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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현자타임] 청년이 실종된 사회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 왕년의 노력을 강조하는 퇴행이 반갑지 않다

2017.08.24(Thu) 18:07:20

[비즈한국] 고민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직장인은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취업준비생은 자소서 첫 단락을 고민한다. 새해 목표였던 다이어트를 뒤늦게나마 이루고자 하는 다이어터들은 포만감 드는 다이어트 식단을 고민한다. 

 

세대 간의 차이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노인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살 날이 긴 사람과 살아온 날이 긴 사람의 차이다. 노인들은 과거 이력을 증명하며 무슨 집안 출신인지를 내세운다. 청년들은 내일 어디서 놀지, 주말엔 누구랑 소개팅하고 누구랑 술을 마실지 고민하고, 방학 때 무엇을 할지 생각한다. 

 


요즘 청년들은 노인이 된 듯 과거와 왕년에 집착한다. 최근 임용고시와 관련된 교육대학교 논란만 봐도 알 수 있다.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밑줄 친 교과서를 피켓으로 삼았다. 수능 점수를 운운하고, 출신 고등학교를 이야기한다. 본인이 여기까지 오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말하고, 친구들이 놀 때 무슨 공부를 했는지 말한다. 학벌 사회로의 회귀를 바라는 듯 본인이 무슨 대학교를 나왔는지 침을 튀기며 말한다.

 

비슷한 논란은 많았다. 학교가 교실을 잘못 배정해 교실을 바꾸는 과정에서 장애학생이 특혜를 받는다고 문제를 제기한 사건, 장애학생과 국가유공자 자녀의 가산점에 대한 불만, 그리고 세월호 관련 수시전형에 대한 불만은 익명으로 제보를 받아 사연을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 ‘XX대학교 대나무숲’에서 흔히 보인다.

 

우리는 그렇게 배워왔다. 높은 점수를 받으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인생을 살 거라고.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학교는 더 이상 보장하지 못한다. 자격증도 더 이상 보장하지 못한다. 불확실하다는 사실 하나 빼고 모든 게 불확실하다. 보고 듣고 배워온 것은 무너지는데, 무너진 곳에 생기는 새로운 질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세상이 혼란해지면 사람들은 퇴행적으로 혹은 방어적으로 변한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청년들마저 방어적으로 변한다. 청년은 미래를 말한다는데, 미래를 말하기엔 현재가 버겁다. 현재가 버거우니까 왕년에 의존한다. 왕년에 배운 것과 왕년에 이룬 것을 말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내버려두라’는 노래를 듣지만, 지나간 수능 점수로 미래까지 보장받길 바란다. 

 

한국이 예상보다 고령사회에 1년 빠르게 돌입할 것이란 기사가 보인다. 생존을 위해 기꺼이 노인이 되어 왕년을 논하는 청년들도 보인다. 어쩌면 한국은 고령사회를 넘어 청년이 실종된 사회에 돌입한 것이 아닐까.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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