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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실 잣던 물레바퀴 닮아 '물레나물'

물레나물과, 학명 Hypericum ascyron L.…깨끗한 곳에서만 자라

2017.08.01(Tue) 10:00:00

큼직한 황금빛 꽃잎에 강렬한 빨간 꽃술이 여름 숲에서 유달리 돋보이는 물레나물 꽃. 사진=박대문 제공


[비즈한국] 한여름이 깊어간다. 태양은 따갑게 햇살을 쏟아붓는다. 산천의 초목도 녹음이 짙게 우거진다. 꽃 피워 맺은 열매의 몸집을 부풀리며 성숙기를 맞는다. 한여름에 피는 꽃은 봄꽃과 달리 원색적이고 강렬한 완숙미를 보여 준다. 참나리, 중나리, 땅나리, 말나리, 하늘나리 등 나리 종류가 강렬하고 따가운 여름 햇살처럼 붉고 진하고 큼직한 꽃을 피워 올린다. 배롱나무가 푸른 잎새와 함께 나무 전체가 불이 붙은 듯 횃불처럼 빨간 꽃망울을 쉴 새 없이 터뜨린다. 능소화가 기웃기웃 담을 넘고 나무줄기 우듬지 따라 꽃차례를 내뻗어 빈 하늘에 손을 내 젓듯 따가운 햇살 아래 하늘거린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고 따가운 햇살이 숲속을 파고들 때쯤이면 원숙한 여인의 기품과 화용월태의 고운 자태로 숲을 밝히는 꽃이 있다. 넉넉하고 큼직한 황금빛 꽃잎에 강렬한 햇살처럼 뻗어나는 빨간 꽃술이 녹음 짙어가는 숲속에서 유달리 돋보이는 물레나물 꽃이다. 당장에라도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듯한 선풍기 날개 모양의 황금빛 꽃 이파리를 가졌다. 한쪽으로 휘어진 황금빛의 꽃잎 짜임이 마치 우리 어머니들이 목화에서 실을 짤 때 가슴의 한을 풀어내듯 돌리고 돌렸던 물레바퀴를 닮아서 물레나물이라 불렀다 한다.

 

물레나물은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에서 자라지만, 도시화된 곳이나 오염된 곳에서는 살지 않는다. 깨끗한 자연 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신선한 공기가 머무는 숲 가장자리나 산간 초지에서 종종 관찰된다. 어린잎과 줄기에 상처가 나면 향긋한 향이 난다. 잎은 마주나기 하며 피침형이다. 꽃은 6~9월 사이 한여름에 핀다. 새빨간 꽃술에 황색 바탕의 큼직한 꽃잎은 원숙한 여인의 기품이 배어 있고 넉넉한 품성의 여유가 묻어나는 꽃이다. 널찍한 꽃잎 5장이 물레가 도는 것처럼 한쪽으로 휘어져, 마치 선풍기 날개처럼 배열된다. 

 

물레나물은 도시화된 곳이나 오염된 곳에서는 살지 않는다. 깨끗한 자연 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사진=박대문 제공


어린 순은 나물로 식용하며 꽃은 관상 가치가 높아 정원이나 공원에 심기도 한다. 한방에서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 전체를 홍한련(紅旱蓮)이라는 약재로 쓴다. 몸의 열을 줄이고 부기를 가라앉히며 지혈, 해독 효과가 있어 타박상, 토혈, 출혈, 두통, 피부 염증, 종기, 부스럼에 사용한다고 한다.

 

비슷한 종으로 망종화, 갈퀴망종화가 있다. 망종화는 중국 원산의 떨기나무로 도시 화단에 많이 심겨 있는 꽃이다. ‘금사매’라고도 불린다. 잎이 두껍고 넓으며 길지 않다. 꽃잎도 바람개비처럼 휘어지지 않고 꽃술도 노란색이다. 줄기는 꼿꼿이 서지 않고 덩굴처럼 자란다. 갈퀴망종화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떨기나무이다. 꽃은 망종화와 비슷하나, 잎이 갈퀴덩굴과 같아서 갈퀴망종화라고 한다. 

 

원예종으로 도입한 망종화나 갈퀴망종화가 꽃 모양은 물레나물과 비슷하다. 그러나 맑은 숲속에서 꼿꼿하게 자라 새빨간 꽃술에 굽이쳐 휘어지는 넉넉한 황금빛 꽃잎을 지닌 물레나물과 견줄 수는 없다. 물레나물의 꽃말은 ‘임 향한 일편단심’, ‘추억’이다. 완숙미 넘치는 여인의 기품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넉넉함과 여유의 멋을 풍기는 정갈스럽게 고운 우리의 자생 산들꽃이 바로 물레나물이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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