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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tar] ‘​​사소한 인터뷰’팀 인터뷰…사소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인터뷰는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타인을 통해 저를 봅니다”

2016.12.28(Wed) 17:31:58


돈이 안 되는 일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돈 안 되는 일’​은 인터뷰다. 인터뷰는 사람을 섭외하고, 질문을 하고 마지막에 정리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 번거로운 작업을 하면서 회비도 내고 있다. 
 
‘사소한 인터뷰’팀은 인터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주 1회 인터뷰 기사를 블로그에 올린다. 인터뷰이는 누구든 상관없다. 배우를 인터뷰하기도 하지만 대개 어머니나 친구를 인터뷰한다. 지난 18일 ‘사소한 인터뷰’ 팀 중 5명을 종로구 이화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지난 18일 ‘사소한 인터뷰’ 팀원 5명이 모였다. 왼쪽부터 박한희, 이윤주, 이우람, 정재욱, 박인혜 씨. 사진=김태현 기자


―번거로운 인터뷰를 왜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우람 “제가 원년 멤버예요. 3년 전 직장생활을 하는 사회초년생이었어요. 그때 고민이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직장에서 ‘자아성찰을 할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 질문이 많았던 시기였어요. 친구들을 만나보면, 비슷한 고민들을 하면서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살고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부터 시작해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각자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4명이서 시작했어요. 4명의 지인들 위주로 인터뷰를 시작했고 같이 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지금은 12명이 됐어요.”

 

박인혜 “저는 글 쓰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당시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어서 직업이 아닌 곳에서 글을 쓰고 싶었어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마침 대학교 선배의 권유를 받아 사소한 인터뷰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글쓰기 자체만을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인터뷰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박한희 “인터뷰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나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활동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이 활동과 별개로 대학교 때 ‘선배를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워킹맘이나, 회사를 그만두는 고민을 하는 여자 선배들을 보면서 ‘어딘가에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는데, 사소한 인터뷰를 통해 그런 것들을 구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회원 선발 때 가장 많이 보는 게 무엇인가요. 

이우람 “진심인가, 정말로 계속 같이 갈 사람인가를 봅니다. 어차피 남을 사람만 남거든요. 생업과 동시에 돈이 되지 않는 무언가를 쫓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어요. 월 3만 원 회비를 내기 때문에 그만큼의 의미를 찾지 못하거나 그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결국 나가거든요.” 

 

박인혜, 이우람, 이윤주 씨. 사진=김태현 기자


―인터뷰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이윤주 “친구들을 만나면 보통 사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결혼을 한다’ 그러면 축하하고 ‘어떻게 만났어’ 이런 얘기만 하고 끝나잖아요. 어떤 마음으로 결혼을 결심했는지, 남자친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결혼에 대한 꿈은 어떻게 되는지, 그런 것을 진지하게 들을 수 있는 자리는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그런 것을 해볼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좋았어요. (인터뷰하고 나면) 그 사람이 예뻐 보이죠. 자기 삶을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요.”​

  

이우람 “가까운 사람일수록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 대상은 어떻게 정해요?

정재욱 “한 명씩 돌아가며 메인을 맡아요. 인터뷰이와 장소를 섭외하고 인터뷰 정리하는 것까지 해요. 인터뷰 때는 시간이 되는 사람도 동참해 질문할 수 있어요. 메인 맡은 회원이 제일 궁금해하는 사람이 누군지가 중요해요. 저는 고민이 있을 때 그에 대한 답을 줄 것 같은 사람을 찾아요.”​

  

―시간이 되는 사람이 모두 동참하면 12명 전원이 가서 둘러싸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이우람 “그런 적은 없어요. 보통 6~7명. 내일도 5명 와요.”

 

―주 1회 인터뷰 기사를 쓴다는 것이 힘들지 않은가요. 

정재욱 “인터뷰가 끝나는 순간 ‘멘붕’(멘탈 붕괴)이 와요. 그 사람을 인터뷰하고 싶었고, 듣고 싶은 것이 있었고, 나름의 제목도 준비해 가요. 그런데, 막상 인터뷰를 해 보니 예상과는 다른 사람인 때가 많아요. 그간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른 사람이었던 거죠. 인터뷰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져요. 대신 다른 사람의 인터뷰는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어요. 내가 정리하는 게 아니니까요.”

 

인터뷰 도중 박인혜 씨가 찍은 사진.


―마감은 언제인가요.

이윤주 “일요일에 출고하니까 토요일까지 올리고 내부 피드백을 해요.”

 

―상당히 치열하네요.

이우람 “피드백을 하다보면 팀원들이 상처받을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더 좋은 퀄리티의 글을 쓰기 위해 어떻게 고칠지 서로 말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원활한 운영을 위해 지켜야 할 것들도 이야기하고요. 그렇게 하니까 한 주도 빠짐 없이 인터뷰를 내보낼 수 있었어요.”

 

―언제까지 할 생각이에요.

정재욱 “평생이요. 20대에 인터뷰할 때는 20대 ​인터뷰이가 ​많았고, 30대가 되니까 30대가 많아졌어요. 40대가 되면 인터뷰 대상도 40대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쌓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조회수도 신경을 쓰시나요.  

박한희 “초반에는 신경을 썼는데 나중에는 신경을 많이 안 써요. ‘좋아요’가 많으면 기분은 좋죠. 조회수가 높지 않아도 ‘인터뷰 잘 읽었어요’, ‘제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라는 반응을 들으면 뿌듯하죠. 제가 좋은 가치에 기여했다는 느낌을 받으니까요.”

 

―각자 참여하는 목적이 있다면. 

박인혜 “듣기 위해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말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진중하게 듣는 타입이 아니어서 (사소한 인터뷰를 통해) 듣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돼요. 듣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도 듣는 것이 쉽지가 않거든요. 들을 준비가 된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 삶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 같아요.” 

 

이우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또 다양한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위로도 받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에게 ‘너 괜찮아’, ‘너 충분히 멋지게 살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사소한 인터뷰는 지난 2013년부터 운영 중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이 질문은 꼭 해야겠다는 게 있나요.

박한희 “무엇을 추구하는지 물어 보는 것이 사람의 두 가지 면을 구분해서 물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직업과 같은 공적인 모습과 개인적 삶을 나눠 물어보려고 했어요. ‘평범한 개인으로서 인터뷰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추구하는지’를 물어 보는 것이 저희 인터뷰의 취지와 맞다고 생각해요.”

 

박인혜 “인터뷰이가 끝까지 놓을 수 없는 것, 결국에 다 놓아도 끝까지 갖고 가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요.”​

 

―​본인은 무엇인가요.

박인혜 “​저는 자유요. 나 스스로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중요한 거 같아요.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글을 본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박한희 “반반인 것 같아요. 꾸준히 읽고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면 속 깊은 얘기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처음에는 인터뷰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회수에는 무덤덤해진 편이에요.”

 

정재욱 “사소한 인터뷰에 대해서 이해 못 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너 이거 왜 해?’라고 물어보면 ‘그냥 해’ 라고 말해요. 또 ‘이 사람들을 인터뷰 왜 해’ 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박인혜 “‘그걸 누가 읽어?’라고 물어보기도 해요. 그럼 ‘많이 읽어!’라고 대답해요. 실제로 조회수도 많이 나옵니다.”

 

사소한 인터뷰 팀은 때마다 행사를 열기도 한다. 지난 23일 사소한 인터뷰 3주년 파티 포스터 모습.


―이전 인터뷰이가 다음 인터뷰이에게 질문하는 ‘릴레이 질문’이 있는데 이번 릴레이 질문인 ‘자신의 60대 모습을 떠올려보면’에 팀원들이 답해본다면. 

정재욱 “그때는 주로 50대, 60대분들을 노인정 혹은 탑골공원 같은 데서 인터뷰할 것 같아요. 제가 저만의 공간에 대한 욕심이 있는데, 그때쯤이면 제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을 초대하고 얘기를 나눌 것 같아요.”

 

이우람 “지혜로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고민이 있을 때 편하게 찾아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윤주 “친구들과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승객들 중에 흥미로운 사람을 인터뷰하고 있을 것 같아요.” 

 

―사소한 인터뷰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한 마디로 정리하라’는 사소한 인터뷰의 공식질문이다).

정재욱 “사소한 인터뷰로 세 가지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자신과의 소통, 독자와의 소통, 팀원들끼리 소통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요.”

 

박인혜 “옛날에는 ‘대나무숲’이라고 얘기했는데 요즘은 ‘그늘’ 같아요. 그늘까지 가는 길은 덥지만, 막상 도착하면 시원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인터뷰에 이르는 길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자기 삶이 바쁘고 하는 게 다 많다 보니까요. 그래도 막상 가면 편하게 쉬는 놀이터 같은 곳이에요. 그런 서늘한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이윤주 “저는 돋보기안경 같다고 생각해요. 안경을 벗으면 뿌옇고, 안경을 끼면 또렷하게 잘 보이잖아요. 주변 사람들의 인생이 희미하고 뿌옇게 보이다가도 인터뷰를 통해 얘기를 들어보면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구나’​라는 것이 뚜렷하게 보여요.” ​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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