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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신축·구축 디커플링 심화, 입지가 전부인 시대 지났다

비싸도 새 아파트 사려는 욕구가 대세…구축 위주의 정책 효과 크지 않아

2020.02.17(Mon) 11:26:01

[비즈한국] 전국 주요 부동산 시장에서 신축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신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급증하는 가운데, 구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줄면서 신규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 시세와 거래량이 정반대 그래프를 보인다. 

 

신규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급증한 이유에는 정부 정책의 영향도 크다. 최근 3년간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분석해 보면 기존 아파트 시세 대비 20~50%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면 ‘로또에 당첨되었다는 뜻’인 ‘로또 아파트’라는 신조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아파트에도 신품, 구품 사이의 소비층 구분이 일상화됐다. 사진은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시세보다 낮은 신규 아파트 가격은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시켰고,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로 청약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청약가점이 높은 세대는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청약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청약가점이 만점(84점)에 육박하는 단지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청약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30대는 준 신축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분양권, 입주권을 프리미엄을 통해 매수해야 했다. 이게 지난 3년간의 서울 부동산 시장이다.

 

#신축과 구축 이미 디커플링, 구축 대상으로 하는 정책 효과 없다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통상적으로 매매 시세뿐 아니라 전세 시세도 조정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임대사업등록 유도 및 양도세 증과 등 정책적으로 시장 매물량을 급감시키는 전략이 펼쳐졌고, 지금은 시장에 인기가 많은 5년 차 이하 신규 아파트 매물의 씨가 마른 상태다. 강동구 고덕동 신규 아파트에 입주 물량이 몰렸을 때도 가격이 거의 조정되지 않았고, 전세 시세는 오히려 상승했다. 

 

올해도 강동구 고덕지구와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 대규모 입주가 대기 중이다. 하지만 시장 거래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호가는 오히려 상승 중이며, 조정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신규 아파트와 준공 10년 미만 준 신축 아파트 사례를 살펴보면, 10년 차 이상 기축 아파트들은 이와 다른 시장 전개를 보인다. 시장 매물을 증가시키기 위해 정부에서는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하는 다주택자가 2020년 6월까지 매도하는 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신축과 구축이 디커플링 된 시장에서는 효과가 없는 정책이다. 시장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건 신축이지 구축이 아니다. 이미 구축 매물은 규제 정국 이전부터 거래가 쉽지 않았다. 시장의 실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말 그대로 생색내기 정책일 뿐이다. 

 

디커플링은 시장의 방향과 다르다는 의미다. 신규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가 따로 움직인다는 뜻도 된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신축아파트의 시세와 구축 아파트의 시세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을까?

 

정담은 ‘그렇다’다. 정확히 2013년 하반기부터 2015년까지 기존 아파트든, 신규 아파트든 모두 우상향 그래프였다. 서울·경기는 물론 전국 대부분 지역이 우상향 그래프로 같이 움직였다. 하지만 2016년부터 지역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기존 아파트와 신규 아파트도 다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역 디커플링에 신축·구축 간 디커플링 현상이 동시에 발생한 것이다. 

 

물론 전체가 다 같은 현상을 갖는 것처럼 해석하면 안 된다. 입지에 따라 신축·구축의 움직임이 다르다. 특정 입지는 신규 아파트도 수요를 못 채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비서울 지역 미분양 관리 지역이 대부분 그런 입지에 해당한다. 

 

#아파트면 무조건 수요 많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지역별로 다른 전략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아파트 준공 시기별로도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신규 아파트는 구축 아파트 대비 비싸다. 그런데도 신규 아파트 수요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규 아파트 수요가 많은 지역은 기존 아파트와 같은 입지 조건이라는 기준을 갖는다. 당연히 입지 경쟁력이 같으므로 상품 경쟁력에서 밀린다. ‘질적인 수요’에 대해서는 이전 칼럼에서도 여러 번 강조했다. 아파트면 무조건 수요가 많던 시기는 지났다.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의 아파트 가운데서도 재건축 가능성이 낮은 구축의 경우엔 선택받지 못하는 곳이 허다하다.

 

이제 아파트라는 상품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세대는 구축 아파트를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신규 아파트, 기왕이면 지하주차장이 잘 갖춰진 아파트를 희망한다. 조경이 좋은 아파트와 단지 내 헬스·에어로빅 시설을 갖춘 아파트를 희망한다. 보안이 잘 돼 있는 아파트를 희망하며 입주민만의 출입카드가 있는 아파트를 선호한다. 

 

방마다 개별 냉난방 시스템이 있어야 하고 수납공간이 많은 주방이 있어야 한다. ‘-’자 주방보다는 ‘ㄷ’자 주방을 더 좋아한다. 2베이보다는 3베이나 4베이를, 20평형대라도 화장실이 2개 있는 세대를 희망한다. 

 

입지적인 장점이 없거나, 기반 시설이 좋지 않으면 새 아파트라도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입지 조건이라면 아무리 비싸도 신축 아파트를 선호한다. 지금 가격은 거품이기 때문에 서울 신축 아파트의 시세가 하락할 거라 단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서울 신축 수요는 투자 수요가 아닌 대부분 실수요다. 시세가 높다는 걸 알지만 그 입지, 그 상품에 거주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하는 세대다. 

 

멋있는 모델하우스를 보며 허영만 늘었다는 사람도 있다. 좋은 시설을 갖춘 집에 살고 싶은 욕망이 쓸모 없는 허영일까? 그렇다면 대한민국 90%의 국민들은 허영에 찬 사람이다. 이런 욕망은 당연하다.

 

비싼 집들이 많아지는 건 부자들도 싫어한다. 싫다고 해도 이제 어쩔 수 없는 트렌드다. 좋은 입지의 좋은 상품은 한정돼 있고, 더 좋은 매물을 찾는 수요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 허영에 찬 잠재수요층의 희망사항에 시장이 맞춰야 한다. 좋은 상품을 찾는 건 트렌드다. 필요한 재화에 대한 욕구로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 

 

신규 아파트에 대한 선호 경향은 지속될 것이다. 기존 아파트는 신규 아파트를 선택할 수 없는 입지에서만 거래가 될 것이다. 무조건 아파트이기만 하면 거래 되는 시기는 끝나간다. 아파트의 경쟁력은 입지별·상품별 선호를 동시에 갖출 때 올라간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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