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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나들이] 굴러온 '고깔닭의장풀'이 박힌 '닭의장풀' 쫓아낼라

고깔닭의장풀(닭의장풀과, 학명 Commelina benghalensis L)

2017.10.17(Tue) 14:54:56

[비즈한국] 제주도에서 만난 ‘고깔닭의장풀’이다. 말로만 들었지 실물을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 미기록종으로 수년 전 제주도에서 채집되어 한국식물분류학회의 식물분류학회지(41권 1호, 2011.5.23)에 보고된 식물이다. 지금까지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열대 및 아열대에 분포하는 식물인데 이제 제주도에 자리 잡아 이 땅의 식물로 보고가 된 것이다. 

 

제주도에서 만난 고깔닭의장풀. 본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분포하는 식물이다. 사진=필자 제공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도 국경을 넘나든다.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와 이 땅의 식물인 줄로 무심코 보아 넘겼던 생활 주변의 친근한 식물들도 원산지가 우리 땅이 아닌 것들이 의외로 많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처음으로 배웠던 식물이 봉선화, 채송화, 백일홍, 나팔꽃, 맨드라미 등이다. 주변의 친한 나무들도 마찬가지이다. 모란, 매화, 살구, 목련 등도 모두 이 땅에 자생지가 없는 외래식물이다. 

 

이들은 이 땅의 ‘토착식물’ 또는 ‘자생식물’이 아닌 귀화식물이다. 귀화식물이란 본래 생육하지 않은 지역에 자연적, 인위적인 원인에 의해 이차적으로 도래, 침입하여 야생으로 자라고 기존 식물과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를 이루는 식물의 총칭이다. 

 

발도 없고 손도 없지만, 귀화식물의 침입 및 전파 경로는 여러 가지이다. 물론 문익점 선생의 목화씨 도입처럼 작물용이나 시험 재배를 위하여 도입한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외국과의 교통이나 국외로부터 물자의 수출입, 철새의 도래에 따라 묻어온 것들이다. 따라서 항구, 비행장, 철도역, 각종 시험장, 목장, 식물원 등이 주요 전파 경로이다. 

 

우리나라가 서양 각국에 문호개방을 하고 사람과 물자의 왕래가 빈번해진 것은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이다. 하지만 앞에서 예를 든 식물처럼 강화도조약 이전의 불분명한 시기에 국외로부터 도래한 귀화식물도 있다. 그래서 강화도조약 이후에 도래 시기가 비교적 분명한, 최근에 도래한 식물을 귀화식물이라 하고, 그 이전의 도래 시기가 불분명한 외래식물은 사전귀화식물이라 하여 구분한다. 예전부터 논밭 등의 농경지 주변이나 인가 부근에서 생육하는 냉이, 괭이밥, 질경이, 개여뀌, 방동사니 등은 사전귀화식물이다. 보통 귀화식물이라 하면 사전귀화식물을 제외한 식물을 말한다. 

 

기후 온난화와 외국 관광객의 빈번한 왕래, 가축 사료와 곡물의 이동 등으로 최근 새롭게 발견되는 외래식물들이 늘어 더욱 깊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게 되었다. 특히 제주도에서 새로운 귀화식물이 많이 발견된다. 이것은 제주도에 목장이 많아 목초와 사료 수입 등이 빈번하고 더하여 기후 온난화로 남방계 식물이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착식물인 닭의장풀이 호리호리한 말의 느낌이라면, 고깔닭의장풀은 작고 억센 불도그의 느낌이다. 사진=필자 제공


고깔닭의장풀은 닭의장풀과에 속한다. 닭의장풀은 사람을 따라다니는 식물로서 마을이나 농지에 분포 중심지가 있는 터주식물(ruderal plant)이다. 닭의장풀은 토착 자생종으로 메마르지 않고 습기가 유지되는 곳에 잘 자란다. 꽃은 대부분 맑은 청잣빛이지만 더러 분홍 또는 흰색의 꽃잎을 가진 것도 있다. 밭이나 길가에 자라며 대나무 잎처럼 생긴 잎과 자줏빛 꽃을 달고 있다. 달개비라고도 불리는데 닭장 근처에서 잘 자라고, 꽃잎이 닭의 볏과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 한다. 

 

토착식물인 닭의장풀이 호리호리하고 늘씬한 말(horse)이라면, 고깔닭의장풀은 땅딸막한 키에 옆으로 퍼진 불도그(Bulldog)에 비유할 수 있다. 이파리도 닭의장풀은 날렵하고 매끈한 모습이다. 그러나 고깔닭의장풀은 폭이 더 넓고 우글우글하게 주름지고 억척스럽고 드센 느낌이다. 꽃은 닭의장풀보다 훨씬 작다.

 

식물분류학회지는 ‘불염포의 밑부분이 합생하여 깔때기 모양을 하고 폐쇄화를 갖는다는 점에서 다른 종들과 구분한다’고 설명한다. 이 식물은 지상부에서 꽃을 피우며 곤충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하지만, 지하에서도 꽃잎은 퇴화했지만 암술과 수술을 비롯한 다른 기관은 정상적으로 갖춘 꽃을 피운다고 한다. 지하에서 매개 곤충의 도움 없이 처녀생식을 한다는 것이다. 즉, 계절에 상관없이 왕성한 번식을 할 수 있다.

 

식물의 세계도 다양한 국적을 갖는 종(種)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서양민들레에 밀려나는 토종 민들레처럼 고깔닭의장풀이 토착 닭의장풀을 밀어내지나 않을까? 왕성한 번식력으로 생태계 교란 식물로 지정되어 체포령이 붙은 가시박이나 돼지풀처럼 현상 수배 식물이 되지나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앞으로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이유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디지털카메라의 보급과 더불어 꽃을 찾아다니는 식물애호가들이 늘어나고 활동 반경도 넓어지면서 새로운 식물의 발견과 관찰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정부와 시민·환경단체의 더욱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식물조사와 연구 및 자연보호 활동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대문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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