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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팝의 여왕 비욘세 4가지 키워드

아이돌로 시작해 여왕으로 등극하다

2017.04.07(Fri) 14:52:36

[비즈한국] 대중 음악 역사에는 유독 충격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모두가 아는 스타가 기존 이미지를 뒤엎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을 때지요. 댄스 그룹이던 서태지와 아이돌이 ‘교실 이데아’를 불렀던 순간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거장 조용필이 부른 마룬 파이브 스타일의 팝록 ‘바운스’, 댄스 아이콘 이효리가 부른 인디 싱어송 라이터 감각의 곡 ‘미스 코리아’가 생각나네요.

 

비욘세 2집 앨범 커버. 비욘세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국 음악을 지배하고 있는 최고의 디바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비욘세의 ‘포메이션(Formation)’이 비슷한 충격을 몰고 왔습니다. 항상 대중적인 팝음악을 불렀던 온건한 비욘세가 흑인 인권운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노래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 곡이 불러온 충격은 그래미까지 이어졌습니다(관련기사 어차피 대상은 백인? ‘화이트 그래미’ 논란).

 

비욘세가 흑인이 된 순간. SNL에서 비욘세가 ‘진짜 흑인 음악’을 했다고 충격을 받는 백인 관중을 패러디한 영상이다. 비욘세의 신곡 ‘포메이션(Formation)’이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코믹하게 보여주는 영상이다.

 

이 곡이 불러온 충격을 이해하려면 그동안 비욘세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1990년대부터 20년간 팝을 지배해온 여왕. 오늘은 비욘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아이돌

 

비욘세가 있었던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의 히트곡 ‘인디펜던트 위민 파트 원(Independent Women, Pt. I)’. 영화 ‘미녀 삼총사’의 OST로 쓰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전성기 시절이다.

 

최고의 팝 디바 비욘세. 그녀의 시작은 아이돌이었습니다. 그것도 가장 뜨거운 걸그룹에서 센터와 리드보컬을 모두 차지한 거대한 재능이었지요.

 

비욘세는 어린 시절부터 가수를 꿈꿨습니다. 여덟 살엔 ‘걸스 타임(Girl’s Tyme)’이라는 걸그룹을 결성해서 오디션에 참여했지요. 당시 비욘세는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습니다.

 

능력 있는 영업사원이던 비욘세의 아버지는 딸의 재능을 알아봤습니다. 아버지는 비욘세를 중심으로 한 걸그룹을 구성했고, 본인이 매니저를 맡았습니다. 걸스 타임이란 이름도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로 바꾸었지요.

 

데스티니스 차일드는 잦은 멤버 교체 끝에 비욘세가 여덟 살에 참가한 오디션에서 만났던 켈리 롤랜드와 라타비아 로버슨을 영입해 3집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인디펜던트 위민 파트 원(Independent Women, Pt. I)’, ‘부틸리셔스(Bootylicious)’등의 곡을 성공시키며 정상의 자리에 오릅니다.

 

데스티니스 차일드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멤버 간 균형 문제 때문입니다. 애초에 재능이 압도적인 비욘세가 너무도 많은 지분을 갖고 있었던 거지요. 게다가 팀의 매니저는 비욘세 아버지였습니다. 비욘세는 노래 대부분을 불렀고, 센터에서 춤을 췄으며, 심지어 음악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비욘세 4집에 수록된 ‘러브 온 톱(Love On Top)’. 솔로 데뷔 이후 힙합 음악을 기반으로 한 진보적인 댄스 음악을 주로 선보였던 비욘세가 오랜만에 선보인 정통 아이돌 음악이다. 엄청난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으로 ‘아이돌 재능 세계 원톱’임을 새삼스럽게 다시 보여주었다.

 

멤버들은 지금까지 가스펠 앨범을 낼 정도로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지만, 일은 일이었습니다. 비욘세는 남자친구 제이지(Jay-Z)와 함께한 곡 ‘Crazy In Love’가 큰 성공을 거두며 본격적으로 솔로 가수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I might get your song played on the radio station, cause I slay

네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게 해줄지도 몰라. 난 죽여주거든.

 

‘포메이션’의 가사입니다. 아이돌 가수가 내뱉기에는 놀라운 자신감이지요. 걸그룹 리드보컬이던 비욘세가 힙합 스웩을 내뿜는 디바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초기 비욘세를 기억하던 청중에게는 놀라운 변신이지요. 하지만 ‘포메이션’이 놀라운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 가창력(위주의 소프트 알앤비)

 

비욘세가 부른 드림걸즈 OST 수록곡 ‘리슨(Listen)’. 엄청난 고음 가창력을 필요로 하는 곡이다. 지금까지도 여성 가수들이 ‘가창력 인증’을 하고 싶을 때 즐겨 부르는 노래다.

 

1집의 성공 이후 솔로 가수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비욘세는 영화 출연으로 솔로 활동을 이어나갑니다. 걸그룹의 모태라고 볼 수 있는 팀 ‘슈프림스’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뮤지컬 영화 ‘드림걸즈’에 주연으로 참여한 거지요.

 

비욘세와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위치는 슈프림스의 다이애나 로스와 비슷했습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팀 전체에서 과도한 비중을 차지했지요. 결국 솔로 가수로 뻗어나간 다이애나 로스와 마찬가지로 비욘세로 성공적인 솔로 가수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영화 ‘드림걸즈’에서 최고의 연기는 비욘세가 아니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여자 조연상을 석권한 제니퍼 허드슨이 가장 인상적이었지요.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비욘세가 ‘리슨’을 부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비욘세는 ‘가창력 있는 알앤비 디바’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합니다.

 

비욘세 2집 수록곡 ‘이레플레이서블(Irreplaceable)’.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종식시켰다. 가사는 슬픈 이별 앞에서도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그려 새 시대의 여성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욘세는 이후 앨범에도 꾸준히 슬로 알앤비 발라드를 부르며 최고의 알앤비 디바의 자리를 굳힙니다. 가창력 하면 비욘세, 비욘세 하면 슬로 알앤비가 떠오르게 된 셈이죠.

 

Okay, ladies, now let’​s get in formation, cause I slay

좋아요, 숙녀 여러분. 이제 진형을 갖춰봐요. 나는 죽여주거든.

 

‘포메이션’의 가사입니다. 도발적입니다. 이 노래의 안무는 여성 댄서들이 ‘진형’을 갖추는 전투적인 모습입니다. 당연히 공격적인 가사에 맞춰 곡 자체도 부드러운 알앤비보다는 강력한 힙합에 가깝게 바뀌었습니다.

 

가사 형식도 힙합입니다. 방금 공유한 가사에서는 ‘get in formation(진형을 갖추다)’​와 ‘get information(정보를 얻다)’​의 중의적 의미가 인상적인데요. 가사에서 중의적 ‘펀치라인’을 통해 소수자들에게 ‘진형을 갖춰 뭉치자’는 투쟁적 의미와 ‘정보를 얻자’는 계몽적 의미를 모두 전달했지요. 부드러운 사랑 노래를 부르던 알앤비 가수가 가장 논쟁적이고 전투적인 ‘힙합 노래’를 부르는 힙합퍼로 거듭난 셈입니다.

 

3. 페미니즘

 

비욘세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싱글 레이디스(Single Ladies)’. 춤과 노래로 미국 전역을 석권했다. 미국에서 흔치 않은 ‘국민 히트곡’이 된 셈이다.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5주간 1위 자리를 지켰다.

 

비욘세 노래에는 유독 당당한 여성을 강조하는 가사가 많습니다. 이별을 노래하는 알앤비임에도 남자에게 매달리기보다는 독립적인 자신을 강조하는 ‘이레플레이서블(Irreplaceable)’이 대표적이죠. 댄스 음악에서도 비욘세는 ‘싱글 레이디스(Single Ladies)’처럼 남자에게 수동적으로 기대기보다는 당당하게 외치는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비욘세는 여성성을 이야기할 때 대개 남녀의 연애 개인사를 다루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정치적으로 ‘이런저런 문제가 있고 이렇게 바꿔야 한다’라고 직접 외치기보다는 사랑 노래를 비틀어서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 거지요. 진보적인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온건하게 전달해 보수적인 백인 청중도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덕분에 비욘세는 당당한 여성을 노래하는 적당히 진보적이고 적당히 대중적인 팝 가수 이미지를 유지했습니다.

 

비욘세의 ‘런 더 월드(Run the World)’. 생활과 사회 속에서 여성의 힘을 외치는 강력한 가사다. 여전히 구체적인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추상적인 에너지 전달에 가까워서 큰 반향은 없었지만 비욘세의 변화를 조금씩 느낄 수 있던 곡이다.

 

이후 비욘세는 사회 속 ​당당한 ​여성을 노래하는 조금 더 정치적인 음악들도 발표했습니다. 여전히 백인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이었기에 큰 반발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비욘세의 변화는 조금씩 감지되고 있었지요. 그리고 ‘포메이션’이 나옵니다.

 

When he f*ck me good I take his ass to Red Lobster, cause I slay.

그가(제이지) 나를 잠자리에서 만족시켜주면 그를 랍스터 집에 데려가 주지. 난 죽여주거든.


If he hit it right, I might take him on a flight on my chopper, cause I slay

제대로 해주기만 하면 그에게 헬리콥터를 태워줄지도 몰라. 난 죽여주거든.


Drop him off at the mall, let him buy some J’​s, let him shop up, cause I slay

쇼핑몰에 내려줄게. 조던도 좀 사고 쇼핑도 좀 해. 난 죽여주거든.

 

‘포메이션’의 가사는 강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의미에서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다만 훨씬 도발적입니다. 팝음악에서 흔히 나오는 ‘스타 가수가 애인에게 선물 공세를 하는’ 서사의 남녀를 바꿨습니다. 단순히 페미니즘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전복의 쾌감까지 주는 셈이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모두가 아는 비욘세의 남자, ‘제이지’가 있습니다.

 

4. 제이지(Jay-Z)

 

비욘세의 솔로 히트곡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 라이브 영상. 비욘세 최고의 히트곡이다. 강렬한 반주와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이는 과격한 구성 등으로 빌보드 1위를 거머쥐며 아이돌 비욘세를 솔로 디바로 만들어 준 곡이다.

 

비욘세는 2000년대 초반부터 래퍼 제이지와 만났습니다. 제이지와의 관계는 비욘세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관리하던 아버지에게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지요. 비욘세의 아버지는 매니저였을 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관여한 프로듀서였는데요. 비욘세는 제이지를 통해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힙합계 프로듀서들과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제이지 또한 비욘세와 연애를 통해 팝스타의 이미지를 획득합니다. 힙합은 기본적으로 주류 백인 청중에게 먹히기 어렵다는 대중적 한계점이 있는데요. 제이지는 팝스타 비욘세와의 음악 작업을 통해 대중적인 흥행성도 키우게 되었습니다. 힙합의 왕이 셀럽으로서 주목도까지 갖추게 된 셈입니다.

 

제이지 최근 앨범에 수록된 곡 ‘Part 2 On The Run’. 제이지의 곡임에도 ‘빡센’ 랩보다는 로맨틱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비욘세와 함께하며 강력한 대중성을 획득한 제이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비욘세와 제이지는 6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합니다. 지금까지도 제이지와 비욘세는 꾸준히 음악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둘째 임신 사실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스타 부부다 보니 소문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는데요. 특히 이혼설이 자주 불거졌습니다. 최근 비욘세 앨범에는 제이지와의 갈등을 암시하는 곡이 담겨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둘째 임신 소식과 함께 이혼설은 사라졌습니다. 비욘세 또한 제이지와의 돈독한 관계를 암시하는 가사를 타이틀곡 ‘포메이션’에 넣었지요.


You just might be a black Bill Gates in the making, cause I slay

어쩌면 너는(제이지) 흑인 빌 게이츠가 되는 중일지도 몰라. 난 죽여주거든.


I just might be a black Bill Gates in the making

어쩌면 바로 내가 흑인 빌 게이츠가 되는 중일지도 모르지.

 

비욘세의 ‘포메이션(Formation)’ 뮤직비디오.

 

‘남편이 흑인 빌 게이츠가 되어가는 여자. 나아가 자신이 흑인 빌 게이츠가 되어가는 가수.’ 팝을 20년간 지배하고 있는 이 아이콘을 설명하는데 이만큼 잘 어울리는 표현이 또 있을까요? 아이돌 걸그룹 리드보컬에서 팝 디바를 넘어 흑인 빌 게이츠가 되어가는 가수, 비욘세였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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