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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꽃, 섬말나리

섬말나리(백합과, 학명 Lilium hansonii)

2017.06.27(Tue) 10:18:58

[비즈한국] 신비의 섬, 울릉도를 가는 것은 출발부터 설렘이다. 진즉 찾아왔어야 할 장마 소식은 깜깜하고 지독한 가뭄이 계속되는 더위 속에 울릉도를 찾아 나섰다. 울릉도는 강릉에서 180km 떨어진,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큰 섬이다. 울릉도는 2016년 말 기준, 거주 인구가 약 1만 명이며, 주로 관광 수입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섬이다. 기상에 따라 1년에 100일 정도 결항이 반복되는 섬이기에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은 기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갑작스레 울릉도 답사를 할 기회가 생겼지만, 날씨 걱정을 많이 했다. 기상에 따라 뱃멀미 고통을 겪어야 하고 운행시간이 예정 시간보다 길어질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운항 정지로 섬에 묶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날씨가 청명하고 바람이 잔잔하여 3시간 반이 소요되는 강릉에서 울릉도 저동항으로의 운항은 걱정과 달리 매우 순조로웠다. 쾌속선이라서 갑판에 나가지 못하고 선실 안에서만 바다를 바라보아야 했다. 그러함에도 오직 하늘과 바다만 보이는 수평선이 눈앞에 펼쳐질 때, 탁 트인 시야의 시원함은 육지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귀한 꽃을 만날 때만큼이나 아득한 수평선과 넓고 푸른 바다가 기쁨과 감동을 주었다.

 

대부분의 나리가 붉은 빛 도는 주황색 꽃인 데 반해 섬말나리 꽃은 밝은 황색을 띤다.


울릉도에는 이곳에서만이 볼 수 있는 섬초롱꽃, 섬말나리, 말오줌나무, 섬개야광나무, 섬바디, 왕호장, 섬현삼 등 특산식물이 많고 500종에 이르는 귀한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어 우리나라 식물자원의 보고이다. 섬 중앙에 우뚝 솟은 성인봉 북쪽에는 화산의 분화구인 분지가 있다. 이 섬의 유일한 넓은 평지로서 나리분지라 한다. 이곳에는 섬말나리가 많다. 섬말나리는 울릉도 특산 식물로, 울릉도 성인봉의 숲속과 나리분지 등에서 주로 자란다. 울릉도 개척 당시에 주민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이 식물의 뿌리인 마늘 모양의 비늘줄기를 식용했다고 한다. 나리분지라는 지명도 이곳에 섬말나리가 많았던 데서 유래했다. ​

 

나리분지를 지나 성인봉으로 이어지는 숲길에 들어섰다.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대낮인데도 나뭇잎 사이로 가녀린 햇살만이 새어드는 어둑한 숲속이었다. 이 숲에 반딧불처럼 군데군데 점점으로 환하게 드러나는 꽃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한창 피어나고 있는 섬말나리 꽃이었다. 섬말나리 꽃을 따라 숲 안쪽으로 조금 들어서니 어둑한 숲 안쪽 계곡에 어른거리는 사람 모습이 보였다.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가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갔더니 나물을 캐고 있는 듯한 할머니 두 분이 흠칫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가서 보니 이곳에 많이 자라고 있는 섬말나리 뿌리를 캐는 중이었다. 이곳에 구경 왔다가 어린 시절에 캐 먹었던 기억이 나서 몇 뿌리 캐보는 중이라고 했다. 나리분지 구경 왔다가 한창 꽃이 핀 섬말나리를 보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났나 보다.

 

섬말나리는 한국 특산종으로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백합과 다년초 식물이다. 말나리보다 줄기에 돌려나는 잎의 층이 2층 이상이며 꽃 색깔이 주황빛을 띤 밝은 황색이다. 줄기는 60~100cm까지 자라며 잎은 2~3층으로 돌려나는 잎, 즉 윤생엽이 있다. 한 무리의 윤생엽은 6~10장 정도 달리는데 전체적인 모양은 말나리와 흡사하다. 그러나 말나리의 경우에는 윤생엽이 대개 한 층으로 달리는 데 반해 섬말나리는 2~3층이 달린다. 또 말나리보다 꽃에 황색 빛이 더 많이 돌고 크기가 더 크다. 

 

섬말나리는 우리나라 ‘식물자원의 보고’인 울릉도에만 자생한다.


섬말나리는 자생 나리류 가운데 꽃이 가장 일찍 피는 종으로 6∼7월에 4∼12개 정도가 줄기 끝에서 밑을 향하여 핀다. 꽃의 안쪽에 흑자색 반점이 있으며 꽃잎이 뒤로 말린다.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으며 수술과 암술이 길게 밖으로 툭 튀어나온다. 꽃의 모양은 한여름에 붉게 피는 참나리, 말나리와 비슷하지만, 붉은 빛 도는 주황색 꽃인 대부분의 나리와 달리 흔하지 않게 밝은 황색의 꽃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섬말나리는 황색계의 원종(原種) 나리로서 육종가들에게 아주 중요하고 귀한 나리로 여겨진다고 한다. 학명은 유명한 원예연구가인 Hanson을 기념하여 붙여졌다. 일본에서는 관상용으로 건너간 것이 귀화하여 널리 자라고 있다고 한다. 

 

비슷한 종으로 새섬말나리가 있다. 꽃 색깔과 모양이 서로 비슷하지만, 꽃잎 열편에 검은 점이 없다. 울릉도 동쪽 사면에서 자라고 있다. 이 또한 섬말나리와 더불어 훌륭한 관상 자원의 하나이며 육종 가치가 큰 식물로서 보호되어야 할 우리 꽃이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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