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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과 불법 사이 '관행' 부동산 등기 '알선료' 실태

공인중개사의 변호사·법무사 몰아주기, 실거래가 신고 탈세…명의 대여도 심각

2017.07.11(Tue) 18:13:11

[비즈한국] 서울·경기 일대 부동산 등기 수만 건을 싹쓸이한 변호사 사무장 일당이 검찰에 적발되면서, 부동산 거래 과정의 각종 편법, 불법 행위 실태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관련기사 [풀스토리] 변호사 명의 빌려 등기 3만 건 싹쓸이, 실화냐?).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거래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알선료를 챙기고 탈세까지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6월 23일 오후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상가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국내 부동산 거래는 대부분 공인중개사를 거쳐 이뤄진다. 정보가 중개사에게 몰린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중개사들이 ‘정보 독점’을 악용해 각종 편법, 불법 행위를 벌인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가 ‘관행’​이란 이름 아래 부동산중개사의 정상적 업무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사와 변호사들의 등기 사건 알선료 지급에 더해 사건 알선 대가로 탈세를 돕는 일은 공인중개사들의 관행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알선료 없이 거래 없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부동산 매수자들은 대개 공인중개사가 소개한 법률사무소나 법무사를 통해 등기업무를 맡긴다. 부동산 거래는 수억 원이 오가는데다 이사 등 신경써야할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등기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편의상 정착된 관행이라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공인중개사들이 알선료를 받고 특정 법무사나 변호사에게 등기 사건을 ‘몰아준다’는 점이다. 검찰이 ‘변호사 사무장 일당 사건’​ 수사과정에서 입수한 서류를 보면, 최근 4년간 서울 서남부‧경기도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이 일당에게 알선료를 받고 이 지역에서 나오는 등기 사건들을 몰아줬다. 변호사 사무장 일당이 작성한 등기업무 보수액 영수증에는 어떤 공인중개사무소에 알선료 얼마가 전달됐는지 구체적인 상호명과 액수가 적혀있다. 

이는 검찰 진술 조사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변호사 사무장 일당은 “부동산 거래과정에서 매수자들에게 등기업무 보수 일부를 세금으로 속여 부풀려 받았다. 보수를 제외하고 남는 금액 전부는 공인중개사에게 알선료로 넘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들이 공인중개사에게 넘긴 알선료는 등기사건 한 건당 평균 35만 원이다. 3만 건의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등기 신청인들이 사무장 일당에게 속아 추가로 낸 돈은 단순 계산만으로도 100억 원이 넘는다.

부동산업계에선 공인중개사에게 사건 알선 ‘수고비’ 명목으로 소액을 챙겨주는 게 관행이라고 항변하지만, 이 관행을 달리 말하면 등기 신청자들의 선택 권한이 침해될 뿐만 아니라, 알선료까지 대신 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알선료를 더 주는 법률사무소나 법무사만 골라 소개하기도 한다. 앞서의 사건에서도 경기도 한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어느 변호사 사무장이 알선료를 얼마 준다”는 식으로 정보를 공유했고, 결국 이 사무장에게 모든 등기 사건이 몰렸다.

알선료는 법무사나 변호사를 제외하고 은행과 토지, 건물주 등 부동산 매도자에게서도 나온다. 일부 은행의 경우,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대출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활용해 영업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전‧월세 거래에서는 은행 영업팀이 많이 줄었지만 분양권에서는 여전하다”며 “규모가 큰 분양 거래에서는 공인중개사를 중심으로 알선료를 주는 은행 영업팀, 법무사나 변호사 등이 팀을 이뤄 움직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토지주 건물주 등 부동산 매도자들은 거래 가격을 미리 정해 두고 매입자에게 그 이상의 가격을 받으면 차액을 공인중개사에게 알선료로 넘긴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간단히 말해 매도자가 가격을 ‘10억 원 이상’이라고 결정했는데, 매입자가 ‘11억 원’​을 제시하면 차액 1억 원은 알선료로 지급하는 식”이라며 “빠른 부동산 거래를 위한 일종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들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사든 법률사무소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알선료를 준다며 경쟁적으로 영업을 한다는 얘기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법무사나 변호사, 은행 등 한 쪽은 10만 원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쪽은 11만 원을 이야기한다. 더 많이 주는 곳에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탈세 관행으로도 이어져   

 

공인중개사들의 ‘알선료’ 문제는 ‘탈세’ 관행으로도 이어진다.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면 의무적으로 실거래 신고를 한 뒤 세금을 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중개사들은 자신들이 등기 사건을 소개한 법무사나 변호사에게 실거래 신고를 대신 해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중개사로부터 부동산 등기 사건을 소개 받은 법무사나 변호사들은 ‘관계 유지’ 등을 이유로 신고를 대리한다. 이들이 신고를 대신하면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부동산 거래’로 바뀌고, 중개사는 이 거래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지난해 서초구청이 공개한 2014년도 공인중개사 실거래 신고 내역을 보면, 공인중개사 외에 제3자가 대리로 신고한 건수는 전체 8585건 중 1538건(18%)다. 전국 단위로 보면 그 비율을 더 높아진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14년도 자료를 보면 전체 거래(198만 3089건) 가운데 40%의 실거래 신고를 법무사나 변호사가 대리했다. 

 

대한법무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10~30%의 실거래 신고가 대리로 이뤄지고 있다. 법무사나 변호사가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고 신고한 건수를 제외해도 이 정도 수치가 나온다”며 “모두 불법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세금 누락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명의 대여 문제도 심각


이 같이 불법과 편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관행은 하나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의 사건과 같이 변호사 한 명의 명의를 대여해 여러 명의 사무장이 활동하는 것처럼, 공인중개사 역시 명의를 대여해 거래 건수를 늘린다는 얘기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선 이 같이 명의를 대여한 뒤 활동한 이들을 ‘실장’이라고 부른다.

 

무자격 공인중개사들이 늘어나면 대표 공인중개사들이 앞서의 관행 등을 이용해 챙기는  알선료와 세금 누락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여러 명의 실장들이 팀 단위로 움직이면서 한 명의 공인중개사가 ‘구 단위’로 지역 전체를 관리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무자격 공인중개사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 계약 과정에서 거래자들이 직접 중개사들의 자격증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며 “거래자들은 전재산이 오가기 때문에 금액 부분과 계약 내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간혹 자격증을 확인하는 거래자들이 있지만 10명 중 한 명 꼴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무자격 공인중개사가 이중 계약 등으로 수십 억 원을 편취하는 사건이 반복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공인중개사협회 등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특별 단속 기간을 두고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부동산 거래에 동행한 뒤 일일이 확인하거나, 공인중개사들의 업무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관리하는 방법을 제외하면 다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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