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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패트롤] 'O리단길' 원조 경리단길, 빨리 뜬 만큼 빨리 지나

임대료 상승폭 꺾였지만 이미 호황 끝나…'무권리금' 상점 떴지만 공실 장기화 우려

2018.06.19(Tue) 15:34:32

[비즈한국] 골목상권의 원조로 불리는 ‘경리단길’. 서울 마포구 ‘망리단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의 ‘송리단길’, 전주 완산구 객사실 일대의 ‘객리단길’ 등 유명 골목 상권이 경리단길의 성공 사례를 본떴다. 그런 경리단길에 최근 빈 점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1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해 방치된 점포는 물론 ‘무권리금’ 가게들도 생겨났다.

 

지난 18일 오후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경리단길 일대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평일이라 휴점을 내건 가게들이 눈에 띄었고, 일부 외국인과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주말만큼 붐비지 않았다. 초입에서 만난 한 상인은 “평일에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월요일이나 화요일에는 휴점한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18일 오후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 초입. 사진=김상훈 기자​

 

경리단길은 국군재정관리단(옛 육군중앙경리단)에서부터 그랜드하얏트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약 900m의 길과 사이사이 이어진 골목길을 통칭한다. 2010년 이후 젊은 층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받고 소셜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며 상권이 빠르게 성장했다.

  

교통이나 지리적 여건만 봤을 때 ​이곳은 경사가 심하고 주차가 어려워 상권이 발달하기 힘든 곳이었다. 하지만 임대료가 저렴해 젊은 상인들을 중심으로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들어오며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개성 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젊은 자영업자들이 이쪽 골목으로 들어오면서 상권이 자리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즈한국’이 경리단길 메인거리와 골목길을 전수조사한 결과, 임차인을 구하거나 빈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은 13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는 2층 이상 건물 전체를 임대로 내놓은 곳도 2곳 있었다.


최근 이 일대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군재정관리단이 있는 경리단길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임대’ 표시를 내건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이 같은 모습은 중심부로 들어갈수록 심화됐다. ‘비즈한국’이 이날 경리단길 메인 거리와 골목길을 전수조사한 결과, 임차인을 구하거나 빈 상태로 남은 곳은 13곳에 달했다. 2층 이상 건물 전체를 임대로 내놓은 곳도 2곳이었다.

 

경리단길 메인 거리로 이어지는 일명 ‘츄러스 골목’과 ‘장진우 거리’로 익숙한 회나무로 골목 상점들 가운데도 빈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카롱’으로 유명세를 탔던 한 상점은 2016년 11월 이후 현재까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역시 몇 년 전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했던 LP 가게 자리에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들어섰다.

 

경리단길 임대료는 지난 수년간 상종가를 보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리단길의 최근 3년간(2015~2017년) 임대료 상승률은 10.16%로 서울 평균인 1.73%의 6배에 달했다. 최근 기존 임차인들이 빠져나가며 임대료 상승폭은 한층 꺾인 모양새다. 이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현재 경리단길 메인 거리 상가 임대료는 전용면적 3.3㎡(약 1평) 기준으로 보증금 3000만~4000만 원에 월세 150만~250만 원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임대료가 내려가는 추세는 아니다. 다만 권리금이 없는 상점이 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무권리’ 전단이 붙어 있었다.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건물주들이 높아진 임대료를 내리진 않지만, 권리금을 포기하는 상인들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경리단길 상권의 침체가 임대료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유동인구 감소로 자연스레 공실이 늘어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경리단길 골목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던 한 자영업자는 “주말엔 손님이 넘쳐나지만 다수의 점포 분위기가 활발한 것은 아니다”며 “일부 유명 가게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지만 나머지 매장은 경리단길 명성에 비하면 좀 싸늘한 편”라고 말했다.

 

경리단길 메인 거리 초입에 ‘임대문의’​를 내건 점포가 눈에 띄었다. 사진=김상훈 기자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점포담당 관계자는 “유명 상권에 가맹점 출점을 고려할 때 상권의 고객 감소가 일어날 요인 또는 매출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 무엇인지 검토한다”며 “경리단길은 임대료보다 트렌드의 빠른 변화로 고객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경리단길이 남산과 어우러진 낮은 골목의 매력을 어필하며 경사지고 걷기 힘들어도 ‘나만의 가게’를 찾아 고객이 몰리는 특징이 있었다. 현재는 유사 점포들이 대거 유입되고, 해방촌 등 비슷한 상권의 성장으로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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