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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포켓몬GO’는 5가지가 없다

부족한 콘텐츠에 게임 이용자 싫증…개발사 느린 대처도 문제

2017.03.15(Wed) 15:11:08

[비즈한국] 대한민국 게임계를 집어 삼킬 것 같던 ‘포켓몬 GO(고)’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기관 ‘와이즈앱’이 발표한 3월 첫 주 포켓몬 GO 사용자 수는 427만 명. 정점을 찍은 1월 넷째 주 694만 명과 비교하면 38.4%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사용자 감소는 먼저 출시된 해외 국가와도 비슷한 양상이다. 발표 직후 붐을 일으키며 사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가 일정 시점에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쉽고 간단한 게임 방식과 포켓몬이라는 강력한 캐릭터가 만나 초반 흥행을 일으키지만 지속적으로 사용자를 붙들지 못하는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게임산업이 발달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가속화 되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CP로 정해지는 서열…‘다양성이 없다’

 

포켓몬 GO는 포켓몬의 강함을 ‘CP’라는 수치로 쉽고 간결하게 표현한다. 즉, CP가 높을수록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포켓몬 별로 강함에는 한계가 있다. 개가 아무리 사나워도 사자나 코끼리를 이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다 보니 특정 포켓몬에 대한 선호도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1등에 민감한 우리나라 게임 이용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1세대 최강 포켓몬 ‘망나뇽’을 비롯해 ‘잠만보’ ‘갸라도스’ 등 몇몇 포켓몬의 선호도가 지나치게 높고, 2세대 업데이트 이후에는 ‘해피니스’가 지나치게 강력해 다른 포켓몬과 경쟁이 되지 않을 정도다. 다른 게임 같으면 진즉에 밸런스가 붕괴됐다는 평가가 나올만한 상황. 포켓몬 원작에 충실하다보니 나온 설정이지만, 게임으로서 재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앞서 나온 다른 게임의 문법을 그대로 따라간 것도 아니다. 포켓몬 대결의 묘미는 상성에 있다. 아무리 강한 포켓몬이라 하더라도 상성이 좋지 않으면 패배할 수 있는 것이다. 휴대용 콘솔기기로 출시된 포켓몬 게임은 이러한 부분이 잘 구현돼 있다. 그런데 포켓몬 GO는 그렇지 않다. 상성 자체는 구현돼 있지만 스킬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없고 전투 방식이 지나치게 단순하다 보니 전략적인 요소는 아예 빠져있다. 결국 ‘CP가 깡패’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체육관을 지키고 있는 포켓몬은 딱 정해져 있다. 사진=포켓몬 GO 스크린샷

 

# 사라지는 수집 욕구​‘동기가 없다’

 

‘포켓몬스터’의 핵심적인 재미 요소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포켓몬을 수집해 도감을 완성하는 것이다. 포켓몬 GO 역시 아직까지는 경쟁보다는 수집에 초점이 맞춰져 개발되고 있다. 문제는 수집을 열심히 해서 도감을 완성하더라도 이렇다 할 보상이 없다는 데 있다. 스스로 만족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 GO를 하다보면 여러 배지를 준다. 그것은 그냥 배지일 뿐이다. 물론 특정 배지는 특정 종류의 포켓몬을 획득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효과가 체감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배지에 따라 특정 코스튬이나 혹은 추가 경험치, 각종 아이템 같은 것을 제공했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도감을 전체 완성했을 때 그것을 완성한 순서대로 등수로 알려주거나 혹은 도감을 모두 완성한 사람에게 그 다음 단계의 도전 과제를 부여하는 시스템도 아쉽다.

 

포켓몬 GO는 출시 8개월 동안 단 한 차례만 제대로 된 업데이트를 했을 뿐이다. 사진=포켓몬 GO 홈페이지

 

# 체육관 쟁탈전이 전부​‘콘텐츠가 없다’

 

포켓몬 GO의 유일한 경쟁 콘텐츠는 체육관이다. 체육관을 점령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가진 포켓몬의 강함을 겨뤄볼 수 있다. 문제는 체육관 시스템의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이외에 콘텐츠가 전혀 없다는데 있다.

 

무엇보다 포켓몬스터 게임의 핵심은 ‘듀얼(대결)’과 ‘트레이드(교환)’이다. 그런데 포켓몬 GO에는 이것이 전부 빠져 있다. 물론 개발사인 나이언틱에서 이러한 기능을 향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는 했다. 그런데 게임이 출시된 8개월(글로벌 기준)이 지나도록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핵심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다양성이나 수집 동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 포켓몬을 수집하고 대결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도감이 완성되고, 이를 통해 진정한 포켓몬 트레이너로 거듭난다는 것이 포켓몬스터 콘텐츠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런데 포켓몬 GO에서는 아직까지 이를 거의 느껴볼 수 없다.

 

# 느릿느릿한 업데이트​‘인내심이 없다’

 

모바일 게임은 과거 PC 온라인 게임이나 콘솔 게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한다. 인기 차트를 보면 일주일 만에 1등부터 10등까지 순위가 전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설치도 간편하지만 그만큼 삭제도 빠르다. 흥미를 잃으면 쉽게 외면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 사용자들은 동시에 3~4개의 모바일 게임을 동시에 즐기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사들은 이러한 게임 이용자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일부 인기 게임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이용자 요구에 부응하는 변화를 모색할 뿐 아니라, 매주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한다. 콘텐츠가 없으면 하다 못해​ 이벤트라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출시 7개월 만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포켓몬 GO’ 개발사 나이언틱은 지나치게 게으르다. 지금까지 의미 있는 업데이트라고 해봐야 2세대 포켓몬이 추가된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최근 특정 포켓몬이 많이 출몰하는 이벤트를 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이벤트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실패한 기획이라는 평이 나왔다. 지금까지 올린 매출액과 개발 기간을 감안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다.

 

처음부터 비정상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앱을 막지 못한 것이 나쁜 결과를 낳았다. 사진=관련 앱 스크린샷

 

# 판치는 불법 앱​‘의미가 없다’

 

포켓몬 GO이 흥행할 수 있었던 기술적 요인으로는 당초 주목을 받은 AR(증강현실) 보다는 오히려 GPS를 활용한 위치기반 설계가 꼽힌다. 일례로 일부 사용자는 포켓몬을 더 쉽게 잡기 위해 AR 기능을 끄기도 한다. 이는 게임 내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반면 GPS 정보를 조작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하지 않았다. 게임이 출시된 이후, 불과 지난 2월까지 GPS 정보 조작을 활용한 포켓몬 포획은 가능했고, 지나치게 사용할 경우 20~30분간 게임을 할 수 없는 것 이외에 별다른 제재도 보고되지 않았다. 포켓몬의 숨겨진 능력치를 확인하는 앱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정상적으로 포켓몬 GO를 즐긴 사용자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용자들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나이언틱은 지난 2월 말 패치를 통해 이를 결국 제한해 버렸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지금까지 GPS 정보 조작을 통해 게임을 해온 사용자들이 그만두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포켓몬 GO의 핵심 중에 핵심에 대한 치명적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후폭풍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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