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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날으는 날으는 원더우먼~" 린다 카터의 추억

남성 히어로 중심 틀을 깬 가장 성공한 히로인 캐릭터

2017.05.26(Fri) 18:34:19

[비즈한국] “날으는 날으는 원더우먼. 하늘에서 내려왔나. 원더우먼. 땅에서 솟아났나. 원더우먼.” 

 

이제는 원로 가수가 된 진미령이 부른, 지금 들으면 다소 유치한 가사 내용의 주제가가 울려 퍼지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TV 브라운관 앞에 모여 앉아 박수를 치며 시청하던 미국 드라마(미드)가 있었다. 바로 같은 시기 ‘600만 불의 사나이’에 버금갈 만한 인기를 누렸던 린다 카터 주연의 ‘원더우먼’이다.        

 

린다 카터 출연 당시 ‘원더우먼’ 포스터.

 

린다 카터는 지난 40여 년간 원더우먼을 상징했다. 이런 가운데 미스 이스라엘 출신의 모델 겸 배우 갤 가돗 주연의 영화 ‘원더우먼’이 오는 5월 31일 개봉하면서 린다 카터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린다 카터는 1951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5세 때 TV에 데뷔했고 1972년 미스 월드 USA에 출전해 우승했다. 린다 카터가 출연한 원더우먼은 국내에서 1977년 동양방송(TBC)을 통해 전파를 탔다. 당시 그녀의 절세 미모를 접한 세인들의 입에서 “사진 한 장만을 보내 미스 월드가 됐다”는 루머마저 만연할 만큼 원더우먼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린다 카터는 미국 대표로 미스 월드에 출전해 세미파이널까지 올라갔지만, 미스 월드 1위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여성이 린다 카터를 제치고 그해 미스 월드가 됐단 말인가.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당시 수상자 사진을 보니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린다 카터가 한창 인기를 끌 무렵 그녀의 미모를 시기하는 쪽에서 퍼뜨린 것으로 보이는 악성 루머도 끊이지 않았다. 일본의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나 권투 황제인 무하마드 알리와의 염문설과 함께 린다 카터가 이들과 찍은 성인 비디오가 있다는 풍문까지 있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이들은 만난 적도 없으니, 전혀 사실 무근의 소문이었다.  

 

원더우먼을 맡기 전까지 ​린다 카터는 ​단역을 전전하는 등 ​배우 활동이 ​순탄하지 못했다. 배우 활동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던 시점에 원더우먼 출연 제의를 받았고 결국 그녀의 인생작이 됐다. 린다 카터가 주연을 맡은 TV 시리즈는 1975년 파일럿 단편(시리즈를 본격 방송하기 전 시험 제자물)이 센세이션을 일으키자 시즌제 시리즈물로 제작됐다. 그녀는 1976년에서 1979년까지 총 세 시즌에 원더우먼으로 출연했다. 

 

이 중 시즌1이 가장 높은 인기를 끌었고 완성도 측면에서도 가장 후한 점수를 받았다. 시즌1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다이애나 프린스(원더우먼)가 미국 육군 소령인 스티브 트레버를 도와 독일 나치를 무찌르는 활약상을 보여준다. 그런데 갑자기 30년 이상을 뛰어넘으며 트레버 소령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아들로 설정돼 등장하는 첩보물로 바뀌어 버린 후부터는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린다 카터는 그 출중한 미모로 시리즈 전체를 그야말로 하드캐리 해냈다. 

 

하지만 원더우먼으로 거둔 성공과 형성된 이미지가 너무나 강력해 린다 카터의 이후 ​​배우 활동의 발목을 잡았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베드신도 찍고 범죄자 역할을 해봤지만 ‘원더우먼이 벗었다’는 엉뚱한 방향으로 출연작이 소개되는 식이었다. 슈퍼맨으로 대중에 각인된 크리스토퍼 리브 역시 이후 출연작에서 이렇다할 만한 작품이 드물다는 점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5월 31일 개봉하는 갤 가돗 주연의 원더우먼 공식 포스터.

 

원더우먼은 DC코믹스 캐릭터 중에서 슈퍼맨, 배트맨과 함께 당당히 ‘빅3’ 캐릭터를 이룬다. 그러나 원더우먼은 이러한 유명세에도 린다 카터 이후 실사 드라마나 영화로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원더우먼을 실사물로 만든다고 할 때마다 주연 배우를 린다 카터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았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시대에 따라 주연 배우가 바뀌면서 계속 실사물이 만들어지는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2011년 초 미국 3대 방송국 중 하나인 NBC는 180cm의 장신 에이드리언 팰리키를 주연으로 원더우먼 드라마 리메이크를 계획했다가 파일럿 편만 방송한 채 접었다. NBC는 신작 드라마에서 이전까지 완벽한 정의의 사도였던 원더우먼의 캐릭터에 대폭 손질을 가해 다소 범법행위를 하는 파격적인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었다. 원더우먼 복장도 짧은 핫팬츠 대신 긴 쫄쫄이 바지를 입혔다. 이런 이질적 측면은 혹평을 받아야 했고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지난 수십 년간 극장용 원더우먼 영화가 제작된다는 얘기들은 끊이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갤 가돗 주연의 원더우먼 개봉 전까지 원더우먼을 주연으로 개봉한 영화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봉작은 산모가 산고를 딛고 출산한 아기에 비유할 만하다. 

 

앞서 샌드라 불럭, 메건 폭스 등이 영화 원더우먼의 타이틀 롤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샌드라 불럭은 원더우먼 역을 소화하기에 평범한 외모이며, 메간 폭스는 신장 면에서 아쉬웠다. 린다 카터와 흡사한 이미지의 호주 출신 모델 겸 배우 메건 게일이 원더우먼 역으로 캐스팅됐지만 영화 제작 무산이란 불운이 따랐다. 이쯤 되면 린다 카터의 저주라고 해야 할까.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탓에 린다 카터 주연의 TV 시리즈에 나왔던 원더우먼의 핵심 장비 ‘투명 비행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슈퍼맨에 필적할 괴력, 총알을 막아내는 팔찌, 포박되면 이실직고해야 하는 진실의 올가미는 빠지지 않고 나온다. 

 

슈퍼맨과 묘하리만치 대칭적인 구조를 갖는 원더우먼은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슈퍼맨과 원더우먼은 평상시에 안경알이 유달리 큰 뿔테 안경을 써서 위장하고,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돌면서 변신한다. 두 캐릭터에겐 동료이자 썸 타는 관계인 인간 남녀가 등장한다. 슈퍼맨에게 기자 동료인 로이스 레인이 있다면, 원더우먼에게는 군인 상관인 스티브 트레버가 있다.

 

원더우먼은 여성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남성을 능가하는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을 형상화하고 있다. 원더우먼 등장 이후 대중적 성공에서 그 아성에 필적할 만한 히로인 캐릭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맨’, ‘~맨’ 등 남성 중심의 히어로 캐릭터들이 판을 쳐온 상황에서 원더우먼은 독보적인 히로인 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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