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중계 보며 한잔' 스포츠펍, 한국에선 인기 없는 이유

해외선 유료 중계, 한국은 공짜 많아…해외 인기 스포츠 새벽인 것도 영향

2017.05.06(Sat) 14:12:19

[비즈한국] 영국 리버풀, 오후 6시 회사를 마치고 퇴근한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그들은 동네 펍(pub)으로 향한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요한 일전이 있는 날이기 때문. 원정이라 경기장 직관(직접관람)을 할 수는 없지만, 스포츠채널 중계권이 있는 스포츠펍에서 저녁식사에 맥주를 마시며 응원할 생각이다.

 

 

해외에서는 주요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 스포츠펍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떨 때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펍도 가게 앞에 ‘우리 가게는 스포츠 생중계를 해준다’는 현수막을 걸어둔다. 반면 한국에서는 스포츠펍 형식의 술집이 많지 않다. 한때 서울 종로나 합정동 등에서 스포츠펍이 몇 군데 생기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스포츠펍이 부진한 이유가 무엇일까. ​

 

 

영국 맨체스터의 한 스포츠펍이 가게 앞에 스포츠 생중계를 알리는 현수막을 걸어뒀다. 사진=민웅기 기자


가장 먼저 경기 시간이 이유로 꼽힌다. 해외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경기에 한정하면, 이들 경기는 한국과 시간대가 달라 펍에 가서 중계를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 아무개 씨는 “한국시간으로 저녁 8~9시에 열리는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 경기 중계가 있으면 종종 스포츠펍을 찾는다. 하지만 기회가 자주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국 EPL뿐만 아니라 독일의 분데스리가, 스페인 라리가 등 해외축구는 한국시간으로 자정부터 새벽에 많이 열린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나 농구(NBA)는 새벽이나 아침에 주로 펼쳐진다. 술을 마시면서 경기를 즐기기에는 맞지 않는 시간대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 중계권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 케이블TV나 IPTV에 가입하면 KBS·MBC·SBS 지상파 스포츠채널을 비롯해 JTBC 스포츠채널, 스포티비 등을 통해 집에서 무료로 스포츠경기 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한국의 양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서도 방송사들의 중계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전달한다. 한국의 스포츠팬들은 TV, 컴퓨터,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중계를 볼 수 있다.

 

야구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해외 많은 국가들은 축구, 야구, 농구 등 스포츠 중계를 보기 위해서는 따로 돈을 지불하고 유료 채널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중계권을 구매한 펍에서 중계를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펍 앞의 ‘우리 술집은 스포츠 생중계를 해준다’는 현수막도 자신들이 중계권을 구매해 틀어줄 수 있음을 알리는 표현인 것이다.

 

일반 펍과 달리 스포츠펍만의 차별성과 즐거움을 제공하지 못해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국 관중들은 맥주 한잔하면서 함께 함성 지르고 응원을 하기 위해서는 경기장을 직접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며 “한국의 스포츠펍은 경기 중계를 틀어준다는 것뿐이지 다른 술집과 큰 차이가 없다. 스포츠펍을 방문해야만 느낄 수 있는 차별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안양에는 ‘리버풀’ 스포츠펍이 있다. 정재용 대표는 이곳을 지난 2007년부터 10년간 운영하고 있다. ​정 대표는 “리버풀 펍은 안양에 위치해있다. 안양을 연고로 하는 안양 FC가 있다. 이에 펍에서 안양 FC와 연계해 차별성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안양에 위치한 리버풀펍을 찾아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의 모습. 사진=민웅기 기자


스포츠펍이라는 차별성을 강조하기보다, 일반 술집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반박도 있다. 정 대표는 “스포츠펍을 오픈했다가 그만두시는 분들 중에는 스포츠 경기 중계가 있는 시간대만 신경을 쓰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도 중계 있을 때만 잠깐 왔다가 끝나면 바로 간다. 또한 중계가 없는 날은 손님이 찾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그럼 꾸준히 매출이 유지되지 않는다”며 “스포츠펍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술집을 운영한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스포츠만 좋아해서는 안 되고, 술에 대한 상식이나 애착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bizhankook.com


[핫클릭]

· 지지부진 박근혜 재판, 대선 후 급물살 탄다
· [단독] LG 'V30' 배터리 일체형 설계, 역대 최강 내구성 노린다
· 공수처·수사권 '시한폭탄'…대선 앞둔 검찰 내부는 지금
· '더 더워지면 늦는다' 2017 에어컨 실전 구매가이드
· [날;청년] "월세 합리화, 주거문제는 제도로 때려박아야 해"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