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스치기만 해도 면직" 감찰 칼바람에 떠는 검찰

이전 ‘제 식구 감싸기’ 이례적 실종…“새 총장 오면 더 세질 것”

2017.06.30(Fri) 15:42:24

[비즈한국] “우리 검찰이 언제부터 그렇게 성희롱성 발언에 대해 엄격했나,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굉장히 이례적이지 않나 싶어요. 잘못된 것을 뿌리 뽑는 것은 좋긴 한데, 정말 이번에는 제대로 적폐를 도려낼 수 있을까요?”

 

대검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지난 20일, 사건 브로커에게서 술과 골프 접대를 받은 정 아무개 부장검사와 여직원을 성희롱한 강 아무개 부장검사 등 2명에 대해 면직을 법무부에 청구했다. 법무부는 조만간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검찰의 면직청구가 적절한지 심사할 계획인데, 감찰본부는 이례적으로 먼저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며 두 부장검사의 비위 사실을 알려왔다.

 

서울중앙지검에 휘날리는 검찰 깃발. 사진=고성준 기자


대검 감찰본부에 따르면 정 부장검사는 2014년 5월부터 10월까지 사건 브로커에게서 골프 1회, 식사 3회, 술 4회 등 모두 300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는데, 특히 정 부장검사는 접대가 이뤄지던 기간에 동료 검사가 수사하는 사건을 맡을 변호사를 특정해 사건 브로커에게 권유하기도 했다. 브로커는 이를 통해 사건을 거래하던 의뢰인 3명에게서 89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강 부장검사는 여직원과 여검사를 상대로 “영화보고 밥을 먹자, 선물을 사줄 테니 만나자”고 연락했는데, 이와 같은 연락은 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는 게 대검 감찰본부의 설명. 특히 강 부장검사는 지난 5월부터 6월까지는 피해 여성에게 사적인 만남을 제안하며 차안에서 손을 잡기도 했다. 

 

대검 측은 “(해당 검사들은) 직무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중대하게 훼손하고, 검사로서의 품위를 심각하게 손상했다”고 면직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놓고 검찰 내에서는 ‘조직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원래 우리 검사들 세계가 굉장히 보수적인 탓에 다른 조직들에 비해 여성 구성원들에 대해 신중하지 않게 발언하는 편”이라면서도 “성추행도 아니고 이 정도 발언만 놓고 면직을 청구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이 부장검사는 “그래서인지 지금은 정권이 바뀐 탓에 ‘스치기만 해도 면직’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조직이 스스로 이런 적폐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실제 면직 청구뿐 아니라, 이와 같은 일들이 알려지는 과정까지 굉장히 이례적이다. 통상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내부 구성원(특히 검사)의 비위 사실을 먼저 공개하지 않는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크게 부풀리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했던 게 일반적이었다.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시간을 버는 게 검찰의 통상 대응 태도.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검찰이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며 두 부장검사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 의사를 밝혔다. 면직은 검사 징계법상 해임 다음으로 수위가 높은 중징계다.

 

앞서의 부장검사는 “2015년 후배 여검사에 대해 더 심한 성희롱성 발언을 했던 부장검사는 별다른 진상조사 없이 사표가 받아들여져서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았느냐”며 “잘못한 것을 뿌리 뽑는 것은 당연히 우리 조직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일이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배경이 궁금하다”고 의아해 했는데, 일각에서는 ‘검찰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적폐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내부 비리가 언론과 같은 ‘타의’에 의해 공개될 경우 가뜩이나 악화될 검찰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스스로 우리 조직이 적폐를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더 강조한 것 같다”며 “면직이 결정되면 2년 동안 변호사로 개업을 할 수 없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단호한 대응 방침을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검찰의 강도 높은 내부 구성원 징계 의지는 새로운 검찰총장이 들어서면 더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은 총장이 없기 때문에 몇몇 핵심 검사장들이 집단지성 체제로 검찰 조직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는 과정이라면, 새로운 총장이 오면 총장의 지휘 아래 새롭게 방향을 잡고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 내 만연했던 적폐들은 새 검찰총장 임명 후 제대로 더 드러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법무부도 검찰총장 선임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이 제청할 검찰총장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오늘(30일) 밝혔다. 

 

위원장으로는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이, 비당연직 위원으로는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무대학원 교수 등이 위촉됐다. 위원회는 7월 3일 오전 10시 회의를 열고 검찰총장 후보자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법무부 장관에게 제청할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티볼리·트랙스·QM3·코나·스토닉…춘추전국 소형 SUV 시장 관전포인트
· 피자헛·죠스떡볶이·본죽…가맹점 상대 '갑질도 풍년'
· 김정숙 여사 방미 의상은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 '삼성물산 합병 반대했으면 국민연금 손실' 주장의 함정
· 또 비법조인 법무장관, 검찰 내부 "아프지만 개혁 피할 수 없어"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