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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약 스토리] 한국 최초 신약 '활명수'와 동화약품의 미래

1897년 궁중비법 담아 탄생, 비싼 가격에도 효과 빨라 입소문…동화약품, 새로운 성장동력 '절실'

2021.01.21(Thu) 15:59:40

[비즈한국] 우리나라 제약 산업은 경제 규모에 비해 매우 더디게 발전했다. 국가 주도로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해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루었지만, 제약 산업은 기초 과학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요즘, 우리나라는 ‘카피약 강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선진국과 나란히 경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비즈한국’은 우리나라 제약 산업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봄으로써 우리 제약 산업이 지닌 잠재력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쳐본다.

 

지금이야 몸이 아프면 병원이나 약국에 들러 양약을 처방받거나 한의원에서 한약을 타오면 되지만, 1800년대만 해도 선택지는 한약뿐이었다. 당시 민간에서는 한약방에서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을 토대로 한 침이나 뜸 치료가 이뤄졌다고 한다. 왕에게도 아프면 한약이 처방됐다. ‘조선 시대 왕들의 질병 치료를 통해 본 의학의 변천’ 논문에 따르면 조선 시대 왕들의 주된 치료법은 환제나 탕약 등 약물과 침과 뜸이었다. 이것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 종묘와 명산에 기도했고, 감옥에 갇힌 죄수를 사면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야 서양 의약학이 서서히 도입됐다. ‘조선 후기 서양의학의 수용과 방향’ 논문에 따르면 1876년 강화도 조약을 계기로 문호 개방이 이뤄져 서양 의학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21년의 대한민국이 코로나19 극복에 온 힘을 쏟는 것처럼, 조선 후기 국가적 과제도 전염병 문제 해결을 통한 ‘부국강병’이었다. 1800년대 초중반 콜레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전체 인구의 5%가 넘는 40만~50만 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서양 의약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1800년대 민간 한약방에서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을 토대로 한 침이나 뜸 치료가 이뤄졌다. 사진=MBC 드라마 ‘허준’ 캡처

 

#우리나라 최초의 신약 ‘활명수’

 

통상적으로 문호 개방 이후를 우리나라에서 근대 제약 산업이 시작된 시기로 보는데, 이 출발선에 섰던 것이 지금 우리에게도 익숙한 동화약품 ‘활명수’다. 1897년 조선 국왕의 경호실인 선전관 출신 민병호가 동화약방을 세웠고 우리나라 최초의 신약인 활명수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궁중에서 사용되던 비방을 토대로 전통 한약재를 넣고 멘톨과 같은 서양 약재를 첨가해 특유의 알싸한 맛을 낸 위장장애·소화불량 치료제였다.

 

“왕정국가에서 궁중의 비방으로 만든 약이 일반에 판매된다는 것은 당시엔 상당한 사건이었다.” ​예종석 한양대 명예교수(전 동화약품 사외이사)는 ​‘활명수 100년 성장의 비밀’에 이렇게 적었다. 이 책에 따르면 민병호는 선전관으로 있으면서 평소 의약에 관심이 많아 왕실의 의료 업무를 전담하던 주임관들과 소통하며 궁중 비방을 익혔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서양 선교의사들과도 교류하며 서양 의약도 접했다. 선전관을 그만두고 대중을 구제해야겠다고 결심한 그가 아들 민강과 함께 연구해 내놓은 게 바로 ‘목숨을 살리는 물’이라는 의미를 담은 활명수다.

 

이 책에 따르면 당시 활명수는 기존의 한약처럼 달여 먹지 않아도 되고 효력이 빨리 나타나 초반부터 인기를 끌었다. 약값은 1910년대 설렁탕 두 그릇에 막걸리 한 말 값인 50전. 지금으로 치면 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지만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1897년 등장한 활명수는 궁중에서 사용되던 비방을 토대로 전통 한약재를 넣고 멘톨과 같은 서양 약재를 첨가해 특유의 알싸한 맛을 낸 위장장애·소화불량 치료제다. 1967년 1월 일간지에 실린 동화약품 활명수 광고. 사진=동화약품 홈페이지


동화약품이 활명수를 사수하기 위해 펼쳤던 브랜딩 방법은 지금도 회자한다. 동화약품은 1910년 우리나라 최초 상표인 ‘부채표’를 등록했다. ‘민족이 합심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는 이름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는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1900년대 중반에는 활명수와 비슷한 제품이 난립했다. 특히 삼성제약 ‘까스명수’의 위협은 거셌다고 한다. 그러나 동화약품은 활명수에 탄산을 넣은 ‘까스활명수’를 내놓았고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발포성 소화제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다행히 출시 2년 만에 까스활명수는 선두에 오를 수 있었다.

 

#‘역사만 긴 기업’ 오명 붙은 동화약품의 과제

 

활명수류는 지금도 동화약품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3분기 동화약품의 전체 매출액에서 가스활명수큐액·미인활명수·까스활액 등 활명수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24.7%(503억 원)다. 후시딘류는 8.75%(178억 원), 판콜류는 12.78%(260억 원), 잇치류는 8.11%(165억 원)로 일반의약품 매출 비중이 약 55%에 달한다. 활명수류 매출은 2017년 563억 원, 2018년 581억 원, 2019년 615억 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동화약품에는 ‘역사만 긴 기업’이라는 오명도 따라 붙는다. 동화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긴 123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매출은 후발 기업들에 한참 뒤처진다. 올해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유한양행·GC녹십자·한국콜마·광동제약·종근당·한미약품·삼성바이오로직스 등 11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매출 ‘1조 클럽’에 들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판매한 의료기기업체 씨젠과 SD바이오센서도 매출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동화약품은 2017년 2588억 원, 2018년 3066억 원, 2019년 307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0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약 2034억 원이다.

 

100년을 훌쩍 넘긴 활명수로 명성을 쌓은 동화약품은 회사 규모가 작고 신약 파이프라인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역사만 긴 기업’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사진=동화약품 유튜브 캡처


동화약품은 다른 제약기업이 전문의약품으로 승부를 보는 것과 다르게 일반의약품 매출 비중이 높다. 신약 파이프라인도 많은 편이 아니다. 지난 11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신약·개량신약 임상도 5개다. 그나마 코로나19 신약과 당뇨 신약 임상이 추가된 것이다. 2015년 연구를 시작해 임상1상 진행 중이던 소염진통복합제는 개발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돼 지난 3월 임상이 중단됐다. 코로나19 신약은 임상2상, 나머지 신약 임상은 제제연구나 임상1상 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활명수로 명성을 쌓은 동화약품은 신사업을 통한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상황. 윤인호 전략기획본부 및 생활건강사업부 전무가 ‘키맨’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동화약품은 5대 사장인 윤창식 사장이 동화약방을 인수한 후 윤광열 명예회장, 윤도준 회장, 윤인호 전무로 이어지는 4세 승계 작업에 한창이다. 윤도준 회장의 장남인 윤 전무는 2019년 3월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후 꾸준히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2020년 11월 기준 윤 전무의 동화약품 지분율은 2.30%다. 윤 전무는 동화약품의 신사업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화약품이 택한 신사업 분야는 의료기기와 보툴리눔톡신(보톡스)이다. 지난 7월 동화약품은 척추 임플란트 전문기업 ‘메디쎄이’ 지분 52.93%를 196억 원에 인수했다. 9월에는 기술보증기금이 보유하고 있던 메디쎄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도 인수하면서 동화약품은 메디쎄이 지분 59.9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 4월에는 바이오 기업 ‘제테마’와 보툴리눔톡신 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당시 동화약품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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