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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부자가 최순실에 휘둘린 현실 씁쓸” 2008 삼성특검 핵심 관계자가 본 이재용 구속

“돈으로 막는 시대 지나…총수 구속돼도 회사 안 망해” 남다른 소회 털어놔

2017.02.17(Fri) 11:52:4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철창신세를 지게 되면서 ‘삼성그룹 총수 첫 구속 사례’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지난 2008년 삼성특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삼성가 총수 구속을 어떻게 바라볼까.

 

16일 서울중앙지법의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사법연수원 31기)는 19시간여에 이르는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17일 오전 5시 35분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월 19일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두 번째 시도만이다.

 

이 부회장에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삼성 79년 역사에서 창업주인 이병철 초대회장부터 아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손자 이재용 부회장까지 총수들은 수 차례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구속까지 이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10대 그룹의 총수들이 한 번쯤 영어의 몸이 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 부회장이 첫 사례가 된 것이다.

 

10년여 전 삼성 총수를 구속 직전까지 내몬 경우는 있었다. 2008년 조준웅 특별검사가 이끈 삼성특검이다.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가 “이 회장의 지시로 비자금을 조성, 임직원 명의의 차명주식 형태로 숨겼다”고 폭로해 특검 수사가 진행됐다.

 

당시 삼성특검과 관련한 인사들의 소회는 남다를 터. 삼성특검 핵심 관계자 A 씨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새벽부터 주변사람들에게 ‘축하한다’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제 나와 상관없는 일인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운을 뗐다.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그는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지 않느냐. 그럼에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최순실 씨와 연루되는)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왜 그렇게밖에 못 살았을까”라고 담담히 말했다.

 

2008년과 달리 박영수 특검이 이 부회장을 구속할 수 있었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A 씨는 “이번 특검팀에는 삼성그룹에서 얻어먹은 사람들이 적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농담을 하더니 “이제 금전으로 막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거다. 이번 사태는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누구의 표현에 따라 ‘온 우주의 기운이 모여’ 이뤄낸 일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A 씨는 “재계 1위 삼성 이 부회장마저 구속됐다고 난리지만 우리 사회는 하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구속으로 경영공백 등 ‘글로벌 기업’ 삼성그룹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A 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다른 대기업들도 총수들이 구속된 바 있지만 망하지 않았다”며 “삼성그룹은 상장사고 주식회사다. 주주가 주인이다. 경영인은 바뀔 수도 있다. 이제 기업은 오너 중심의 아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됐다고 삼성이 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삼성그룹 이 부회장의 최측근이라고 하는 몇몇 임원들은 경영을 잘해서 그 자리에 올라간 것이 아니다. 총수의 재산을 지키고,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가신에 가깝다. 이 부회장이 물러나면 오히려 삼성이 투명해질 수 있다”고 보탰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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