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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정두언 참회록4] 서울시장과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는 정치

‘내가 기업도 십수개를 운영해봤는데~’ 정치의 어려움과 중요성 간과한 위험한 생각

2016.10.04(Tue) 15:28:26

서울시장과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정치다. 그런데 ‘이명박 서울시’는  사실 정치가 별로 필요 없었다. 당시 서울시의회는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어 의회가 시정을 발목 잡는 일은 거의 없었다. 또한 노무현 정부 말기에는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팽배해 있어 다음에는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언론 환경도 우호적이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명박은 매우 유리한 상황에 있었다. 정치적인 장애가 없어 성공한 시장으로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는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팽배해 이명박에게 유리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그러나 이런 경험은 이명박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데 오히려 큰 장애가 되고 만다. 대통령은 정치인이지 행정가가 아니다. 이명박은 서울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정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고, 심지어 ‘정치는 필요악’이라고 보았다. 더구나 기업인 출신인 그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정치의 폐해를 몸소 겪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이미 몸에 배어 있었다. 

 

서울시장 시절 이명박은 ‘내가 기업도 말이야 십수 개를 만들어 운영해봤는데~’ 라고 말하곤 했다. 국가 운영이 별 것이냐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정치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간과한 위험한 생각이었다. 내가 보기에 이명박은 ‘김영삼, 김대중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하는 생각을 마음속에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이명박에게는 운도 따랐다. 무능한 정권이라는 평가를 받은 노무현 정부 때문에 행정에도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사고가 팽배해졌다. 기업에서 성공했고 서울시장도 성공했으니 국가 경영도 잘할 것이라는 ‘경제대통령 이명박’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엄청 높았다. 당시 이명박의 참모들도 ‘경제대통령은 이명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제대통령 이명박’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엄청 높았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사에 걸린 현수막. 사진=비즈한국DB


대통령직이야말로 다양한 이해와 갈등을 잘 조정할 수 있는 정치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대통령 자체가 행정가 보다는 정치인이라는 얘기다. 기업에서 성공했다는 것과 경제를 안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개발독재 시절에 대기업은 대부분이 관 주도로 성장을 한 것이지, 시장경제에서 성장한 것이 아니다. 현실 경제는 우리가 대학에서 배우는 경제가 결코 아니다. 모든 경제정책은 정치적인 과정을 거쳐 결정되고 집행된다. 따라서 경제가 정치와 유리될 수 없는 것이다. 

 

 

# 이명박, 능력보다는 충성스러운 사람에게 자리를 준다

 

정치의 영역 중의 핵심이 인사라 할 수 있다. 이명박의 정치 기피증은 그의 인사 스타일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내가 보기에 이명박식 인사 철학은 성실한 사람, 충성심이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주는 것이다. 게다가 능력과 소신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사자에게 이런 저런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있어도 열심히 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맡겨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생각은 이른바 ‘내 사람’, ‘끼리끼리’ 인사가 무엇이 문제냐는 생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대통령이 된 뒤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라는 비판을 받지 않았던가. 이미 서울시장 시절 인사에서 이런 싹이 보였다. 

 

이명박의 정치 기피증은 그의 인사 스타일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능력과 소신보다는 열심히 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썼다. 고대 출신의 현인택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2년 7개월간 통일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2005년 국정감사 때 이명박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서울시 인사가 편중됐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영남 출신 인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2006년 1월쯤 서울시 국장급 인사가 있었다. ‘시장 이명박’이 하는 마지막 국장급 인사였다. 당시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있던 정태근은 이명박이 대권을 노린다면 인사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역편중 인사에서 탈피하여 탕평인사, 공정인사를 한 시장으로 남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명박을 만난 자리에서 넌지시 물었다. 

 

정태근 : 국장 인사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

이명박 : 정 부시장이 인사를 좀 아나?

정태근 : 이대로는 안 됩니다. 대권을 생각하신다면 지역 안배를 좀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명박 : 무슨 소리야. 열심히 하는 사람 시키면 되지 지역 안배가 왜 필요해!

 

나도 당시 정태근과 생각이 비슷했다. 나는 심지어 KTX를 타고 지방에 업무차 가는 이명박에게 편지를 써서 주기도 했다. 왜 인사에서 지역안배가 필요한가 하는 것이 편지의 요지였다. 나는 지역 안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인사에서 소외된 이들이 퇴임 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그것이 이명박의 대권 행보에 나쁜 이미지를 남길 것을 염려했다. 이런 노력이 통했는지 마지막 국장급 인사는 호남, 충청 인사들이 적절히 안배된 채 잘 마무리됐다. ​

정두언 전 국회의원 bizhk@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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