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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6개월 남은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 딜레마

놔두자니 한·미 금리 역전…올리면 가계부채 뇌관 건드리는 꼴

2017.09.30(Sat) 15:50:13

[비즈한국]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리고, 보유자산 축소에 들어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인상 시기를 놓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고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러나 임기 6개월이 남은 이주열 총재가 앞장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하지 않으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취임 때 ‘기준 금리 인상’을 외쳤던 이 총재 입장에서 체면이 상하겠지만, 시한폭탄인 가계부채를 터뜨렸다는 오명을 쓰기보다 낫다는 이유에서다.

 

2014년 4월 취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인사청문회 때부터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그의 임기 동안 5차례나 금리를 낮췄다. 사진=이종현 기자


2014년 4월 1일 24대 한은 총재에 오른 그는 지명 당시부터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문회 때 국내 가계부채 대책에 대해 “어느 정도의 금리상승 부담은 가계가 감내 가능해 금리상승으로 가계부채가 대규모 부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임기 내내 기준금리를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취임 전 소신과 달리 기준금리를 5차례나 낮췄다. 이 총재 취임 당시 2.5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1.25%까지 떨어졌다.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총재 취임 전 가장 낮았던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2009년 2월~2010년 7월)에 기록한 2.00%였다.

 

잇단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었다. 세계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인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359조 1112억 원으로, 이 총재 취임 전인 2014년 3월 말 1022조 4462억 원에 비해  32.9%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43개국 가계부채 평균 증가율인 1.4%에 비해 23.5배 높다. 

 

주요 20개국(G20) 가계부채 평균 증가율 2.1%와 비교해도 15.7배 높다. 미국의 경우 같은 기간에 가계부채가 9.0% 느는데 그쳤고, 일본은 3.3% 감소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가계부채도 19.4% 줄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세는 저금리 지속으로 가속도를 타고 있다. 6월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388조 2914억 원으로, 올 연말 1500조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가계부채가 늘어 기준금리 인상 시 가계가 부담해야 할 이자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기준금리를 한 차례(0.25%포인트) 올리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할 이자는 연 3조 4707억 원이다.

 

가계부채 부담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1.00~1.25%로 한국 턱밑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미루다가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경기 호황에 법인세율 인하를 내세운 미국으로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틀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이 보유 자산 축소 결정과 함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21일에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한국과 미국 금리 차이의 역전보다 국내 경기나 물가 흐름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북한 리스크 때문에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임기 내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다. 내년 3월 31일이면 임기가 끝나는데, 가계부채 폭탄을 건드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얼마 전 김현철 청와대 경제 보좌관이 ‘전 정부의 저금리 통화정책이 실패했다’ ‘1.25% 기준금리 수준은 너무 낮다’고 말하며 한은에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넣은 적이 있다”며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한 발언이지만,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미국 기준금리 상황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이 늦어질수록 상황이 어려워진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이해가 가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기 6개월 남은 이 총재로선 기준금리를 올렸다가 가계부채 폭탄을 터뜨린 주범으로 몰리느니, 경기둔화와 고용불안, 북핵 위험 등을 핑계로 기준금리 인상을 차기 총재에 미룰 것”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는 이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말까지 악화일로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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