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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드 보복 ‘비관세장벽’ 따라잡기

통관심사 등 26개, 소비자 불매운동도 우려…제도 마련 필요

2016.08.12(Fri) 11:11:25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배치 문제로 한국과 중국 간에 긴장감이 맴돈다.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매체는 한국에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한다. 일부 한류 스타와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출연 및 방송을 금지할 것이란 엄포도 놓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당장 경제제재를 취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과의 정경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뜻에서다. 한국의 소재·부품 수입을 가로막았다가 중국의 수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현실적 고려도 작용했다.

   
지난 6월 29일 중국으로 수출되는 삼계탕. 사드 배치로 중국의 무역보복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중국은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 나라다. 관세 부과 등을 통한 무역보복 조치말고도 한국의 수출을 제한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중국에서 발동할 수 있는 비관세장벽은 무엇이 있고, 한국 정부·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역협회의 비관세장벽 포털을 찾아보면 현재 중국에서 신고된 비관세장벽은 26개다. 인도네시아(5개)·일본(4개)·미국(3개) 등 비관세장벽을 발동한 나머지 10개 국가를 합한 22개보다도 많다. 중국의 비관세장벽은 주로 통관심사와 제품의 재료 등 자격기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홍삼진액의 경우 한국에선 6년근 홍삼이 식품인 데 비해 중국에선 약재로 분류한다. 이 때문에 중국에 6년근 홍삼진액을 수출하려면 까다로운 의약품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에선 주로 5년근 이상을 재배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홍삼진액 제품을 의약품으로 분류해야 한다. 문제는 이 기준이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3년근의 생산이 늘어나면 당국이 3년근만을 식품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 한국 기업은 고무줄처럼 변하는 중국의 제도와 심사규정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현지 시장에서 중국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관에서 수입거부를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셀 등 배터리의 경우도 중국은 국제표준에 없는 자격을 요구하거나 다른 조건을 제시한다. 배터리 표시사항과 과충전시험·온도순환시험·과열시험 등 기본적인 심사 기준이 다르고, 국제표준에 없는 △정전기 방전시험 △단락보호 △중량충격 등의 시험자료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기준과 상이한 기술적 요구사항은 비관세장벽으로서 앞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규제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당국은 중국내에 마련된 시험소에서 제품 시험을 하면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나, 국내 기업으로선 기술유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량 초과나 포장, 용량 기준, 위생 및 검약 등 중국 당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기술장벽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중국의 품질 인증대상 품목도 2003년 132개에서 2014년 158개로 늘어나는 등 증가추세”라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자발적 불매운동도 우려된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3500여 개 국내 기업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기도 하다. 불매운동을 두려워한 현지 한국인 상인들은 서로 숨죽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2008년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가 달라이 라마를 후원한다는 소문이 돌자 중국에서 까르푸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불매운동을 사실상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비쳐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중국에서 월마트와 양강구도를 이루던 까르푸는 이 사건 이후 시잠점유율이 4~5위권으로 추락했다. 이에 일부 교민들 사이에선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자는 의견과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어 침묵하자는 의견이 부딪히기도 했다.

사실 비관세장벽과 불매운동 등 중국의 ‘비공식적’ 경제제재를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다. 다만 한국 정부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한편, 한국 기업인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먼저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선 다른 나라 제품이 한국 제품을 대체할 수 없도록 고부가가치화와 특성화를 꾀해야 한다. 중국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의약·소재·화학섬유·합철 및 가공비철금속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디스플레이·반도체를 생산할 때 쓰이는 증착기 등 제품은 사실상 한국·일본 외에는 대체할 나라가 없다. 또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등 판로 다변화도 꾀해야 한다.

화장품 등 소비재는 갑작스런 시장점유율 하락에 대비해 수출금융과 유통망 확대를 지원해야 한다. 영업·유통·마케팅 공유를 위해 국내 기업 간 네트워크 강화도 필요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보복을 가했다고 꼭 승복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 정부의 제도적 변화와 통관 기준 등 품목별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국내 기업끼리 정보를 공유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중국 기업 간에 파트너십을 강화해 중국 기업의 한국 제품 의존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산업·품목·기업별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비즈한국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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