지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봉성창 기자


사기라는 주장에 대해 H 씨는 자신도 피해자라고 맞섰다. H 씨는 “계약 당시 경매 사실을 분명히 알렸으며 계약서에도 이에 대한 문구가 있다”고 항변했다.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서 그랬을 뿐”이라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방을 내놓은 것은 내가 아니라 세입자이며, 나는 인터넷을 쓸 줄도 모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대책 마련을 위해 세입자끼리 모여 확인해본 결과 아무도 경매 사실을 듣지 못했다”며 “경매 사실을 알았다면 누가 계약을 맺겠느냐”고 반박했다.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H 씨가 부동산은 말도 많고 귀찮으니 인터넷에 올려줄 것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세입자는 “내가 수수료를 부담하겠으니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놓자고 하자 ​H 씨가 ​극구 반대하며 인터넷에 올릴 것을 종용했다”고 보탰다.

오피스텔 낙찰 의혹에 대해 H 씨는 “동생 명의로 오피스텔 경매에 참여한 것은 오피스텔을 다시 낙찰 받아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며 “낙찰 계약금 10%는 사채로 마련했고, 나머지 90%는 대출을 받을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분할 등기된 오피스텔을 전부 낙찰 받는 계획은 누구나 입찰 가능한 경매 구조상 상식 밖의 이야기”라며 “애당초 그런 계획에 대해 사전에 어떤 설명이나 사과도 들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전세금 반환 계획에 대해 H 씨는 “이제는 나도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세입자들은 “그동안 H 씨는 최근까지 빚을 갚았으니 경매가 취소될 것이고 배당금이 나오니까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수많은 거짓말을 되풀이했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올해 초까지도 세입자를 받은 것을 보면 작정하고 사기를 친 게 분명하다”고 성토했다.

# 전세금 반환 위해 단체행동

현재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세입자들은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고 단체행동을 준비 중이다. 인천지방법원 경매계에 탄원서를 내는 한편 국민신문고,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을 두드리고 있다. 또 일부 세입자들은 단체로 변호사를 선임해 H 씨에게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경매 대금에서 우선 변제를 받지 못하더라도 계약상 채무관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들은 경매 낙찰자로부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집을 비워달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심지어 C 종합건설과 H 씨는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등의 명목으로 매달 관리비를 받고도, 이를 한국전력과 수도사업소에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연체가 쌓였다. 연체가 좀 더 이어지면 건물 자체가 단전 및 단수가 될 위기에 놓여 더 버티기도 쉽지 않은 상황. 이에 대해 H 씨는 “관리비 미납 세대가 많아 요금을 계속 연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세입자들은 H 씨가 경매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고, 여러 차례 항의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H 씨를 상대로 단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처럼 경매에 넘어간 것을 모르고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가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건은 과거에도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해 2월에는 대학생 12명이 같은 임대업자와 전세 계약을 맺었다가 피해를 입었다. 당시 임대업자는 5억 4900만 원을 가로채 실형 3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 변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중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30일 출범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이와 같은 분쟁이 발생할 경우 조사와 법률검토를 거쳐 조정안을 제시하는 조직이다. 다만 조정 당사자 양측이 합의하는 경우에만 강제 집행이 가능하다는 한계점이 지적된다. 위원회 관계자는 “(S 오피스텔 건은) 전형적인 전세금 피해 사례지만 임대인이 전세금 반환을 거부할 경우 결국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처럼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강제 조정권 및 재산 환수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아쉽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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