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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vol. 2] ‘달려라 자동차, 달려라 청춘’ 홍원석

2017.04.17(Mon) 11:21:11


[비즈한국] 회화 같은 정적인 예술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은 의외로 동적인 분야에 매료된다. 상당수 화가들이 격투기 같은 격렬한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이 그렇다. 자신이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대리 만족 같은 것일 게다.

 

19세기 말 기차의 등장에 많은 예술가들이 열광했던 현상이나 자동차 운전을 즐기는 것도 같은 경우다. 미국 액션페인팅 대표작가 잭슨 폴록이나 20세기 최고의 호른 연주자로 명성을 얻었던 데니스 브레인도 자동차광이었다. 이들은 운전 중 사고로 생을 마쳤다.

 

홍원석도 자동차를 좋아하는 작가다. 유년시절 택시 운전을 하던 부친의 영향과 군에서 구급차 운전병으로 복무했던 경험이 작품으로 연결됐을 정도다. 그런 탓인지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로드 페인팅이다.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나 운전 중 스쳐가는 풍경 혹은 거기서 일어난 교통사고 같은 상황들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비행기가 나는 밀밭: 130x193cm, 캔버스에 오일, 2010년.

 


그의 작품은 어둡다. 밤 풍경이 그림의 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밤의 도로는 현실만큼 두렵다. 밤을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우리는 다양한 감정, 추억, 미래에 대한 생각 등을 한다. 오롯이 혼자만의 공간에서 상상 속의 세계를 짓고 부수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목적지로 향한다. 전조등 가시 한계로 들어온 도로는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그 너머 어둠 속의 길들은 미지의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더구나 처음 만나는 도시의 적막한 도로 혹은 인적 끊긴 산길에서 마주치는 낯섦은 커다란 공포 그 자체다. 밤을 자동차로 홀로 달려본 사람은 공감하는 감정일 게다.

 

홍원석도 같은 감정 속에서 작업을 구상한다. 어두운 현실, 갈 길을 가늠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시대 젊은 세대. 그들과 같은 30대를 지나고 있는 작가에게 그림은 목적지가 불분명한 밤길을 홀로 달려야 하는 자동차 같은 것일 게다. 낯선 길을 오로지 헤드라이트의 가시거리에 의지해 달리는 여정에서 그림으로만 생을 지탱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까. 그의 그림에서 헤드라이트 불빛은 유난히도 외롭게 빛난다.

 

좌빛 우빛: 97x193cm, 캔버스에 오일, 2008년.


 

그런데 홍원석의 그림은 어둡지만 우울하거나 막막하지는 않다. 청춘다운 에너지가 보인다. 환상적 이미지가 그림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흐의 역동적인 하늘이 우리가 늘 자동차로 달리는 도로의 배경에서 빛나고, 강변도로 밤하늘에 낙하산부대의 야간침투가 일어나는가 하면, 고속도로 옆 강에서는 엉뚱하게도 우주인이 출현한다. 전조등 불빛 속으로 들어오는 미지의 곤충, 도로를 벗어나 강물 위로 날아오르는 자동차, 급류 속을 운행하는 택시도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홍원석의 그림은 탄탄한 구성과 장식성이 반짝이는 색감, 여기에 세련된 묘사력이 더해져 매력적인 회화로 눈길을 끈다. 나이답지 않은 노련한 회화적 완성도에서 앞으로의 그림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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