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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티 게이트 열리나] “그렇게 자수한 건 일부는 내주겠다는 뜻”

친박계 핵심 인물들 로비 대상 거론…현직 검사들도 오르내려 대검 ‘당혹’

2016.11.11(Fri) 19:07:21

잠적 100일여 만에 붙잡히면서 새벽 3시 30분쯤 부산지방검찰청에 나타난 이영복 부산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 회장.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말을 반복한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대표는 대부분 답을 않거나 부인했는데 ‘최순실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대답 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5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가로챈 혐의로 공개수배됐다 붙잡힌 해운대 엘시티(LCT)시행사의 실질 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를 나서 부산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의 혐의는 비교적 단순하다. 5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것(횡령). 이 회장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공무원과 정치인, 법조인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아 2019년 완공 예정인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장과 맞닿은 옛 한국콘도, 옛 국방부 땅 등을 포함한 미포지구 6만 5000㎡에 건설 중이다. 당초 60m의 높이 제한이 있었지만, 시청 등은 건물 높이 제한을 풀어줬고, 그 결과 101층 랜드마크 동의 높이는 무려 411.6m에 달한다. 

 

인허가 과정에는 환경영향평가가 면제됐고, 엘시티가 들어서면 주변 교통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교통영향평가를 손쉽게 통과했다. 일련의 과정에 이 회장의 ‘금품 로비’가 없었으면 불가능 했을 것이라는 말이 지배적이다.

 

사실 이영복 회장은 부산 바닥에서 ‘로비’로 유명하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이영복 회장은 뇌물을 줄 때 직접 만나서 현금으로만 주고,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돈을 받는 쪽이 더 믿고 받을 수 있었고, 과거 검찰 수사를 한 번 받았을 때도 자물쇠로 혼자 책임을 지고 가면서 ‘더 믿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검찰청 관계자 역시 “돈 한푼 없이 시작한 이영복 회장은 주변 사람들을 엮어주면서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고 본인도 특혜를 받는 구조로 사업을 키웠다고 들었다”며 “자본도 넉넉하지 않은 사람이 해운대에 그런 엄청난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누가 맘먹고 도와주지 않으면 그렇게 쉽게 건설을 진행할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진=엘시티 홍보물


이 회장이 과거 검찰 수사 때 자물쇠로 이름을 날렸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자수 형식으로 검찰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도망을 다니며, 여러 이름들을 언급하고 다녔기 때문. 친박 핵심들이 이 회장의 돈을 받은 인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당사자들은 모두 “이 회장을 알지만 돈은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엘시티 게이트가 ‘최순실 게이트’의 뒤를 이어 정치권을 강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는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이 회장이 도망을 다니면서 변호인을 선임해 계속 수사팀과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들었다”며 “모든 로비 대상자를 불지는 않겠지만, 검찰의 양형을 다소 조정 받고(플리바게닝) 대신 서너 명의 로비 대상자를 부는 형식으로 수사에 협조하기로 약속을 받고 체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수수사에 밝은 검사 역시 “이렇게 도망 다니다가 스스로 나왔다는 것은 일부는 내주겠다는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이 회장이 불안해했다고 하던데 검찰도 이 회장을 달래며 이 회장이 편하게 해준 뒤 얻어내야 할 이름(로비 대상)을 받아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인지 이 회장을 잘 알던 정·관계 인사들은 좌불안석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인사는 동부지청이 수사를 한창 진행 중이던 9월, 검찰이 아무 연락을 하지 않았음에도 먼저 변호인을 구한 뒤 검찰 수사 흐름을 문의하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도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이미 한 차례 엘시티 게이트가 휩쓸고 지나간 상황. 지청장(차장검사급)이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는 얘기가 두세 달 전 부산 일대를 휩쓸었는데, 대검찰청은 이를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해당 차장검사가 국정원 직원들과 밥 먹는 자리에 나갔다가 이영복 회장을 만나 룸살롱 대접을 받았다는 얘기가 있어 직접 확인해 봤는데, 국정원 직원과 만난 것은 맞지만 이 회장은 없었다고 한다”며 “이 회장이 도망 다니면서 일부러 검찰을 흔들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서초동 일대로 확산되고 있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전직 법원장, 전직 검사장 등 부산 지역 출신 판검사들 이름이 이영복 회장 리스트에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얼마만큼 수사가 확대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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