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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의 ‘우선매수권 포기’는 금호타이어 인수전 히든카드?

더블스타가 6개월 내 잔금 못 내면 우선매수권 부활…‘금호’ 브랜드사용 불허로 매각지연 가능성

2017.04.14(Fri) 11:40:52

[비즈한국]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 포기 최후공지부터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자금과 운영능력에 대한 의문의 눈초리까지. 금호타이어 인수전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KDB산업은행에 그동안 요구했던 컨소시엄 허용과 매매조건 확정에 대해 17일까지 통보해달라는 최종 공문을 발송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그날까지 산업은행에서 회신이 없을 경우,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이번에는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데드라인’을 산업은행에 알린 것이다.

 

이어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에 아무런 기여도 없던 더블스타에게는 컨소시엄을 허용해주고, 경영정상화에 기여가 인정돼 우선매수권이 확정된 금호아시아나그룹에게는 컨소시엄을 허용해주지 않는 것은 명백히 불공정하며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1월에 진행된 금호타이어 본입찰에서 중국의 타이어업체 더블스타(Qingdao Doublestar Co Ltd.)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채권단과 3월 14일 주주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더블스타의 매각가는 955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워크아웃 당시 채권단과의 협약에 따라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 있다. 박 회장이 더블스타보다 1원만 높은 금액을 제시해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타이어를 품에 안을 수 있어 여러모로 인수에 유리해 보였다.

 

회심의 미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한편 채권단은 박 회장의 인수 방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1조 원에 달하는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박 회장이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 방식’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산업은행이 이를 불허한 것이다. 산업은행 측은 컨소시엄 구성이 박 회장과 2010년 맺은 약정서의 ‘우선매수권자의 우선매수 권리는 주주협의회 사전 서면승인이 없는 한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조항에 위배된다고 해석했다.

 

이후 채권단이 컨소시엄 불허 입장에서 ‘조건부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했지만, 이번에는 ‘확약서’를 둘러싸고 양측 갈등이 더욱 첨예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이 중국 더블스타에 보낸, 금호 상표사용계약 조건에 대한 합의 등이 들어간 ‘확약서’를 받아야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맞선 것.

 

박 회장 측이 매각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대응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예상과 달리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최후공문을 보낸 것이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의 이번 결정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하면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 그동안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재인수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히며,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꿈꿔왔다.

 

매각중지 가처분신청 등 소송은 진행하지 않는 것이냐는 전망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소송을 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법적대응은 확정되지 않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입장 변화는 없다. 19일까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주주협의회 결의대로 더블스타와 매각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산업은행에 보낸 최후공문 문구 중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이번에는 행사하지 않겠다”에 주목했다. ‘이번에는’이라는 표현을 두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한 게 아니라, 다음번 인수전을 준비한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 간 우선매수권 보유 약정서에는 우선매수권이 한 번 소멸해도 6개월 내 매각을 완료하지 못하면 되살아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의 주장대로 19일이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 결정 시점이라면 더블스타는 오는 10월 중순까지 매각대금 9550억 원을 지불하고 계약을 완료해야지, 기간을 넘기면 더블스타가 가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사라지고 매각은 원점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6개월 내 금호타이어 매각이 완료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에 제시한 20년(5+15년)간 금호 상표권 허용, 차입금 5년 연장, 방산부문 분리 등 선행조건 충족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표권을 보유한 금호산업이 매각절차를 지연시키려 마음 먹으면 이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차입금 만기 연장도 채권단의 뜻이 모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는 이러한 사정을 알고 우선매수권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금호 상표권 허용을 두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시간을 끄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자는 박 회장이지만, 상표권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다. 상표권으로 금호산업에 들어오는 수입은 연간 60억 원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금호산업이 이 돈을 포기하고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돕기는 쉽지 않을 거다. 배임 혐의가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금호산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60억 원이다. 상표권으로 들어오는 돈이 6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일각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의 자금과 운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보유 현금이 1790억 원인 더블스타가 1조 원에 가까운 인수가를 써낸 것은 무리였다는 평가다. 인수자금 대부분이 차입금인 만큼 인수 후 상환과 이자지급을 위해 금호타이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어떻게 보면 금호아시아나그룹보다 재무적으로 열악한 상태다. 더블스타의 자산 규모는 1조 2000억 원 수준이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연간 매출만 3조 원에 가깝다”며 “국내 기업이 이런 재무 능력으로 인수전에 참여했다면 자격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금호타이어 입장에서는 더블스타가 인수하는 편이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또 재계 다른 관계자는 “더블스타 재정 능력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컨소시엄 면면을 보면 중국 칭다오 지자체에서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며 “금호타이어는 중국에서 매출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회사가 어려워진 면이 있다. 사드 국면에서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 기업이 인수한다면 중국 매출을 회복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더블스타는 중국에만 공장이 있고, 다른 국가에서는 운영 경험이 없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시장만 보는 게 아닌 글로벌 기업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은 자신이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에 기여했다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위기에 몰아넣은 것도 박 회장이다. 국민혈세를 투입해 되살린 기업을 경영에 실패한 총수가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지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정 상태를 봤을 때, 금호산업에 이어 금호타이어까지 차입금을 활용해 인수한다면 지난 2010년 워크아웃 당시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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