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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유재석 해프닝' 넷플릭스의 세계정복 막을 자 누구?

빅데이터 활용한 시청자 친화적 콘텐츠…아마존 디즈니도 뛰어들어

2017.09.11(Mon) 14:09:53

[비즈한국] 유재석 신작 예능이 제작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X맨’ 등 SBS 예능을 이끌던 주역과 함께한다는 내용의 기사였지요. 뒤늦게 ‘아직 논의 중이며 예정된 바 없다’는 해명기사가 나왔습니다. 속보 과열 경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해프닝입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제작 주체가 방송사가 아닙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였습니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영상 콘텐츠 전방위에서 빠르게 확산 중입니다. 이미 스타 감독 봉준호의 신작 ‘옥자’를 넷플릭스가 제작했죠. 일본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데빌맨’ 신작도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레터맨 또한 넷플릭스와 함께 새로운 쇼를 만들고 있죠. 

 

오늘은 영화, 드라마, TV 프로그램까지, 전방위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라이프 스타일이 되어버린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는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입니다. 그는 1997년에 디버깅 프로그램을 만든 퓨어 아트리아(Pure Atria)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7억 달러에 매각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큰 거래였지요. 

 

천문학적인 부자가 된 그는 정부의 인수·합병 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퓨어 아트리아의 마케팅 디렉터인 마크 란돌프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둘은 비디오에 비해 아직은 덜 대중적이지만, 배달이 편한 DVD를 인터넷으로 팔고 대여해주는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1998년 넷플릭스를 시작했습니다. 초기 넷플릭스는 라이벌인 ‘블록버스터’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었습니다.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보다 많은 실물 매장으로 앞서가고 있었지요. 넷플릭스는 일정한 구독료를 내고 무한정 DVD를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모델로 이에 맞섰습니다. 창업자 헤이스팅스의 특기를 살려,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DVD를 추천하는 일에 집중하기도 했지요.

 

넷플릭스는 2007년, 10억 개의 DVD를 배달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DVD 시장이 무너져간다는 걸 직감한 넷플릭스는 조금씩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서비스 중심을 옮겼습니다. 2006년부터 점진적으로 DVD 시장은 줄어들었고, 미래를 읽은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를 넘어 영상업계를 지배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는 빠르게 영상시장을 정복합니다. 2011년 4월 넷플릭스는 미국에서만 2300만 명, 전 세계적으로는 2600만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었습니다. CNN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미국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널리 알린 전설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1 예고편.

 

점유율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넷플릭스가 사람들의 삶에 정확하게 파고들었다는 겁니다. ‘넷플릭스 보러 갈래(Netflixed and chill)?’​라는 말은 ‘라면 먹고 갈래?’와 같은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한밤을 같이 보내는 데이트의 상징이 된 거지요. 마치 하나의 상품이었던 소니 워크맨이 이동형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되었듯이 말입니다.

 

넷플릭스가 커지면서 수많은 업체가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케이블TV가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다시보기’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굳이 케이블 TV를 연결하지 않고, 인터넷만 연결해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한 거지요. 

 

넷플릭스가 막대한 트래픽을 점유하자 통신사 또한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통신사가 콘텐츠 사업을 하듯, 미국 통신사도 콘텐츠 사업을 하고 싶었던 거지요. 콘텐츠 업체들도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는 걸 경계하고 계약에 미온적으로 임하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의 대응책은 자체 콘텐츠였습니다. 훌륭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해야 하느냐의 이유로 제작되지 못했던 콘텐츠를 넷플릭스 독점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겁니다.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면서 콘텐츠 업계는 넷플릭스를 무시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넷플릭스는 수많은 작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오리지널 TV 시리즈 성공작이었던 ‘하우스 오브 카드’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넷플릭스 자체 콘텐츠의 힘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넷플릭스는 이후 ‘햄록 그로브’ ‘마르코 폴로’ ‘마블 데어데블’ ‘블랙 미러’ 등 수많은 드라마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일반 드라마와 달리 전체 시즌을 한꺼번에 공개합니다. 덕분에 몰아보기가 가능하죠. 몰아서 보면 오히려 강력하게 기억에 남아 입소문을 퍼트린다는 사용자 행동 분석 결과 덕분입니다. 주 1회 제작 편성이라는 TV의 관행을 부정한 전략이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 등의 성공이 이 방식의 위력을 보여줬습니다. 

 

넷플릭스는 ‘국경 없는 짐승들’ ‘와호장룡’ 속편, ‘살인자 만들기’ 등 다양한 영화, 다큐들까지 제작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각 국가에 진출할 때마다 로컬 문화에 맞는 형식의 작품을 제작합니다. 한국에서는 유재석 예능, 봉준호 감독의 신작 등을 제작합니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지요. ‘데빌맨’ ‘볼트론’ ‘세인트 세이야’ 등 명작 애니메이션들입니다. 로컬 시장에서 인기 있는 작품을 보기 위해 현지인들이 넷플릭스에 가입하는 효과를 노린 겁니다.

 

봉준호의 신작 ‘옥자’ 예고편.

 

제작자로서 넷플릭스만의 장점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넷플릭스는 콘텐츠 플랫폼이라 일반 영화제작사보다 거시적인 접근이 가능합니다.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려운 작품이더라도 전체 콘텐츠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거지요.

 

‘유재석 예능’을 예로 들어볼까요? 방송사라면 당장 시청률이 중요합니다. 광고 수익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하지요. 넷플릭스는 다릅니다. 유재석 예능이라는 상징을 통해 플랫폼 전체에 관심이 쏟아지고 유저가 들어올 수만 있다면 충분하지요.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자체가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플랫폼의 품격을 올려줄 수 있다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마치 거대 상가와 같습니다. 딱 하나의 가게만 소유하고 있는 상가주라면 그 가게에서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합니다. 당연히 공격적으로 매출에 신경을 쓰는 상업적인 가게를 소유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체 상가를 갖고 있는 건물주라면 다릅니다. 미술관처럼 당장 돈이 안 되더라도 전체 상가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곳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겠죠. 물론 거대 건물주가 독점하는 게 꼭 바람직하지는 않듯, 넷플릭스 등 거대 플랫폼의 독점으로 인한 문제 또한 생길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강점은 데이터입니다.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다 보니 유저의 모든 행동이 기록됩니다. 기록된 데이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지요. 우선 추천 알고리즘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유저가 어떤 영상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분석해서 그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겁니다. 덕분에 유저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는 거지요.

 

데이터는 본질인 콘텐츠마저 바꿨습니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때 시청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료를 참고합니다. 검색 정보, 유저 리뷰는 기본입니다. 나아가 유저가 어느 순간에 일시 정지를 하는지, 어느 순간에 되감기를 하는지, 어느 순간에 뛰어넘는지, 어떤 색감으로 영상을 보는지, 어느 정도의 음량으로 영상을 보는지, 언제 영상을 보지 않고 정지하는지까지 사용자 행동을 분석합니다. 이 데이터를 참고해 영상을 만드니 전혀 다른 접근이 가능하겠지요.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넷플릭스. 하지만 넷플릭스 또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 맞서는 플랫폼들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이 영상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알고리즘, 자체 콘텐츠 제작 등 넷플릭스의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요.

 

콘텐츠의 제왕 디즈니 또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공헌했습니다. 디즈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물론 픽사, 스타워즈, 마블, 심지어 ESPN까지 수많은 핵심 콘텐츠 프랜차이즈를 갖고 있는데요, 이런 디즈니가 앞으로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끊고 자체 플랫폼을 만들기로 한 거지요.

 

TV는 시대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주요 대선후보는 TV가 발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방송에 한 번 나오면 기업이 무너지기도 부활하기도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TV 방송이 삶에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시간을 점유하고 있고, 모든 영향력을 독점하고 있지요. 덕분에 TV는 멋진 사업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 TV에 가장 큰 경쟁자가 바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닐까 합니다. 구독료만 내면 모든 방송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게 데이터화 돼 내게 딱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주고, 또 만듭니다. 시청시간에 구애받지도 않습니다. 한꺼번에 공개하니 마음껏 몰아 볼 수도 있지요. 기존에 TV에서는 볼 수 없던 다양한 장점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력한 플랫폼이 원하는 건 아마도 영향력일 겁니다. 인터넷 시대에 가장 강한 능력인 데이터. 그 데이터를 활용해 넷플릭스는 무섭게 인터넷 트래픽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TV의 영향력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인터넷 세상에 미디어의 제왕이 되려는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였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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