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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올해 3승 통산 6승 '일본서 제2의 전성시대' 김하늘 인터뷰

"노장 취급 속상했는데 여기선 나도 어린 편…잃었던 자신감 쑥쑥"

2017.06.25(Sun) 10:50:36

[비즈한국] ‘미소퀸’ 김하늘(29·하이트진로)이 거침없는 질주를 벌이고 있다. 일본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그는 4월 말 사이버 에이전트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 이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살롱파스컵에서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리더니 6월 11일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세 번째 우승컵을 추가했다. 덕분에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부문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김하늘이 일본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사진은 2013년 6월 US여자오픈에서 샷을 날리는 김하늘의 모습. 로이터/뉴스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8승의 간판스타인 김하늘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입성한 건 2015년. 그 해 초반에는 컷오프의 수모를 당하는 등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했다. 18개 대회를 치르며 기권 1회, 예선 탈락 3회 등 단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지만 2015년 9월 먼싱웨어 레이디스 도카이 클래식에서 12언더파 204타를 기록하며 일본 투어 데뷔 첫 승을 거머쥐었고 이후 승승장구하며 어느새 통산 6승을 올렸다.  

 

김하늘은 200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해 통산 8승을 거두며 2011·2012년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하는 등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등극했었다. 2014년 무승으로 한 시즌을 보낸 후 새로운 도전을 위해 건너간 일본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김하늘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목표가 3승이라고 말했는데 벌써 3승을 거뒀다. 

 

“맞다.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아, 진짜 신난다(웃음). 2016시즌 JLPGA 투어 최종전이자 마지막 메이저 대회였던 LPGA 투어 챔피언십 리코컵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지난 시즌 성적이 4위였다. 4위라는 건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걸 의미하지 않나. 동계훈련을 준비하면서 ‘내가 더 잘하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를 놓고 고민 많이 했었다. 어느 때보다 재미있게 훈련을 했고 시즌을 준비했던 것 같다.”

 

―동계 훈련에서 집중적으로 보완했던 부분이 무엇인가.

 

“퍼팅 훈련이다. 작년 초반에 우승 찬스가 있었는데 숏 퍼팅에서 실수가 많아 우승을 놓친 적이 있었다. 동계훈련 동안 하루 2시간씩 퍼팅 훈련에 공을 들였다. 올 시즌에는 퍼팅에서 큰 실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스윙 코치를 바꾼 걸로 알고 있다. 최경주 프로의 절친으로 알려진 이경훈 프로인데.

 

“원래는 김세영 프로의 코치였는데 이후 배희경 프로가 배우다 내가 졸라서 레슨을 받게 됐다. 이경훈 코치가 프로는 안 받겠다고 해서 직접 전화를 드렸다. 당시 절박한 심정이었던 터라 골프를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정성이 통했는지 이 코치와 인연을 맺게 됐고 시즌 중간에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영상을 찍어 보내드리기도 한다. 이 코치를 만나기 전까지 외국인 코치를 두고 레슨을 받았는데 도움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통역을 통해 내 얘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답답한 부분도 있었다. 내 속에 있는 말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환경에 변화를 주고 싶어 스윙 코치를 교체했고 이경훈 코치와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올해는 퍼트가 정교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계 훈련지가 베트남이었다. 

 

“처음 가 본 전지훈련지였다. 마침 비도 안 오고 날씨도 덥지 않아 최적의 훈련 환경이었다. 동생인 대원(한국프로골프협회 준회원으로 누나인 김하늘의 영향으로 골프 입문)이가 동행해줘서 훈련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동생이랑 다니면 종종 남자친구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웃음). 아직 KPGA 정회원이 되지 못했는데 동생한테도 곧 좋은 소식이 들리길 희망한다.”

 

―벌써 시즌 3승을 거둔 터라 남은 대회에선 편안한 마음으로 시합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즌이 한참 남았지만 3승을 달성한 부분이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건 확실하다. 가끔은 이렇게 잘되는 게 신기할 정도다. 노력하고 애쓴 보람을 느끼면서도 이 자리를 유지하고 지키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이)보미를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6월 11일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김하늘. JLPGA 홈페이지 캡처.


―지난 시즌 JLPGA에서 1위를 차지했던 이보미가 올해는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걸 두고 하는 얘기인가(이보미는 2015년 7승, 2016년 5승을 거두는 등 2년 동안 챙긴 상금만 40억 원이 넘는다. JLPGA 데뷔 6년 만에 통산 20승을 거두며 ‘보미짱’으로 실력과 인기를 한몸에 받았지만 올해 성적은 좋지 않다. 12개 대회에 출전해 컷탈락 2번, 톱10 2번 올랐고 상금랭킹도 25위. 전문가들은 이보미의 아이언샷 정확도가 떨어진 점을 성적 부진 이유로 꼽는다).

 

“밑에 있다가 올라간 사람은 다시 내려가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정상에 있다가 내려간 선수는 몇 배 이상의 부담을 안고 있다. 지금 이보미의 상태가 그럴 것 같다. 난 보미를 걱정하지 않는다. 워낙 잘하는 선수이고 우리가 걱정할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니다. 종종 주위에서 이보미에 대해 물어보는데 그럴 때마다 보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선수라고 말해준다. 분명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일본에서는 매니저와 함께 투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선 부모님의 뒷바라지를 받았는데 홀로서기를 해보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 

 

“솔직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전의 난 골프만 하면 됐다. 부모님이 알아서 다 챙겨주셨기 때문에 다른 건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회 장소로의 이동, 대중교통 예약, 숙소, 렌터카 등 모든 걸 혼자 처리한다. 할 일이 많아지니까 정신이 없었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해외 투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일본으로 떠난 데 대해 골프계에선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2014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내가 일본 투어에서 활약하리라곤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나 우승 없이 시즌을 보내며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대로 남아 있다간 제자리에서만 맴도는 인생을 살 수밖에 없겠더라. 더 이상 성장할 줄 모르는 골프 선수로 전락하는 듯한 느낌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데뷔 8년차가 되면서 노장 취급 받는 것도 속상했다.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맹활약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기사에는 ‘노련미’ ‘원숙미’ 등의 단어들로 채워졌다. 그런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일본 투어에서 뛰는 친구들이 일본행을 권유했다. 일본에서는 내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한다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나가보자는 생각에 일본으로 향한 것이다. 막상 가보니까 1988년생은 정말 어린 나이였다. 투어에는 언니, 나이 많은 유부녀 선배들이 대부분이었다. 주눅 들지 않았고, 분위기도 좋았다. 한국 선수들도 많았기 때문에 외롭지도 않았다. 재미있는 건 한국에서 만날 때와는 달리 외국에서 투어 생활을 함께하니까 한국 선수들의 관계가 굉장히 끈끈해진다는 사실이다. 나이 어린 후배들한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재미있게 골프를 칠 수 있는 부분에 만족했다. 성적만 좋다면 말이다.”

 

―JLPGA 투어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사실 나름 기대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 무대에 도전한 것이다. 그런데 시즌 초반부터 계속 헤매다보니까 나랑 일본이랑 안 맞는 게 아닌가 싶더라.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낯선 땅에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하루에도 열두 번은 짐을 쌌다 풀었다 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한테 많은 조언을 구했다. 왜 내가 안 되는지,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를 물었다.”

 

“그때 (신)지애와 (이)보미가 하는 말이 일본에서 투어 생활하려면 최소한 1년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하더라. 처음엔 골프장의 나무밖에 보이지 않았고, 자신들도 다 그런 과정을 거쳤다면서. 골프장 코스도, 레이아웃도 다르고 생활하는 면에서도 차이가 있으니까 그런 갈등을 느낄 수밖에 없을 거라며 위로해줬다. 실제 일본 골프장은 페어웨이 옆에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 서 있다. 페어웨이가 좁아 자칫 잘못하면 공이 숲 속으로 들어가기 십상이었다. 자연스레 소극적으로 스윙을 하게 됐다. 지금은 적응해서 그런지 이전처럼 비좁은 페어웨이에 대한 부담은 덜하다.”

 

―6승을 거둔 지금은 JLPGA 진출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할 것 같다.

 

“정말 그렇다. JLPGA에 감사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본 선수들과도 돈독한 유대 관계를 맺게 됐고 한국 선수들과 더 깊은 정을 나누고 있다. 부진에 빠진 선수가 있으면 더 챙기고 격려해주면서 응원을 보낸다. 골프하면서 이런 감정은 정말 오랜만이다.”

 

―일본 여자 골프의 간판스타인 미야자토 아이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같이 라운딩을 해봤나.

 

“아쉽게도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꼭 한 번쯤은 라운딩을 해보고 싶다. 지난 번 살롱파스컵에서 우승했을 때 그분을 보고 인사했는데 내게 축하한다고 말해줘서 감동 먹었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우승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남다른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에 집이 없다는 게 사실인가.

 

“계속 투어를 다니는 터라 굳이 집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 여긴 택배 시스템이 잘돼 있어서 대회를 마치면 다음 대회장으로 짐을 싸서 택배로 미리 보낸다. 골프백도 골프장에서 다음 골프장으로 바로 옮겨준다. 난 간단한 옷가지들을 챙겨 몸만 이동하면 된다.”

 

김하늘은 살롱파스컵 우승으로 JLPGA 정회원 자격을 부여받았다. 그동안 정회원 대신 외국인 선수에게 주어지는 1년 투어 시드권을 받았는데 올해부턴 이 정책이 없어지면서 우승자인 외국인 선수한테도 정회원 자격증이 주어진 것이다. 그는 이 자격증 획득에 대한 기쁨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살롱파스컵 우승이 확정된 후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매니저한테 ‘나 정회원 되는 거야?’라고 물어봤을 정도로 정회원 자격 여부에 관심을 쏟았다. 앞으로 자격 조건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 편히 투어를 할 수 있게 됐다. 원래 3승이 목표였지만 남은 대회에서 1승을 더 해 4승을 이루고 시즌을 마쳤으면 좋겠다. (욕심이 끝이 없다는 얘기에) 정말 그런 것 같다. 우승은 계속 하고 싶다(웃음).”

 

김하늘·이보미·신지애 '동갑내기 3인방' US여자오픈 출전

 

오는 7월 13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내셔널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는 JLPGA에서 활약 중인 이보미, 신지애, 김하늘이 출전한다. 

 

2016년 시즌을 마치고 2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쥔 이보미는 총 1억 7500만 엔(약 18억 3000만 원)을 확보해 전년도에 이어 상금왕에 올랐고, 2위 신지애도 1억 4700만 엔(약 15억 3000만 원)으로 이보미에 이어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선수가 됐다. 3위는 일본의 류 리츠코로 1억 3400만 엔(약 14억 원)을, 그리고 4위가 1억 2800만 엔(약 13억 4000만 원)을 획득한 김하늘이었다. 5위는 1억 2400만 엔(약 13억 원)을 번 스즈키 아이(일본)의 차지. 

 

이로써 이보미, 신지애, 김하늘은 상금 랭킹 5위까지 주어지는 LPGA투어 US여자오픈 출전권을 확보했는데 흥미로운 건 이 3명이 1988년 동갑내기란 사실. 

 

김하늘은 자신보다 먼저 JLPGA 투어에 뿌리를 내린 이보미, 신지애가 일본 생활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한다. 

 

“친구들이 없었다면 성적이 안 좋을 때 힘들게 보냈겠지만 이들의 도움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대회에선 모두 경쟁 상대가 되겠지만 대회를 마치면 가장 친한 친구로 돌아온다.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인기를 얻고 인정받는 선수로 대우받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무엇보다 친구들이랑 US여자오픈대회에 출전하게 돼 기대가 크다. 성적을 기대하기보단 후회 없이 즐겁게 골프를 치고 오고 싶다.”

 

인터뷰 말미에 만약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게 된다면 곧장 LPGA에 진출하겠느냐고 묻자, 김하늘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그래도 일본에 있을 것 같다. 미국은 거리가 멀어 투어 생활이 힘들 것 같다”는 말로 일본 투어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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