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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본진 털렸다'는 부산 부동산, 2012년 서울 수순 따를까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외지 투자자 몰리며 폭등… 실수요층 '멘붕' 올 정도

2019.12.09(Mon) 14:12:00

[비즈한국] 부산 시장은 16개 시군 전체의 시세가 움직이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이던 동부산(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의 분위기가 구도심인 서부산까지 확장되고 있다. 신축은 부산 시장에서 매물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기존 아파트는 조정 중인 물량이 있지만, 미분양은 악성 물량까지 완판됐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기존 조정대상지역에 속하던 신축 아파트는 악성 미분양 없이 안정적인 시장이었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전 가장 인기 있는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1000만~5000만 원 정도였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1억~3억 원의 프리미엄이 순식간에 상승했다. 서울에서 한 주 만에 1억 원이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에는 수요가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 그리고 대기 수요가 있는 지역과 수요가 빠지고 있는 지역이 혼재돼 있다. 사진은 입주를 시작한 엘시티 야경. 사진=연합뉴스


계약 해지에 따른 배액 배상(계약 파기 시 매도자는 계약금 외에 추가로 해약금을 지불해야 함)도 최근 부산 시장에서 증가하고 있다. 부산은 배액 배상이 거의 없는 시장이었는데, 최근 배액 배상 비용으로 1억 원 이상 지불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놀라운 사실은 배액 배상을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기분이 좋다는 점이다.

 

수영구, 해운대에서 인기 있는 단지들은 곧 10억 클럽(전용 84㎡ 기준, 총액 10억 원 이상)에 가입할 거라고 한다. 서울 강북권 새 아파트들과 시세가 비슷한 수준이 된다는 뜻이다.

 

조정대상지역 해제는 불쏘시개가 됐다.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풀리기 몇 주 전부터 서울 등에서 외지 투자자가 들어와 인기 매물은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부산 시민들이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인 지금도 매수자의 대다수가 타지 사람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수혜를 본 상품은 해운대구 중동의 엘시티다. 매물이 많았던 저층 비조망권 세대까지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 그리고 대기 수요가 있는 지역과 수요가 빠지고 있는 지역이 혼재돼 있다. 현재 부산에서 선호되는 지역과 아파트를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신축과 구축의 수요도 마찬가지다.

 

최근 부산 아파트 잠재수요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서울의 30대 연령층만큼 커지고 있다. 부산 시민들은 “본진이 털렸습니다”라고 표현한다. 2012년 전후의 서울 시장이 그랬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크게 조정됐다. 2012년에는 경쟁력 높은 입지의 신규 아파트도 비교적 낮은 가격의 매물이 많았다. 강남 3구는 물론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과천, 분당 하남, 광명까지 말이다.

 

대부분의 잠재수요층은 조정 중일 때 매수를 더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조정기에는 오히려 투자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부동산 인사이트 칼럼을 통해 실수요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한결같다. 좋은 입지·좋은 상품은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기다리면 절대 못 산다.

 

 

미분양이 많던 2012년은 ‘서울의 미분양 아파트’를 프리미엄 없이 살 수 있던 시기였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의 부산 시장은 2012년 전후 서울 시장을 보는 듯했다. 좋은 입지에 들어선 신규 아파트도 시세가 적당히 조정돼 있었다. 하지만 2019년 하반기부터 투자 수요층이 해운대구와 수영구 중심으로 미분양이 줄고 가격이 상승했다.

 

11월 6일 조정대상지역 해제 전후로는 거래량이 급증하고 가격이 폭등했다. 조정지역 해제 후 2주는 광란의 시기였다. 웬만큼 인기 있는 신규 아파트는 1억~3억 원까지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이미 계약을 한 세대는 배액 배상을 하며 계약을 해지하고 물건을 거뒀다. 앨시티의 가장 인기 있는 타입은 프리미엄 가격이 7억 원을 기록했다.

 

부산 부동산중개업소 사장님들이 ​조정지역 해제 후 2주간 ​집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일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부산에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 ‘실거주 내 집 마련’을 준비한 사람들은 그 속도에 놀라 멘붕에 빠졌다.

 

부산의 모든 지역, 모든 아파트가 이 폭등장에 동참한 건 아니다. 오르는 아파트는 계속 오르지만 조정 중인 아파트는 비교적 관심이 덜하다. 부산도 양극화가 진행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건 ‘묻지마 투자’다. 조급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 지역 내 최고가 아파트가 아니라면 반드시 주변 시세와 비교해 무리하지 않는 매수를 해야 한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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