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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대안으로 급부상 'PA 간호사 합법화' 각계 반응

"이미 현장서 횡행, 양성화하자" vs "의사 수련 기회 박탈"…정부 "전문간호사 제도 검토"

2020.09.15(Tue) 11:11:06

[비즈한국] ‘PA(의사보조인력·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뜨거운 감자다.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며 의료인력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다. 최근 5년간 의사국시 합격자가 매년 3000명을 넘겼는데 올해 의사국시에는 응시 대상 3172명 중 14%인 446명만이 신청했다. 의료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 현장에서는 의사 업무를 일부 담당하던 PA 간호사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다만 정부는 PA 간호사 합법화 논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정이 PA 간호사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전공의 주장과 일부 매체의 보도가 나왔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도화를 고민하거나 검토하지 않는다. PA는 미국의 제도기 때문에, 한국의 직역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3월 의료인력업무범위협의체를 구성해 법제화를 추진한 건 전문간호사로, 이들의 업무를 어떻게 조정할지를 더욱 고민 중”이라고 했다.

 

#PA 간호사, 복지부 감사 나오면 휴가 쓰고 반강제적 퇴근하기도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며 의료인력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PA 간호사 합법화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첫날인 9월 8일 서울 자양동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앞. 사진=박정훈 기자


PA 간호사는 의사들의 의료 행위를 돕는 진료 보조 인력이다. 명칭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시행하는 PA 제도에서 따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PA 제도 자체가 없어 합법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전담간호사, 전문간호사 등으로 불리는 PA 간호사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든다. 의료법 제2조에 따르면 간호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만 할 수 있다. 그러나 PA 간호사는 의사가 해야 하는 처방 대행, 시술, 기록지 작성 등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전공의의 업무와 대개 중복된다. 일반 간호사는 간호부에 소속되지만, PA 간호사는 의국에서 전문의의 지시를 받고 일한다.

 

업무로만 따지면 의사와 간호사 사이의 애매한 직역이지만, 비인기과 전공의가 부족한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의사 인력 자체가 부족한 지방의 대학병원들은 부족한 의사 인력을 PA 간호사들로 채운다. 의사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것도 이유다. 구직 사이트를 확인해보면 현재도 PA 간호사를 채용하려는 다수의 병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은 “간호사 임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점,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가 수평적 위치에 있지 않다는 특수한 상황이 국내에서 PA 간호사가 암암리에 많이 나오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PA 간호사들의 고충은 적지 않다. ‘유령’처럼 취급될 때도 있다. 지방 병원에서 PA 간호사로 근무하는 A 씨는 몇 달 전 의도하지 않은 ‘반차휴가’를 쓰고 황급히 퇴근해야 했다. 복지부에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PA 관련 감사가 진행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휴가 사용을 강제하지는 않았으나, 기존의 PA 업무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비인기과 전공의가 부족한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지방 대학병원들 가운데에는 부족한 의사인력을 PA 간호사들로 채우는 곳도 많다.


A 씨는 “신입 때부터 PA로 일을 했다. 현장에서 실무를 익히면 됐고 출퇴근이 일정해 큰 고충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의사 파업 때 PA 간호사들에게 업무가 몰리면서 내가 맡고 있는 일이 작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의료 공백이 생기면 PA들은 불법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부담만 늘어날까 걱정된다. PA를 수면 위로 올려서 교육을 하는 등 체계를 확실히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법이라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암암리에 증가

 

PA는 현재 전국에 1만 명 가까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건의료노조가 2020년 8월 8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PA는 717명으로 기관당 평균 89.63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29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5개 대학병원의 PA가 평균 50.8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은 누가 의사고 누가 PA 간호사인지 모를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무 공백이 생길수록 PA 간호사의 불법의료 범위는 점점 커진다. 의사가 부족한 지방 병원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앞서의 PA 간호사 A 씨는 “이전에 과에서 초음파는 의사의 영역이라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결론은 지금도 PA 간호사들이 (초음파를) 보고 있다. 시술을 하면 봉합하는 일도 PA 간호사나 레지던트(전공의)들이 하는데, 이걸 간호사의 업무로 보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계에서는 PA를 차라리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매년 불법으로 규정된 PA 인력이 암암리에 늘고 있는 만큼 PA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 합법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은 “PA 간호사들이 의사의 핵심 업무를 채워줄 인력은 분명히 아니다. 의사 인력을 충분히 충원하고 국가명령체계가 작동될 수 있는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의료가 최신화되고 급여가 전산화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을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PA의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공의는 전공의의 실습 기회가 박탈된다는 이유로 PA 간호사 합법화를 반대했다.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한 전임의가 시위하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그러나 전공의와 대한의사협회 등은 반대 목소리를 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공의는 “PA 합법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전공의들의 교육을 어떻게 할지부터 논의해야 한다. PA들은 주로 수술실 보조 업무를 많이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전공의와 전임의가 직접 보면서 배울 기회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B 씨는 “간호직에도 층위가 생겨 PA가 일반 간호사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간호사들 중에서도 PA 간호사를 합법화하면 PA 직역 이외의 간호사 인력난이 심화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대한간호협회도 PA 양성화보다는 간호사들이 불법으로 몰리는 상황을 근절해야 한다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취한다. 정부는 2000년 국내 도입된 ‘전문간호사 제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간호사는 간호대 석사과정을 끝내고 전문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업무 전문성을 인정받은 간호사다. 보건·​마취·​정신·​응급 등 13개 분야에서 활동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어떻게 구체화할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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