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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우리편’ 박근혜 대리인단의 속셈

‘헌법 법률 위반→탄핵 사유 안 돼’ 말 바꾼 채명성 등 ‘빈틈 많아’…시작부터 시간끌기 전략 관측

2016.12.18(Sun) 12:35:40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통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이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밝혔던 채명성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가 한 달여 만에 “상적 헌법 규범 위반은 탄핵 이유가 안 된다”며 입장을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 대리인단에 합류한 뒤 말을 바꾼 셈인데, 박 대통령이 꾸린 변호인단을 놓고 ‘여러 모로 빈틈이 많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심판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헌법재판소에 국회의 탄핵 사유에 대한 반박 입장을 담은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채명성 이중환 손범규 변호사(왼쪽부터)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국회에서 진행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에 참석했을 때만 하더라도 채명성 변호사는 “헌재가 부정부패를 탄핵사유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탄핵사유는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채 변호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를 통해 박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은 상당 부분 입증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채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이 된 뒤에는 “국회가 주장한 헌법, 법률 위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꿨다. ‘주석 헌법재판소법’에 명시된 “추상적 헌법 규범 위반은 탄핵 이유가 안 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변호에 나선 것인데, 대리인단이 “헌법 위반은 탄핵 사유가 안 된다”는 주장을 펴면서 범죄 혐의 부분을 계속 다투는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헌법재판소 구조를 잘 아는 법조인은 “검찰의 공소 사실과 실제 범죄 혐의는 다르다. 헌재는 탄핵 판단의 경우 형사 재판과 마찬가지로 탄핵 사유와 사실관계, 위법 여부를 각각 별개의 사안으로 다 판단해야 한다”며 “헌법은 문구들이 하나하나 추상적인 만큼 법을 적용할 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 측의 입장은 결국 탄핵 사유부터 부정하는 것인데, 헌재의 판단은 법원과 결론에 다가가는 과정의 ‘결이 다르다’”며 “과연 지금 대리인단이 얼마만큼 헌재의 판단 구조에 맞는 변호 전략을 세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내 ‘헌법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때 변론을 맡은 변호사는 12명. 이 중에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고등고시 15회)과 한승헌 전 감사원장(고등고시 8회), 박시환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12기) 등 거물급 변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반면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을 맡은 대리인단의 진용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대리인단도 네 명이 전부고, 중심을 맡아줘야 하는 이중환 변호사(사법연수원 15기)는 유일한 검사 출신으로 헌법재판소에서 2년간 파견 근무 경력이 전부다. 서성건(사법연수원 17기), 손범규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는 판검사 경력 없이 정치권과 가까운 친박계 변호사로 분류되고, 채명성 변호사는 대한변협 법제이사 경력이 전부다. 이들 모두 ‘헌법 전문’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대법원 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국민적 여론이 지지가 많아서 법조인들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기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다르지 않나, 설사 탄핵이 인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식물 정권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나서서 맡으려는 명망 있는 변호사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리인단 구성 배경을 분석했다.

 

헌법재판소 정문. 사진=고성준 기자


한편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검찰 수사기록 요청에 대해서도 헌재에 이의신청을 한 가운데, 박 대통령 측이 탄핵사유 전면 부인한 것은 시간 끌기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거조사 기간을 늘려 시간을 끌려는 의도라는 것. 

 

대리인단은 앞으로 있을 변론 과정에서 사실과 법리 등을 두고 세세하게 다투겠다는 계획이다. 헌재를 찾은 대리인단이 기자들에게 “신속한 심리를 바란다”면서도 “합법적 절차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 데는 이런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 계획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대리인단은 첫 변론 기일에 박 대통령이 출석하는 것도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피청구인 당사자가 불출석하면 첫 기일은 진행되지 않고 다시 기일을 잡도록 돼 있다. 이럴 경우 대통령 대리인단 입장에서는 변론 시작부터 시간을 벌 수 있고, 헌재는 ‘빠른 심리’가 다소 어려워진다. 

 

검찰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경우 실제 혐의가 확정 판결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헌재가 이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상당 기간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의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에게 주어진 180일은 강제성이 없는 명문상 규정”이라며 “헌재는 무조건 빨리 판단을 하려 하겠지만,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분노가 조금이라도 누그러진 상황에서 헌재의 판단을 받는 게 유리하다. 대리인들 역시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시간을 끌면서 다른 상황들이 바뀌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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