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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tar] ‘더 지적으로, 더 친하게’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인터뷰

다음 그만둔 후 독서모임 창업…“위험 감수할 줄 알아야 덜 위험한 시대”

2016.11.09(Wed) 17:04:16

“좋아할 수밖에 없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좋아하기로 했기 때문에, 너를 위해 노력할 거라는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어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거잖아요.”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꼽으며 윤수영 대표(29)는 이렇게 말했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북 클럽 ‘트레바리’를 만든 그를 닮은 답이다. 1년 전 한 개의 모임으로 시작한 트레바리는 다음 시즌 80개가 넘는 클럽을 운영하게 되었다. 빠른 성장의 비결로 그는 ‘누구보다 많이 도움을 외쳤던 것’을 꼽는다. 지난 11월 3일 서울 신사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윤수영 대표를 만났다.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는 “독서모임이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선 무슨 상황에서도 룰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레바리’가 무슨 뜻인가.

“순우리말로 ‘매사에 트집 잡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뭔가 어감이 좋아 ‘딱 회사 이름이다.’ 싶었다.”

 

―어떻게 ‘독서모임’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하게 되었나.
“원래 개인적으로 5년 정도 독서모임을 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좋아하고 동시에 생각보다 운영이 어렵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누군가가 운영을 전담하지 않으면 이 좋은 걸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없을 거 같았다.”

 

―초창기에 회원들을 어떻게 모집했나.
“정말 알음알음 모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카페에 있다가 누군가 좋은 책을 읽고 있으면 다가가서 ‘책 좋아하시나 봐요’라며 말을 걸었다. 열에 아홉은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멀리하는데 그렇게 해서 팀에 합류해 주신 분들도 계신다. ‘게시물을 보니 책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새로 시작한 독서모임에 한 번 와 보실 수 있겠어요?’라는 식으로 다짜고짜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요즘은 주로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회원들을 모집한다.”

 

―바쁜 현대인들이 왜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그중에서도 왜 트레바리를 선택한다고 생각하나.
“대학을 졸업하면 정말 의지를 갖추지 않는 한 지적활동을 잘 안 하게 된다. 나도 어렸을 때는 책 읽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술 먹고 노는 게 사실 더 재미있다. 사람들도 혼자는 잘 안 하게 되니 어느 순간 ‘이런 기회에 지적활동과 성찰을 해 볼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트레바리 회원 중에는 이미 다른 독서모임을 해 보신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다수 독서모임은 관리가 잘 안 돼 결국 흐지부지된다는 걸 잘 아신다. 그렇다 보니 돈을 내고서라도 시간을 버리지 않고 제대로 된 모임에 참여하고자 하시는 것 같다. 이번 재등록률도 70%가 넘는다.”

 

윤수영 대표는 “우리나라는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 대한 지급의사가 상당히 낮아 회원비를 비싸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윤수영 씨 제공

 

 ―트레바리 가입비가 네 달에 19만~29만 원이다. 적지 않은 돈이다. 해 준 것도 없는데 뭐가 이렇게 비싸나 싶을 수 있다. 

“맞다. 가격은 이 정도를 받아야 직원들에게 이 정도를 줄 수 있다는 완전히 공급자적인 생각에서 설정했다. 일하는 사람을 착취해야 하는 구조라면 그것은 산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일을 못 해서다. 확실하게 자기가 받는 게 있다고 여기면 그런 불만을 안 느낄 테니.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는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 대한 지급 의사가 상당히 낮은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는 공간 마련 비용보다 인건비가 훨씬 크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공간에 드는 돈만 이해한다. 하다못해 회원들과 카카오톡을 하는 시간도 되게 길고 감정소모도 심하다. 나는 시간과 감정의 비용은 상당히 비싼 것으로 생각한다.”​ 

 

―독서모임을 관리한다는 것에 어떤 일들이 포함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일단 스케줄링이 진짜 힘들다. 독서모임을 하려면 우선 책을 투표로 정하고 발제자를 지원받아야 한다. 친구들끼리 메뉴 투표만 해보면 알겠지만 정말 참여를 안 한다. 여러 번 닦달하고 물어봐서 이런 걸 정해도 안 오시는 분이 계시면 또 일일이 연락 드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까칠한 분들은 짜증을 내시기도 한다. 발제문을 너무 대충 준비하신 경우에는 기분 상하시지 않게 내용 보강을 요청해야 한다. 이게 한 클럽에 들어가는 공식적인 관리 내용이다. 그 외에 회원에 맞는 관리를 해야 하고 SNS 콘텐츠 교열·교정도 봐야 한다.”​ 

 

―지적활동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나는 먹고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해줄 수 없다. 일단은 먹고 산다는 전제하에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진선미’라는 말이 있듯 지적인 것, 아름다운 것, 선한 것이 사람들의 삶에 의미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세 개 중 하나를 고른 것뿐이다.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었다. 일종의 옷 같은 거다. 취향의 차이다. 그러나 확실히 구린 옷은 있다고 본다.”

 

―어린 나이에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한데.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는 자신이 들었던 인상 깊은 조언으로 ‘급변하는 시기에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것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것이다’라는 말을 꼽는다. 나 역시 어린 나이에 시장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회사에 다니는 것이 큰 위협처럼 다가왔다. PC로 시작한 다음이 급속도로 성장한 모바일 시장에 잘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PC 시대를 호령했던 인재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내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막상 창업해 보니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뇌를 빌려 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회비에 0 하나를 더 붙여서 보내주신 분도 있었다. 또 자기 일처럼 조언을 해 주신 거나 아예 ‘나와 봐. 내가 할게’라고 도와주신 분도 계셨다. 내가 한 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주위 반응은 어땠나.
“누구랄 것도 없이 반대했다. 독서모임이라는 것 자체가 시대에 역행하는 느낌이고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가 너무 드물어서 ‘아이템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지금은 이 비즈니스 모델이 정말 말이 되는 건지 실험하는 단계다. 내년쯤 되어야 가설 검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거 같다.”

 

―독서모임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룰은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룰을 나중에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여론에 함부로 휩쓸리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 자체가 허물어진다는 걸 많이 느꼈다. 독후감 제출이 1분이라도 늦으면 못 오게 한다거나 그런 것도 경험에서 나왔다. 친한 것이 장땡이라는 식의 모임은 콘텐츠가 무너지고 콘텐츠가 무너지면 결국 커뮤니티도 무너진다. 아무리 커뮤니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어도 콘텐츠가 보장되지 않은 커뮤니티는 멀리할 수밖에 없다.”

 

윤수영 대표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이유를 “급변하는 시대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는 말에 동감했기 떄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윤수영 씨 제공

 

 ―트레바리의 성장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딱 2배씩 늘리자는 마음으로 해 오고 있다. 지난해 5월에 1개로 시작해서 6월에 2개, 7월에 3개씩 늘려나가다 올해 5월에는 18개, 지금은 34개의 모임이 생겼다. 다음 시즌에는 82개가 운영될 예정이다. 물론 망할 수도 있다. 아직은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물건만 열심히 만드는 격이다.”

 

―트레바리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라고 보나.
“나다. 작은 조직일수록 대표의 역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회사의 성장을 과연 대표가 잘 따라가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만 말할 수 없다.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사의 대소사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가 명확했다. 그런데 슬슬 회사가 마주하는 의사결정에 있어 모르는 문제들이 되게 많아지고  있다.”

 

―궁극적인 꿈이 있다면
“트레바리의 비전이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다. 내 인생이 조금은 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나 자신을 가장 예뻐했을 때는 내가 쓸모 있게 여겨졌을 때였다. 나로 인해 세상이 조금 더 나은 곳이 되었으면 한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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