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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20조, 30조…' 도시바 인수가 폭등의 비밀

세계 3위 낸드플래시 업체…반도체 호황으로 몸값 천정부지

2017.05.18(Thu) 16:15:13

[비즈한국] 10조 원에서 시작해, 20조 원, 30조 원이 회자되고 있다. 작은 국가 예산쯤 되는 돈이 몰려드는 곳은 바로 도시바다. 도시바가 매물로 내놓은 반도체 사업 분야에 인수전에 돌입한 경쟁 업체들이 써낸 가격이다. 도시바는 경쟁 업체가 수십조 원을 부르는 사업 분야를 왜 매각하려고 할까. 인수 후보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이유는 뭘까. 

 

 



도시바 로고.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분야를 매물로 내놓은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없어서다. 지난 2015년 도시바는 영업이익을 과도하게 잡았다는 부정 회계 스캔들을 겪었다. 과도하게 추정한 금액이 2조 원에 달했다. 흑자가 났다고 발표한 해에도 사실은 적자가 나고 있었던 것이다. 부정회계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2015년 말 도시바의 한 해 적자는 사상 최대인 55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예고됐다. 

 

도시바는 살아남기 위해 TV, 컴퓨터 공장 등을 축소하고 해외공장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이때 알짜 사업인 반도체 사업 지분 일부도 팔겠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1월 대규모 손실이 또 터졌다. 

 

도시바의 원자력발전 자회사에서 7000억 엔, 우리 돈 약 7조 원의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도시바 그룹 해체 가능성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도시바는 반도체 지분 일부가 아닌 50% 이상 매각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경영권을 포기하고 알짜 기업을 넘기더라도 당장 살아남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시바 반도체 부분 입찰에 참여한 회사는 10여 곳.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3월 마감된 1차 입찰에서 미국 반도체 업체 웨스턴 디지털,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 대만 폭스콘 등이 참여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가격이 뛰고 있다. 초기 약 10조 원 정도로 예상된 값이 30조 원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가격을 많이 써낸 곳이 인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각 과정이 진행될수록 상황이 복잡해져 갔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중화권 업체 매각에 제동을 걸고 있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홍하이그룹 등 중화권 업체가 매각을 성사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시바도 아시아권보다는 브로드컴, 웨스턴 디지털, 애플 등 미국 기업에 팔기를 원하고 있다. 다만 미국 기업은 중화권만큼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 않아 셈법은 복잡해져 간다. 

 

이번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도 참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의욕적으로 인수전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최 회장은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최 회장은 일본 재계 관계자를 만나 핵심 이슈로 떠오른 고용유지, 기술유출 등을 조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격이 높아진 만큼 이른바 ‘승자의 저주’ 가능성도 커진다. 반도체 분야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수직상승하며 최대 호황을 맞고 있지만 20조 원 넘는 가격은 부담이라는 의견도 있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분야 세계 3위다. 이미지=이세윤 디자이너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분야 세계 3위 기업으로, SK하이닉스가 인수한다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곧바로 강자가 되겠지만, 지난해 말 청주 공장에 15조 원을 투자한다고 보도된 바 있는데 굳이 20조 원 이상의 금액을 베팅하는 무리수를 둬가며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은 든다. 그 정도 금액이면 승자의 저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규정상 인수 관련된 이야기는 할 수 없다”​며 “​청주 공장에 투자하는 15조 원은 장기간에 걸쳐 투입되는 만큼 큰 영향이 없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웨스턴 디지털도 도시바가 사업가치 20조 원 이상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높은 인건비와 공장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 등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이유를 들었다. 웨스턴 디지털은 도시바와 반도체 공장에 절반씩을 투자한 합작사다.

 

각 기업의 복잡한 계산과 가격 경쟁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신세’가 될 공산도 있다. 지난 15일 웨스턴 디지털이 독점교섭권을 거절당하자 국재중재재판소에 중재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웨스턴 디지털이 매각과정에 개입할 권리가 없다며 매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재판이 시작되면 중재절차가 1년까지 걸릴 수 있어 매각은 난항이 예상된다. 웨스턴 디지털의 초강수로 메모리 인수전 자체가 무산되거나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오는 19일 예정된 국재중재재판소 중재절차에 시선이 모아지는 까닭이다. ​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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