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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T 간부, 취업·고충상담 핑계 여대생·여직원 성폭력" 블라인드 '미투'

인사 관련 팀장 시절 성희롱 등 폭로글 게시 직후 보직 변경…KT "사실관계 확인 중"

2018.03.09(Fri) 18:50:39

[비즈한국]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거대 통신기업 KT 내부에서도 폭로글이 등장했다. 지목된 남성은 인사 관련 팀장(인재채용팀장·인재경영팀장) 시절 지위를 이용해 취업을 희망하는 여대생과 사내 직원들에 사적 만남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KT 채널에는 ‘○○○ 사태에 즈음한 소회(cc인재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HR 부서는 직원 근무 환경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조직이지만 그간 KT 인재실이 직원들의 신뢰를 받는 조직이었는가에 대한 질문엔 누구도 긍정적 답을 못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통신업계 굴지 기업 KT 내부에서도 폭로글이 등장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A 씨는 “제가 아는 인재실 직원은 모두 소명의식을 갖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드워킹하는 직원들이었다”며 “하지만 한두 마리의 미꾸라지가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다. B 씨는 오랜 기간 인재실에 근무하며 본인에게 주어진 직위를 악용해 KT 인재실 이미지에 먹칠을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블라인드 KT 채널엔 KT 전 인사 관련 팀장의 성희롱을 고발하는 내용이 올라왔다. 사진=블라인드 앱 캡처


게시글에 따르면 B 씨는 인재채용팀장 시절 캠퍼스 리크루팅을 다니며 취업 상담을 핑계로 여대생들에 일대일 만남을 강요했다. 인재경영팀장 시절엔 젊은 여직원 대상으로 고충상담을 명목으로 일대일 만남을 강요하고 노래방을 갔으며, 술 취한 여직원을 대상으로 “쉬었다 가자”​고 강요했다. 실제 만난 여직원이 B 씨를 거부하자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할 테니 본인과 계속 만나자는 식으로 추근거렸다.

 

A 씨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 약자인 여대생과 사내 여직원을 희롱해온 B의 행태는 이윤택 등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아마 인재실은 작년 말 상무보 승진과정에서 과거 B의 과오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 믿는다”며 “지금이라도 더 이상 지사장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중단케 해야 한다. 그의 성희롱 행태는 이미 전직원이 인지하고 있으며 그간 행태로 미루어보아 직위를 이용한 추가적인 성희롱의 개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B 씨의 행태는 사내에서도 소문이 파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 같은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익명의 C 씨는 댓글을 통해 “나 같은 안면 없는 직원도 알 정도면 상당히 많은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된 사람”이라며 “인재실에서 관연 몰랐을까. KT 미투는 이분부터 시작인가”라고 했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에 따르면 B 씨의 행태는 사내에서 꽤 알려진 일이었다. 사진=블라인드 앱 캡처


또 다른 직원은 “터질 줄 알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는데 왜 안 터지나 했다”며 “대학교 가서 여자 대졸 취업준비생들 연락처 따고 취업상담 핑계로 만나자 하고 취업설명회 온 여자 행사도우미들 회식 핑계로 노래방 데리고 가서 터치하는 등 손 버릇 안 좋은 걸로 유명하다”며 “예쁜 여자 신입사원들 선배랍시고 연락하고 밥 먹자 하고 너무 많아서 세지도 못할 정도”라고 썼다.

 

이 글은 지난 4일 게시됐으나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KT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B 씨는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후 그는 한 지방 지사장으로 있다가 현재는 그 지방의 고객본부로 파견, 기타보직으로 변경된 상태다. 게시글이 올라온 뒤 이틀 뒤인 6일 보직이 변경됐다. 

 

B 씨 관련 의혹은 사내에서도 소문이 파다했지만 회사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블라인드 앱 캡처


익명을 요구한 KT의 한 관계자는 “이 일이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진 뒤 이틀 만에 지사장에서 파견직으로 보직이 변경됐다”며 “다만 회사 차원에서 제대로 된 징계절차가 있었는지, 아니면 또 다른 ‘미투’가 연쇄로 터지기 전에 조치를 취한 건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즈한국’의 취재가 시작되자 KT 측은 사실관계 파악에 들어갔다. KT 관계자는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만약 사실로 판명된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블라인드글 게시 직후 B 씨의 보직이 변경된 것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인사 관련 상세한 내용은 외부에 알릴 수 없다”고 말했다. ​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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