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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치리스크에 글로벌 증시 먹구름

‘최순실 게이트’에 투자심리 얼어붙는 와중에 이탈리아 개헌 부결 프·독 난민 문제 덮쳐

2016.12.06(Tue) 22:48:43

“이런 장세에서 어느 종목을 추천하겠어요.” 최근 유망 종목을 묻자 한 중견 증권사 펀드매니저는 체념했다는 듯 답했다. 실제로 투자할 만한 종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프라 투자 확대 계획으로 중공업 등 종목의 주가는 최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매니저의 말에는 다른 뜻이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거래량이 부진하고 투자심리가 불안해지는 등 상승 동력이 완전 꺼졌다는 설명이다. 전대미문의 정치리스크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외국인은 팔자를 이어가며 증시 부진을 이끌고 있고, 개인투자자의 불안감도 커졌다.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 10월 24일. 외국인은 이후 불과 열흘 새 유가증권시장에서 7617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선물시장에서는 3조 1135억 원이나 정리했다. 매도 규모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때보다도 컸다. 외국인은 채권 투자도 줄였다. 2일 기준 외국인의 원화 채권 투자액은 89조 4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조 원 떨어졌고,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상승했다.

 

특히 삼성·현대자동차·롯데·SK·한화 등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내 대표 기업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부적절한 정경유착의 정황이 드러나면서 기업 실적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 삼성전자는 11월 말부터 외국인이 많이 판 상장종목 상위 1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구나 주식 투자의 큰손, 해외 연·기금이 ‘부정부패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더욱 억누른다. 도덕적 기업에 투자하는 국제연합(UN)의 ‘책임 투자 원칙’에 서명한 투자자는 세계적으로 304곳. 이들의 운용자금은 16조 6000억 달러(약 2경 원)에 달한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과정에서 비리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투자 회수라는 선택에 나설 수도 있다.  

 

또 사드배치를 중심으로 한 안보 이슈도 증시를 억누른다. 사드기지 배치에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중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정치보복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한한령’으로 한류 연예인들의 중국 방송·광고 출연이 금지되자 엔터테인먼트 종목도 울상이다. 경제가 안 그래도 어려워 기업을 억누르는데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낸 정치리스크가 깊숙한 치명상을 입힌 셈이다.  

 

이런 정치리스크는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며 이민 반대 등을 내건 보수정당에 힘이 실리며 정치적 프레임워크가 변화하고 있다. 또 1990~2000년대를 지배했던 세계화와 자유무역 기조가 퇴조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일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로 이탈리아 은행 줄도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나라)에서의 이탈리아 탈퇴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 가치가 급락했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방지센터에서 직원이 유로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탈리아의 경우 4일(현지시간) 치러진 개헌 국민투표 부결 결과 마테오 렌치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히자 금융위기 회오리가 몰아쳤다. 불안심리가 커지며 채권금리가 오르고 증시는 곤두박질쳤다. 렌치 총리가 추진해 온 경제구조 개혁과 부실은행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탈리아는 만성 재정 적자와 금융 부문의 시스템 리스크를 낮춰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이텍시트)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은 아시아까지 피해를 입혔다. 이탈리아의 개헌 투표가 있던 날 아시아 증시는 코스피를 비롯해 일본 닛케이지수, 홍콩H지수 등 모두 하락했다. 채권 금리는 오르고 국채 가격은 떨어졌다.

 

문제는 이탈리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 나라는 시리아 난민 유입으로 정치 혼란에 빠진 가운데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정당 집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여파로 프랑스 CAC 40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10% 하락했고 독일 DAX30 지수도 내리막을 그리고 있다. 난민 문제가 나오기 전인 3년 전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떨어졌다. 프랑스와 독일 정치의 향배에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재정확장 정책이 단기적으로 증시에 긍정적이겠으나, 이미 금융이 팽창 상태라 그 여력은 크지 않다. 폭발력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며 “고립주의의 확산과 유럽의 보수 정당 집권은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협상이 끝났음에도 비회원국인 러시아·이란의 증산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중동의 정치 불안 요소라 유가상승과 실물경기 악화에 의한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식·채권·원자재 등 투자자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풍부한 유동성으로 호조를 누렸다. 그러나 정치 불안 여파로 7년간의 호황을 끝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7년은 세계적으로 정치의 해다. 한국은 물론 독일,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 1년차를 맞는 트럼프 행정부, 일본의 내각 재신임 등. 정치 일정 하나하나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덫일지 모른다. 여기에 미국은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올릴 가능성이 높고, 일본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끝낼 가능성이 높다.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게 없다. 

 

2017년 증시는 불투명한 호재와 분명한 악재가 혼재되는 해다. 대다수 증권사가 증시 호조를 예상하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한 투자전문가는 “풍부한 유동성이 이미 증시와 채권시장에 반영돼 유동성 랠리를 벌일 가능성은 낮고 실물경기 역시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방망이를 짧게 잡고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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