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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40년 된 드라이버 1만 원대' 만물시장 골프 골동품의 세계

버려진 골프클럽이 모이는 곳…수집가들에게는 천국

2017.05.19(Fri) 10:12:08

[비즈한국] ‘한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재래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 골프 문화를 재래시장에서도 볼 수 있을까. 있기는 하다. 서울 황학동 만물시장에서 대한민국 골프 골동품 문화를 ‘살짝’ 엿볼 수 있다.

 

지난 17일 지하철 6호선 신당역에서 5분 정도 걸으니 황학동 만물시장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일반 재래시장과는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국내 최대 중고시장답게 TV, 냉장고, 라디오 등 가전제품부터 색소폰, 피아노, 꽹과리 등의 악기용품, 불상, 도자기, 고서적 등의 골동품까지 정말 없는 거 빼고 다 있었다. 

 

전국민의 사랑을 받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미술소품들을 황학동만물시장에서 모두 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30대들에게는 가물가물하겠지만, 40대 이상에게는 추억의 물건인 흑백TV, LP판, 카세트테이프, 놋그릇, 못난이인형 등이 눈길을 사로잡아 발걸음을 재촉할 수도 없었다. 

 

황학동만물시장의 유일한 중고 골프클럽 판매업체인 설악전자.

 

황학동만물시장에서 중고 골프클럽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업체는 설악전자가 유일했다. 3년 전까지 MP3, 내비게이션, 디지털카메라 등을 함께 판매했다는데, 스마트폰이 보급화 되면서 전자제품 판매를 접고 중고 골프클럽만 판매하게 됐다고 한다. 

 

5000여 개의 골프클럽을 보유한 설악전자에는 골프사에 기록될 만한 희소성이 높은 클럽들이 적지 않았다. 브랜드명이 적혀 있지 않은 샤프트와 나무 헤드로 제작된 수제 우드부터 중고 온라인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20여년 전 단종된 퍼터까지, 골프클럽의 골동품이라 할 만한 다양한 클럽들이 있었다. 

 

 

 

혼마골프 엑스트라 콜렉트 드라이버(위)와 핑골프 핑아이 2 아이언(아래). 사진=혼마골프, 핑골프


가장 눈에 띈 건 혼마골프의 엑스트라 콜렉트 모델과 핑골프가 황동 소재로 제작한 핑아이2 아이언이었다. 지난 1973년에 감나무 소재로 제작된 엑스트라 콜렉트 모델은 일본 최초로 블랙 샤프트가 장착됐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높다. 핑아이2 아이언은 최근 미국 골프닷컴이 ‘골프를 변화시킨 12개의 혁신적인 골프장비’로 선정했고, 지난 2010년 2월 필 미켈슨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에서 20년 전 모델을 사용하면서 재조명된 바 있다. 

 

희소성이 높은 골프클럽을 포함해 제작된 지 20년 이상 된 골프클럽은 1만 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최신형 중고 골프클럽을 찾는 고객이 많고, 오래된 중고 골프클럽 거래가 영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헐값에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중호 설악전자 사장의 설명이었다. 

 

중고 골프클럽은 중간 유통업자에 의해 거래된다고 한다. 가정용 폐기물로 버려진 중고 골프클럽을 유통업자들이 재활용센터나 폐기물업체에서 구해와 설악전자에 팔고, 김 사장이 약간의 마진을 더해 고객에게 클럽 한 개당 5000~2만 원에 판매한다. 김 사장은 “매주 토요일 오전마다 희소성이 높은 골프클럽을 사가는 수집가가 한 분이 있다. 싼 값을 부르면 그가 몇 천 원 더 얹어주곤 한다. ‘값어치 있는 물건을 구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설악전자의 내부 모습. 깔끔하게 정리돼 있지는 않으나 중고 골프클럽 사이에 희소성이 높은 골프클럽이 섞여 있다.

 

김 사장은 “해외 투어 무대에서 활약하는 국내 선수들로 인해 대한민국 골프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대한민국 골프 문화는 아직 부족한 수준인 것 같다. 신제품 골프클럽이 수천만 원에 거래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부의 상징이자 소모품으로만 여긴다”며 “국내 골프문화가 발전하려면 중고 골프클럽 거래 문화부터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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