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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강남 아파트값은 왜 오르기만 할까?

22만 호에 불과한 데다 15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가 80% 이상

2017.05.08(Mon) 10:48:37

[비즈한국] 30여 년 전 서울 서북쪽 끝자락에서 자취하던 시절, 주말마다 산에 올라가는 게 일이었다. 지금은 서울둘레길의 일부로 잘 관리되어 있지만, 당시는 그 정도로 관리되어 있지는 않았기에 올라가는 길 찾는 게 무척 힘들었다. 그렇지만 일단 올라가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 보답해주었다. 서울 강북에 얼마나 산이 많은지, 그리고 골짜기마다 어쩜 그렇게 집이 많은지. 지방에서 올라온 촌놈 입장에서 입이 딱 벌어지는 풍경이었다. 

그때 절로 나오는 한숨이 “이 많은 집 중에 어째 내 집은 한 채도 없나?”라는 한탄이었다. 당시 반지하 셋방에서 살고 있었기에, 겨울에는 하루 종일 볕 하나 안 들어오고 여름에는 곰팡이와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기에 더 절절했으리라.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어느 신도시 아파트를 처음 구입하고 가슴 벅차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이 젊은 날의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그래도 복 받은 편이다. 90년대 초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했기에, IMF 경제위기도 상대적으로 편하게 보냈고 또 그 이후 펼쳐진 정보통신 붐 속에서 연봉 인상의 기쁨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200만 공시족으로 대변되는 지금 한국의 2030에게 부동산, 특히 서울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다. 

실제로 최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연령대별 아파트 구입자 비중 변화’ 자료를 보면, 2030의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연령대별 아파트 구입자 비중 변화. 출처: 한국감정원


한국 2030 세대의 상당수가 부동산에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서울 강남 집값에 대해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는 상황에서 이런 미친 가격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라고 단언하는 젊은이들을 수없이 만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3년 말 바닥을 친 뒤 서울 부동산시장은 활황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아파트 가격 지수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3년 말 대비 11.5% 상승했으며, 특히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같은 기간 15.4% 올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건 바로 ‘입장 바꿔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5월 초순 황금연휴에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200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또 지난 한 해에만 비행기를 이용해 여행한 사람의 수가 1억 명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즉 한국은 불평등이 심화되는 게 문제일 뿐, 경제 전반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등 핵심 지역 부동산을 소유했거나 혹은 소유를 갈망하는 상류층 입장에서 한국 부동산에 대한 최고의 불만은 무엇일까? 

바로 ‘노후화’다. 강남이나 강동 등 누구나 선호하는 최고의 입지를 갖춘 아파트가 지극히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이상우 애널리스트의 책 ‘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에 담긴 귀한 통계를 한번 해부해보자. 

출처: 이상우, ‘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원앤원북스, 2017), 95쪽.


출처: 이상우, ‘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의 내용을 가공


먼저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권’의 주택 수는 29만 호, 그중에서 아파트는 22만 호에 불과하다. 전 국민이 그토록 애타게 사모하는 강남권 진입을 위해서는 29만 호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전국 1637만 호 중에서 1.8%에 불과하다. 결국 강남 주거는 한국 최상위 2% 안쪽의 이야기다. 

두 번째로 확인되는 사실은 강남권 주택이 지극히 노후화했다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 22만 호 중에서 무려 81.7%가 지어진 지 15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다. 특히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아파트도 무려 63.4%에 이른다. 

필자는 30년, 아니 40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에 거주한 적이 있는데 두 가지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첫 번째 문제는 주차난이었다. 집집마다 차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차공간이 태부족이라 이중삼중 주차는 물론 사소한 접촉사고는 부지기수였다. 특히 빽빽한 차 사이로 아이들이 보이지 않아, 주차할 때나 차를 빼낼 때마다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두 번째 문제는 노후된 배관이었다. 물을 틀면 1~2분 이상 기다려야 맑은 물이 나올 정도로 배관 사정이 열악했다. 심지어 한번은 낡은 배관이 수압을 못 견디고 터지면서 집이 물바다가 된 적도 있다. 결국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는 ‘주거’라는 면에서 본다면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최근에 지어진 집들은 정반대다. 주차공간이 넉넉하고, 이른바 ‘신평면’이 적용되어 20평대라도 3베이 형태의 구조여서 방방마다 햇볕이 잘 든다. 엘리베이터도 신형이며, 지하에 주차장을 지어 지상에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다. 노후 아파트보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낡아빠진 강남 아파트 가격은 비싼가? 더 나아가 최상위 2%는 왜 강남 지역의 노후 아파트에 주거하는가? 그 이유는 누구나 알고 있듯, ‘입지’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입지’이며, 두 번째와 세 번째 요인도 ‘입지’다. 

강남권은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는 곳이며, 한국 최고의 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유층의 주거지로 오래전부터 이름을 날렸기에 네트워크도 매우 잘 발달되어 있으며 교육 여건도 뛰어나다. 마지막으로 ‘지위재(positional good)’로서 강남은 최상위권에 놓인다.

이런 까닭에 강남의 신축 아파트 분양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뛰어난 입지뿐만 아니라 새로 지은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남권 노후 아파트 역시 이 기대로 가격이 지지된다. 재건축이 결정되는 순간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으며 또 실제로 그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건축이 지연되면 지연될수록, 강남권을 비롯한 노후아파트 집중 지역의 투자 매력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강남 신축 아파트 분양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2016년 7월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 에이치 아너힐즈’ 견본주택에 사람들이 몰려든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책 당국이 서울을 비롯한 강남권 아파트 가격을 장기간에 걸쳐 안정시키고 싶다면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강남과 서울 주요 지역의 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고 용적률을 높여주면 된다. 다시 말해 강남권 아파트의 희소성을 낮추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파트 가격의 단기 급등을 노린 투자자들에게는 ‘단기 매매차액 과세’ 등 조세 정책으로 대응하면, 세수도 확충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쉽지 않다. 투기꾼(?)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준다는 대중의 비판을 감수해야 할뿐만 아니라, 일거에 용적률이 상향 조정될 경우 먼저 재건축한 사람들과 형평성 문제도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규모 재건축이 시행되면서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위협요인일 것이다. 

이상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감안할 때, 서울 등 수도권 핵심 지역의 용적률 상향 등 전면적인 ‘공급 확대’ 정책이 취해질 가능성은 낮다. 물론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확대 가능성이 높지만, 수도권 핵심 지역의 택지 공급이 태부족 상태라는 ‘초기조건’을 감안할 때 그 영향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왜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특히 수도권 핵심 지역에서 이뤄지기 어려운지는 필자의 졸고, “가계부채를 위한 변명, 시계를 5년 전 가보자면…”을 참고하기를 바란다.

*국토교통부(2016.12.19), “2016년 연간 항공여객 1억 명 돌파”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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