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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사과 vs 삼성 압수수색' 검·경 수사권 전초전

검찰 ‘수사 종결권 선에서 방어’…경찰 ‘특수수사 실력 과시’

2017.08.08(Tue) 16:21:09

[비즈한국] “일부 시국 사건 등에서 검찰이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못했고, 인권보장 책무도 다 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투명한 검찰, 바른 검찰, 그리고 열린 검찰로 변화하겠다.” 

 

‘검찰개혁’이라는 화두에 직면한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 문무일. 문 총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검찰의 어두운 과거사에 대해 먼저 언급한 것.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문 총장은 대검찰청에서 대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와 여러 유관 기관에서 많은 당부 말씀을 들었는데 과거 검찰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사건을 지적하는 말씀도 적지 않았다”며 “검찰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 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 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과거 검찰 수사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문 총장의 이번 사과를 놓고 작게는 검찰 인사 개혁부터, 크게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까지, 검찰이 개혁을 주도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 우리 조직(검찰)의 권한과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문 총장이 아니라 그 누가 검찰총장으로 왔다고 하더라도, 조직의 일부를 도려내 조직 전체를 조금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오늘 총장의 사과는 과거 우리뿐 아니라 법조계에서 만연했던 잘못”이라며 “법원은 스스로 과거사에 대해 다시 판결로 정리해 가고 있지만, 범죄자를 기소하는 역할의 우리(검찰)는 공식적으로 실수를 인정한 바 없는데, 총장이 스스로 과거 우리의 실수를 인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개혁의 흐름 때 우리가 원하는 개혁 방안을 더 강하게 목소리 낼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실제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한 발도 물러날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내부 흐름에 정통한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조만간 할 법무부 보고 내용에 검경 수사권 조정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대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는 방안 정도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사권 전부와 영장청구권을 경찰에 주지 않고 검찰이 계속 유지하는 대신, 단순 사건에 대해 경찰 스스로 사건 종결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정도만 대통령에게 개혁 방안으로 보고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이 가진 가장 강력한 기득권은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실제 문 총장은 오늘 “검찰 수사기록 공개범위도 확대하고 검찰 비리와 감찰, 수사를 외부에서 점검받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면서도 “검찰개혁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을 폭넓게 모셔 검찰개혁위원회를 새로 발족하고 이를 지원할 검찰개혁 추진단을 새로 설치하겠다”고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검찰개혁 추진단을 선정할 때, 여러 유관기관을 의식해 외부 전문가들을 개혁 추진단 위원으로 선정하겠지만 검찰 스스로가 자신의 몸에 얼마만큼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댈 수 있겠느냐”며 “검찰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개혁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을 선택하고, 차장·부장검사급 인사가 내일 모레 쯤 나오면 새로운 수뇌부 진용으로 검찰 권한 지키기 작전을 본격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삼성그룹 일가 자택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한 경찰청 특수수사과 직원들이 자택공사 및 회계 관련 자료를 차로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맞서는 경찰은 문재인 정부 초기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검찰이 주도해온 전체 사건의 2%에 불과한 특수수사 영역에서의 능력을 입증하고자 여러 사건을 주도하는 상황.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어제 오전 업무상횡령·조세범처벌법위반 혐의로 용산구 한남동 소재의 삼성 일가 자택 관리사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이 찾아낸 정황은, 2008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일가 주택 인테리어 공사 과정에서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 측이 협력공사업체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말라고 요구하며 차명계좌에서 발행한 수표 등으로 대금을 지불한 것.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한 관리사무소에 삼성 측 관계자가 파견돼 근무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경찰은 해당 사무실에서 보관하고 있는 공사 자료와 회계처리 자료·대금 지불 경로 자료 등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이 아닌, 인지수사에 나선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앞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자택 공사 관련, 회사 자금이 공사비로 유용된 정황을 잡고 대한항공을 압수수색 한 바 있다. 대한항공에 이어, 삼성물산까지.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이 같은 움직임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능력 과시용 수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검찰에 견주어 가장 부족한 것은 정보도 아니고 인재풀도 아니다”라며 “재벌 총수나 정치인에 대한 수사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이 가장 취약한 부분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경찰이 경험이 없어서 그렇지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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