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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tar] 저탄고지 전도사 양준상 전문의 “탄수화물, 끊지 말고 줄이세요”

고지방보다 저탄수화물이 문제, 체중에 집착하지 말아야

2016.12.16(Fri) 18:42:48

“지방은 비만의 주범이 아니다.” 

지난 9월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뒤집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MBC 스페셜 ‘밥상, 상식을 뒤집다. 지방의 누명’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저지방 우유, 저지방 땅콩버터, 기름을 줄인 참치 등 지방을 덜 먹으려는 노력이 모두 헛된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후 저지방 고탄수화물(저탄고지) 식단 유행이 급습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돋보인 의사 한 명이 있었다. 양준상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양 전문의는 ‘지방의 역설’이란 책을 번역했고, 1만여 명이 활동하는 ‘저탄고지 라이프스타일, 건강한 식사로 가꾸는 건강한 인생’이란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지난 6일 양 전문의를 만나 올해를 휩쓸었던 저탄고지에 대해 들어봤다. 

 

양준상 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이세윤 기자


―저탄고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현대인들은 정제된 탄수화물, 대표적으로 설탕을 많이 먹으면서 인슐린 과잉과 인슐린 저항성이 일어난다. 이 모든 변화들은 간에서 시작이 된다. 간에서 지방을 많이 만들어내고 간세포가 손상이 되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지방간이 혈당 상승, 호르몬 이상, 혈관질환과 별로 관계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탄수화물이 간에 먼저 무리를 주는 것이고, 고콜레스테롤 이상은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콜레스테롤이 나쁘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올라가면 혈관질환이 나타나고 신장질환이 생기는 걸로 보건당국이 얘기하는데 사실은 지엽적인 현상이다.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정제된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다 좋아질 수 있다. 정제된 탄수화물의 만성적 과다섭취는 모든 현대인의 혈관질환, 당 그리고 치매의 원인이 된다. 저탄고지는 원인을 치료한다. 살 빠지는 것은 일부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페이스북 그룹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클럽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

“2015년 2월쯤 저탄고지를 홍보하려는 목적에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다. 당시 동조하는 사람 한 명 없는 상황에서 너무 대중에 알려지면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2015년 여름부터 페이스북에 영어로 관련 포스팅을 했다. 동시에 지방이 건강에 나쁘다는 상식이 어디부터 잘못 됐는지 뿌리부터 찾아서 알려주기 위해 ‘지방의 역설’ 번역 작업을 했다. 출간과 동시에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었다. 책이 나오고 페이스북 그룹이 커지고 그 후에 방송을 타면서 사람들한테 많이 알려졌다.”

 

―영어로 포스팅할 정도로 공격을 많이 받았나.

“공격은 항상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방송 뒤 사람들이 저탄고지를 많이 하면서 왜곡된 측면도 있었다. 모든 탕에 버터를 넣고 치즈를 넣는 것처럼 왜곡이 되기도 했다. 지방을 많이 먹으면 혈관 질환이 생긴다며 다른 의사들이 성명서까지 냈다. 의사들이 성명서를 내는 일은 굉장히 드문데, 심지어 대한가정학회를 선두로 해서 5개 학회가 추가 성명까지 냈다.”

 

―반대 의견이 무엇인가.

“지방을 적게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이론이다. 전 세계 인류가 지난 30년간 충실히 이행해서 계속 지방을 적게 먹었고, 미국 사람들도 지방 섭취율을 40%에서 30%로 성공적으로 감소시켰는데, 오히려 건강은 더 나빠지고 비만이 됐다. 예전에는 꼬리곰탕의 진한 국물을 그대로 먹었는데 이제는 지방층을 걷어내고 먹는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비만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당뇨병과 심장질환도 증가하고 있다. 고지방식으로 건강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 저지방을 사람들이 충실히 이행했음에도 국민들의 건강이 좋아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전문의들이 답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탄고지에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다.

“2가지 측면이 있다. 어떤 질병을 진단했을 때 환자들이 제일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어떤 음식을 삼가해야 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나”를 물어본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골고루 잘 먹으면 된다’는 것뿐이었다. ‘과연 이게 충분한 대답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내가 의사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인간이니까 나도 병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내가 환자가 될 수도 있다. 몇 년 간 중성지방이 200이 넘을 정도로 높은 상태를 유지했고, 간 수치가 50 이상으로 높아지기도 했다.건강을 되찾을 방법을 고민하다 약 이전에 식이요법을 찾아보고 싶었다. 구석기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도 해봤는데, 효과는 있었지만 아주 큰 효과는 없었다. 그런데 저탄고지를 하면서 2개월 만에 모든 건강지표가 좋아지고 피곤이 없어졌다. 2개월 만에 콜레스테롤 수치도 굉장히 좋아졌다. 그게 2013년 후반기의 일이다. 효과를 보고 나서 환자들에게도 권하기 시작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식 영양섭취 비율. 사진=MBC ‘지방의 누명’ 캡처


―저탄고지는 보통 살을 빼려고 많이들 시작한다.

“살도 빠지면서 건강지표들이 다 좋아지기 때문에 살도 빠지면서 건강해지는 그런 식습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방을 먹으면 지방이 쌓인다고 생각한다.

“지방을 몸에 쌓는 스위치가 인슐린인데, 인슐린의 스위치는 탄수화물이 켠다. 지방은 인슐린 스위치와 관계가 없다. 지방을 먹어도 지방을 저장하는 스위치를 켜지 않는 한 많이 쌓이지 않는다. 반면 정제된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지방을 저장하는 스위치가 켜진다.” 

 

―뇌가 포도당을 영양분으로 쓰는데, 탄수화물을 먹지 않으면 뇌가 잘 안 돌아가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미국 의학 연구소에서 2000년대 초에 내놓은 입장이 있다. 하루에 뇌에 필요한 포도당의 양은 많아봐야 100g 정도인데, 건강한 성인에 경우 하루에 포도당을 생성할 수 있는 양이 무려 250g 정도다. 아무 음식을 먹지 않아도 몸에서는 포도당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저탄고지를 엄격하게 하거나 단식을 하게 되면 몸에서 케톤이라는 게 나온다. 뇌가 필요한 에너지의 70%까지를 케톤으로 삼는다. 그래서 뇌에 필요한 요구량이 줄어 뇌 활동에 지장이 되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은 저탄고지를 하고 있나.

“가족들은 모두 다 하고 있고, 의사들 중에서도 몇몇이 하고 있다. 매일 피곤했는데 저탄고지를 하고 ‘철근을 씹어 먹을 수도 있겠다’라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체험기를 보면 면을 먹고 싶다는 의견도 많다. 식사는 어떻게 하나.  

“구내식당에서는 반찬 위주로 먹는다. 동료들과 먹고 싶은 메뉴를 찾아갈 수도 있다. 갈비탕을 먹거나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다. 면을 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저탄고지를 시작하면 면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줄어든다. 게다가 나는 이미 좋아진 상태라 남들보다 탄수화물을 조금 더 먹을 수 있다. 살을 빼는 도중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이 시작했을 때는 탄수화물을 적게 먹어야 한다. 다 좋아지고 몸이 완전히 정상화되면 탄수화물을 초기보다는 좀 더 먹을 수 있다.”

 

―저탄고지 실행 중 술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한국에선 술을 빼면 대인관계를 할 수가 없으니까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술을 먹고 많은 살을 뺐다는 사람들도 있고, 술을 조금이라도 먹으면 안 빠진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술에도 당이 첨가된 술이 있고 당이 첨가되지 않은 증류주 중에서도 첨가물이 적은 것들, 증류주가 아니라도 당분이 적다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만약에 꼭 먹어야 한다면 당분 없는 증류주 위주의 술을 먹어보고 효과가 없다면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 술은 안 먹는 게 원칙이다.”

 

 

―저탄고지를 해도 안 빠진다는 사람도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체중의 변화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겉보기에 빠져 보이는데 체중이 줄지 않는다면 뼈와 근육이 채워지고 지방이 빠지고 있을 수 있다. 겉보기에 좋아지지 않는 사람들은 몸 안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몇 달 동안 일어나야지 체중이 빠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체중 비만하고 관계가 있다. 비타민D가 보충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ㅓ므로 비타민D 보충제를 먹어주면 체중이 갑자기 빠지기도 한다. 전체적인 대사나 호르몬이 정상화되면서 나중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저탄고지 하는 사람들끼리 무엇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감자는 탄수화물이 워낙 높아 안 먹는다 해도 양파, 무 이런 것 까지도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것들은 탄수화물 함량이 그렇게 높지가 않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 50g을 당근으로 먹으려면 400g을 먹어야 하는데 당근 400g을 먹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흔하지 않다. 그래서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양파나 무도 제한했을 때 추가적인 감량이 일어나는 사람이 있고 안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제로 탄수화물을 해보고 싶으면 해봐도 되지만, 모든 사람에게 ‘당신 무 먹으면 살이 안 빠져요’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나는 뿌리채소도 제한하지 않는다. 채소는 섬유질,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많기 때문에 빼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나는 설탕은 뺀다. 곡물과 과일의 탄수화물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하루 동안 먹은 쌀, 밀, 감자, 고구마, 과일의 총 탄수화물 양이 20~100g 정도로 맞추는 게 저탄고지의 기본적인 원칙이다. 양파, 마늘 등 채소의 탄수화물은 세지 않고, 제한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것을 제한하면 사람들이 오래 할 수도 없고, 뿌리채소의 유익한 면도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효과가 나타나는 사람들도 많다. 극단적인 방식은 반대파에게 비판거리가 되고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권장하지는 않는다. 해외에는 제로 탄수화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성 음식만 먹는다. 그런 사람들은 내장과 간을 충실히 먹는다.” 

 

양준상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저탄고지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세윤 기자


―지속가능성 관련해 질문하면, 탄수화물을 먹는 경우가 있다. 단식을 하라는 말도 있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계속 저탄고지로 먹으면 된다. 16시간 단식을 하면 설탕과 탄수화물을 빼주는 데 효과는 있다. 전날 저녁 8시까지 먹었다면 다음 날 정오까지 굶는다. 아침만 안 먹으면 된다. 그 동안 커피는 마셔도 된다. 기본적으로 저탄고지를 하면 식욕이 줄어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배가 많이 안 고프다. 간헐적 단식과 저탄고지를 같이 하면 굉장히 효과가 좋다.”

 

―한식은 양념이 많아 먹으면 안된다는 사람도 있다.

“양념을 겁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김치 100g 당 설탕이 0.3g이 들었는데 그 정도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제육볶음, 불고기 같은 요리에 첨가된 설탕의 양이 중요하긴 한데 전체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였다면 조금 묻어서 들어오는 양념과 관계없이 체중이 줄어들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양념이 있는 메뉴들이 나오는 구내식당에서 먹으면서도 살이 쭉쭉 빠졌다.”

 

―지금 식단은 어떻게 하고 있나.

“식단은 매일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주로 두 끼 먹는 날이 많다. 오늘은 아직 안 먹었고 간식으로 마카다미아와 99% 초콜릿 조금 먹었다. 고기가 없는 끼니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밥도 조금 먹는다. 하루 한 공기 정도 먹고 두 공기 먹는 날이 있다. 살을 빼야 하는 사람보다 조금 더 자유롭다.일반식이지만 지방을 두려워하지 않고 설탕을 먹지 않는 일반식이다. 이 정도로도 건강 유지는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치팅(cheating. 먹지 말아야할 음식을 먹는 일)을 해보신 적이 언제인가.

“치팅이라고하면 설탕이 잔뜩 들어간 음식을 말하는데 저탄고지를 하면 설탕 맛을 예전보다 잘 못 느끼게 된다. 그렇게까지 맛있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맛이 예전 같지 않다. 면 같은 것도 먹을 수도 있다. 먹고 싶으면 먹을 수는 있는데 그렇게 많이 당기지 않는다. 아주 가끔 먹는다. 저탄고지를 오래 하면서 느낀 건 밥이 제일 맛있다.”

 

―저탄고지를 시작하려는 분에게 조언한다면. 

“당뇨, 고도비만, 지방간 있는 경우에는 꼭 시작했으면 좋겠다. 가장 눈에 띄게 좋아지는 사람들은 당뇨, 비만인 사람들이다. 저탄고지는 처음부터 ‘빡’세게 하지 말고, 약간씩 섭취를 줄이는 정도를 목표로 잡자. 처음부터 탄수화물을 제로로 하시지 않아도 되니깐 채소를 충분히 먹으며 하루 밥 한 공기 수준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페이스북 그룹에게 한 마디 한다면.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많은 사람이 건강이 좋아져서 그룹이 짧은 시간에 활성화 됐다. 내가 모르는 정보를 올려주는 사람도 많고 또 도움이 되고 힘이 된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대규모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해 본 적이 없는데 참 놀라운 경험이고 재밌다.” 

 

―저탄고지가 계속 확산되리라 생각하나. 

“최근 저탄고지에 대해서 긍정적인 방송이 전혀 안 나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룹 가입 신청을 해오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있다. 계속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확산이 돼야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제 병원을 그만뒀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연구하고 집필하려니 시간이 부족했다. 저탄고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해 책으로 내고, 저탄고지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모델도 생각하고 있다. 해외 연수도 계획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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