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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여성 래퍼의 정점에 선 카디 B, 그녀의 비밀은?

'스트리퍼' '유명 남자친구' '과격한 연애사' 등 독한 캐릭터로 승부

2018.01.29(Mon) 14:07:55

[비즈한국] 역대 다섯 번째 빌보드 1위 여가수가 등장했습니다. 여성 래퍼 카디 B(Cardi B​)가 그 주인공입니다. ‘보닥 옐로(Bodak Yellow)’라는 랩 곡이 3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거지요. 피처링 없이 여성 래퍼의 단독 노래가 빌보드에서 1위를 차지한 건 1998년 로린 힐(Lauryn Hill)의 노래 ‘두-왑(Doo-Wop)’ 이후 처음입니다.

 

성공적인 여성 래퍼는 한 세대에 1명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성공한 가수도 니키 미나즈(Nicki Minaj), 이기 아잘레아(Iggy Azalea) 외엔 떠오르지 않을 정도지요. 카디 B는 데뷔곡 ‘보닥 옐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첫 세 곡을 모두 빌보드 톱 10에 넣었습니다. 그녀는 어떻게 그런 성적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카디 B의 최신 히트곡 ‘보닥 옐로(Bodak Yellow)’의 앨범 커버.


카디 B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아버지와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흑인이면서 히스패닉 문화에도 걸친 셈이죠. 집안 사정은 좋지 않았습니다. 가정폭력과 지독한 가난, 이 모든 걸 해결하기 위해 그는 독한 결정을 합니다. 스트리퍼가 된 겁니다.

 

스트리퍼. 절대 좋은 어감의 직업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다수가 아주 싫어하는 일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다만 그를 가난에서 벗어나게는 해 주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카디 B는 점차 SNS에서 명성을 키워갑니다. 소위 말하는 ‘SNS 셀럽’ 혹은 ‘인터넷 스타’였던 셈입니다.

 

그의 꿈은 래퍼였습니다. 2015년 카디 B는 미국의 힙합 리얼리티 프로그램 ‘러브 & 힙합: 뉴욕(Love & HipHop: New York)’이라는 프로그램의 시즌 6, 7에 주역으로 출연합니다. 그는 힙합으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 감옥에 간 약혼자 등 개인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스타가 되었습니다.

 

카디 B가 2017년 낸 데뷔곡이 바로 ‘보닥 옐로’입니다. 레쳇 사운드, 멜로디컬한 랩, 의미보다는 사운드가 중요한 가사. 모두 요즘 유행을 잘 따른 힙합이었습니다.

 

카디 B의 데뷔곡  ‘보닥 옐로(Bodak Yellow)’. 빌보드 핫 100에서 3주간 1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카디 B라는 ‘독한’ 캐릭터가 중요했습니다. 스트리퍼 출신임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강한 여자.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지독한 성실함. 이런 캐릭터가 화제성으로 이어져 성공에 기여한 거죠.

 

카디 B는 이후에도 폭발적으로 활동합니다. 미고스(Migos)와 니키 미나즈와 함께 진행한 ‘모터스포트(Motorsport)’, G-이지(G-Eazy)와 함께 한 ‘노 리미트(No Limit)’, 그리고 ‘바르티어 카디(Bartier Cardi)’를 연속으로 성공시켰죠. 

 

이 중에서 미고스와의 관계는 더욱 특별합니다. 미고스는 최근 가장 트렌디한 힙합 그룹입니다. 오프셋(Offset), 쿠아보(Quavo), 그리고 테이크오프(Takeoff)로 이루어졌죠. 셋은 웅얼웅얼거리는 걸로 들리는 멈블 랩, 댑 등을 유행시키며 현재 음악 트렌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프셋은 풍운아입니다. 감옥에 들어가 미고스가 2인조로 활동하는 시간을 만들기도 했죠. 여자관계도 복잡합니다. 본인의 자녀를 키우는 미혼모가 세 명 있다는 사실로 유명했지요. 그 외에도 수많은 여자관계, 사적인 비디오 유출 등 유쾌하지 않은 스캔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했습니다.

 

카디 B와 오프셋은 2017년부터 데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과격한 두 캐릭터는 단숨에 힙합계에서 가장 뜨거운 커플이 되었습니다. 카디 B 또한 적극적으로 오프셋과의 연애사를 가사에 넣으며 화제성을 키웠지요. 덕분에 둘은 가장 뜨거운 ‘스캔들 덩어리’ 캐릭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미고스(Migos)와 니키 미나즈(Nicki Minaj), 그리고 카디 B가 함께한 모터스포트(Motorsport).

 

둘은 작년 10월 말 약혼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더욱 과격하게 자신의 연애사를 공개하기 시작했지요. 성적인 관계를 자랑하는가 하면, 그걸 연상시키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으로 스트리밍하기까지 했습니다. 논란이 되자 카디 B는 오프셋과 자신은 모든 옷을 입고 있었고, 실제로 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카디 B는 점점 독해져야 살아남고, 과격해져야 살아남는 미국 팝 음악계의 경향을 보여줍니다. 스트리퍼라는 과거사, 유명한 남자친구, 노골적으로 공개하는 연애사. 이 모든 게 과격할 정도로 개인사를 노출하는 전략을 통해 ‘화제성’으로 전환됩니다. 그 플랫폼은 리얼리티 TV 쇼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SNS입니다.

 

독한 맛은 쉽게 질리기도 합니다. 카디 B의 과격한 언행에 벌써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카디 B의 트위터에 달리는 조롱 투의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라는 식의 반응이 대표적이죠. 캐릭터의 화제성과 흡입력, 독한 맛으로 성공한 카디 B이기에 성공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드는 이유입니다. 

 

K-팝에 해외 팬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유에도 이런 면이 있을지 모릅니다. K-팝은 중국처럼 규제가 될 정도로 경직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할 정도의 주제는 잘 다루지 않죠. 그 균형감은 미국 최신 팝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미덕입니다. 많은 이들이 방탄소년단(BTS)에 열광한 데는 ‘도덕’이나 ‘윤리’라는 가치도 있을 수 있다는 거지요.

 

지독하게 강한 캐릭터를 제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습니다. 팀워크입니다. 한국에서 다양한 인물을 모아 그룹을 만들듯, 대조적인 캐릭터와 협업에서 독한 맛을 중화시키는 거죠.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피네스(Finesse)’ 리믹스(Remix). 카디 B는 랩 피처링으로 활약했다.

 

최근 카디 B는 가장 무난한 팝스타,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곡 ‘피네스(Finesse)’의 리믹스 버전에 참여했습니다. 카디 B는 평소처럼 거친 랩을 내뱉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피네스(Finesse)는 브루노 마스의 편안한 느낌의 팝 음악이었기 때문에 적절하게 톤이 조절됩니다. 전 곡은 덜 부담스럽고, 덜 질리게 완성된 거죠. 카디 B라는 지독한 캐릭터가 조금 더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곡인 셈입니다.

 

기술적으로 팝 음악의 혁신은 힙합과 EDM(Electronic dance music·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완성되면서 사실상 멈췄습니다. 이제는 기술을 어떤 맥락으로, 어떤 캐릭터와 조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캐릭터 싸움이 된 거지요. 문제는 캐릭터 싸움으로 가면 갈수록 자극적인 캐릭터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극적인 캐릭터는 대중에게 반작용을 일으킬 뿐 아니라 금방 질릴 수 있지요. 독한 캐릭터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K-팝이 미국 시장에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팝 시장의 ‘캐릭터 경쟁’에서 독보적으로 독한 최신 캐릭터, 카디 B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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