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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현자타임] 문재인 대통령의 '씻김굿'

5·18 유공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세월호 유가족 만남은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씻김굿

2017.08.10(Thu) 16:29:25

[비즈한국] ‘곡성’​을 좋아해서 자주 찾는다. 실제 지역 말고 영화 말이다. 이 여름에 남도로 가는 건 미친 짓이다. 새벽에 방에서 불을 끄고 혼자 영화 ‘곡성’을 보는 것도 미친 짓이긴 하다. 근데 그 짓을 참 좋아한다. 촘촘하게 짜인 플롯과 여러 장치, 곽도원과 김환희 그리고 황정민의 연기까지 완벽하다. 공포영화와 오컬트영화의 교집합에 내 취향이 있으니, 진짜 취향저격 당했다. 

 

영화 ‘곡성’의 스틸 컷.


‘곡성’​의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황정민의 굿이다. 영화에서 황정민은 김환희에게 씐 악령을 내쫓기 위해 굿을 하는데, 여러 장면과 교차 편집됐다. 굿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김환희의 표정과 닭과 돼지의 목을 따 피를 뒤집어 쓴 황정민, 그리고 신명 나는 풍물 소리까지 시청각 장치의 아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부적은커녕 십자가와 염주도 끼지 않는 날 매료시킨 저 굿은 무엇일까. 굿은 무당이 귀신에게 제물을 바치며 무언가를 바라는 의식이다. 물론, 여기에 나오는 귀신은 ‘곡성’​의 쿠니무라 준이 아니라 하늘을 관장하는 착한 신을 의미한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고대에서부터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나 직접적인 기록은 ‘​삼국사기’​​에 처음 나온다. 

 

굿이 효과가 있을까? 모른다. 제사를 지내서 모든 게 이루어졌다면 세상이 이 모양은 아니었을 거다. 굿은 내 소원을 들어달라고 비는 예언이자 자기만족이다. “된다고 외치면 이루어진다”와 같은 자기실현적 예언이다. “이렇게 빌었으니 괜찮을 거야”라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다. 현실의 전복이기도 하다. 짧은 삶을 길게 해달라고, 없던 풍년을 있게 해달라고, 나쁜 건강을 좋게 해달라고, 죽은 자를 다시 살려달라고 비는 건 현실의 전복이다.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일을 가상으로 체험한다. 뜨거운 도시를 탈출해 바다와 산으로 피서를 가는 것과 마찬가지고, 짝사랑했던 그녀와 꿈속에서 손잡는 일이랑 마찬가지다. 결국, 굿은 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면담을 나누고 정부를 대표해 사과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을 청와대로 불렀다. 병상에 누워 이동이 불편한 피해자에겐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대통령 이름으로 공식 사과문을 냈다. ‘그깟 사과문’일 수 있다. 사과문 하나로 피해자의 폐를 되살릴 수도, 이유도 모른 채 사망한 희생자를 돌아오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수인번호로 남은 전직 대통령은 편지를 받았지만 답장을 하지 않았고, 주무부처 장관들도 국정감사에서 한 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깟 사과문’​이지만 사실 장족의 발전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 필요한 지도자의 자질은 무엇일까. 역사는 반복되니 과거에서 올바른 지도자의 자질을 찾아보자. 신라의 왕이던 남해왕의 또 다른 이름은 ‘​차차웅’​​이었다. 차차웅은 무당이라는 뜻을 가진 남해 지방의 방언이다. 무당이 되어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도 왕의 기능이었던 셈이다. 

 

지난 정권이 외면한 5·18 유공자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만났다. 세월호 때 순직한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를 챙겼다. 휴가 직후에는 유가족을 만났다. 야당은 이를 지지자만을 위한 행보라며 ‘쇼통’이라고 비꼰다. 불통과 먹통이라고 답답해한다.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투덜거림이다. 문재인은 지난 정권이 외면한 사람들을 위한 씻김굿을 하고 있다. “씻김굿을 왜 하냐”라는 비판보다 그 씻김굿의 방향을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사과 없이 살았다. 진심이 아니라면 어떠한가. 위로하는 척도 하지 않았던 게 지금의 야당 아닌가.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그 상처는 돌이켜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도 그런 것 아닐까.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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