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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설립 180년 된 '혁신기업' 쉽스테드

노르웨이 최대 신문 '아프턴포스턴' 발행…온라인 안내광고·속보 집중해 세계적 미디어로 성장

2017.10.19(Thu) 17:07:39

[비즈한국] 혁신기업. 이 말을 들으면 세워진 지 얼마 안 되는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생각나지요. 돈이 더 많은 기존 기업이 혁신에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왜 기존 기업은 혁신기업이 되기 어려운 걸까요? 과거의 성공이 발목을 잡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반스앤드노블(Barnes & Noble)입니다. 초기 아마존은 개발자 1명이 만든 조악한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받고 도서 소매상으로부터 책을 구매했습니다. 물류센터는 밴드 연습실을 빌려 만든 창고가 대신했고, 소매상으로부터 산 책을 우편으로 배송하는 작은 회사였습니다. 그에 비해, 반스앤드노블 등 대형 서점은 잘 구축된 유통망과 막대한 예산을 가지고 멋진 인터넷 서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승자는 아마존이었습니다. 캐시카우 사업의 수익을 깎아 먹으며 신사업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손을 놓고 있다가 잃을 게 없는 루키에게 패배하는 것이지요. 기업의 역사에서 반복되는 흐름입니다.

 

오늘은 1800년대에 세워진 혁신기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80년 된 북유럽 최대의 혁신기업, 쉽스테드(Schibsted)입니다.

 

180년 된 노르웨이의 혁신기업, 쉽스테드.

 

쉽스테드는 1839년에 만들어진 미디어그룹입니다. 당시 쉽스테드는 출판업을 전개했습니다. 1860년부터는 노르웨이 최대 신문 ‘아프턴포스턴(Aftenposten)’을 발행했지요. 1966년에는 VG를 인수했습니다. 가족 기업이던 쉽스테드는 1989년 주식회사로 전환했습니다. 노르웨이 최대 로컬 미디어 회사였던 셈입니다.

 

노르웨이 인구는 500만 명입니다. 노르웨이 1등 로컬 언론에 전 세계적 관심이 덜한 건 어쩌면 당연하겠지요.

 

이런 쉽스테드에 주목한 이가 있었습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바럿 아난드(Bharat N. Anand)입니다. 그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케이스 스터디’에서 쉽스테드를 미디어 전략의 성공 사례로 소개했지요. 덕분에 노르웨이 로컬 언론 쉽스테드는 글로벌 미디어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아난드 교수가 쉽스테드를 주목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른 언론사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쉽스테드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공격적인 IT 기업을 연상시킵니다. 쉽스테드는 전 세계에 지부가 있습니다. 직원 수도 7300명에 달하지요.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인도네시아와 태국, 심지어 멕시코, 모로코 등 전 세계적으로 그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시작은 온라인 광고였습니다. 쉽스테드가 소유한 신문사 ‘아프턴포스턴’은 다른 종이 신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광고 시장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기존의 신문 광고 수익에 영향을 미칠 걸 염려한 광고 담당자들이 온라인 광고에 뜨뜻미지근하게 접근한 거지요. 

 

노르웨이의 특수성도 온라인에 적응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덜 느끼게 했습니다. 세계신문협회(World Association of Newspapers)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신문을 많이 보는 나라입니다. 신문광고 시장 또한 튼튼했습니다. 노르웨이의 기성 미디어들은 온라인 광고에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우물쭈물하다 구글, 네이버 등 IT 업계에 온라인 광고 시장을 거의 빼앗겼습니다.

 

쉽스테드는 5개의 다른 신문사와 함께 온라인 광고 연합 ‘​핀(Finn)’​을 만들었다. 사진=핀 홈페이지 캡처


쉽스테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습니다. 5개의 다른 신문사와 함께 온라인 광고 연합을 구성한 겁니다. 다양한 지역의 언론을 묶어서 ‘​핀(Finn)’​이라는 단일 광고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5개의 서로 다른 회사가 같이 일하다 보면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일이 진행되기 어려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다른 4개의 회사는 온라인 광고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쉽스테드는 자기들 의지대로 핀을 밀어붙였습니다.

 

핀은 우선 자신들의 오프라인 언론 브랜드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했습니다. 부동산입니다. 부동산이 필요한 사람과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 사이에 플랫폼을 만든 거지요. 

 

지금이라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핀은 고작 2000년에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심지어 이 회사가 사업을 시작한 시기는 2000년 3월 17일, 닷컴 버블이 터진 지 불과 2일 후였습니다. 닷컴 버블의 영향력 덕분에 많은 기업은 온라인 광고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었습니다. 핀은 경쟁자가 없는 부동산 안내 광고 시장을 개척해 1년 반 만에 부동산 광고 1위 기업이 되었습니다.

 

한 번 성공하자 빠르게 그들은 자동차 안내 광고, 직업 안내 광고 등 다양한 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혀갔습니다. 2007년에 핀은 노르웨이 온라인 광고 시장의 90%를 점유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쉽스테드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늘려갑니다. 시작은 옆 나라 스웨덴이었습니다. 다음은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인도네시아까지 전 세계로 영향력을 불리지요.

 

쉽스테드는 글로벌 시장의 선두주자는 아니었습니다. 노르웨이에서와는 달리 기존 브랜드가 가진 이점도 누릴 수 없었죠. 그럼에도 쉽스테드는 많은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007년에 핀의 기업 가치는 노르웨이 최고의 신문사 아프턴포스턴을 능가했습니다.

 

쉽스테드는 180년 전에 설립된 회사지만, 지금 혁신기업으로 불린다. 사진=쉽스테드 홈페이지


핀의 성공 비법은 간단합니다. 품질보다 네트워크라는 인터넷의 속성을 정확하게 찾은 덕분이죠. 그들은 신문의 위기 요인을 네트워크에서 찾았습니다.

 

아난드 교수와 쉽스테드에 따르면 신문업계가 어려워진 이유는 기업 광고가 줄어서가 아닙니다. 안내 광고가 적어졌기 때문입니다. (아난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신문광고는 우리의 생각만큼 빠르게 줄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구인·구직 광고, 중고차, 부동산 등을 얻기 위해 개인이 신문에 광고를 올렸습니다.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광고 방식이었으니까요.

 

이제 이런 광고는 모두 인터넷을 활용합니다. 중고차나 구인광고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웹사이트와 앱이 신문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겠죠. 인터넷은 배달 앱, 택시 앱 등 기존 안내 광고보다 강력한 연결방식을 개발해 큰 수익을 냅니다.

 

쉽스테드는 안내 광고에 집중했습니다. 다른 언론사들이 기사 영향력에 집중하거나 기업 광고 수주에 노력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안내 광고에 집중해 빠르게 신뢰를 쌓아나가자 쉽스테드는 어떤 혁신기업에도 뒤처지지 않는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갖게 되었습니다.

 

비즈니스모델의 변화는 콘텐츠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콘텐츠의 내용보다는 ‘공유하기 좋은가’에 집중하기 시작한 겁니다. 예를 들어, 속보성 기삿거리가 발생하면 좋은 기사를 촘촘하게 쓰기 전에 우선 빠르게 글을 씁니다. 그리고 상황이 변할 때마다 업데이트 기사를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날 아침 조간신문용으로 잘 정돈된 기사를 올립니다. 

 

9·​11 테러 등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다룰 때, 쉽스테드의 속도감 있는 정책은 빛을 발했습니다. 다른 언론들이 기존 신문 문법대로 콘텐츠를 생산하다가 구글 뉴스 등에 관심을 빼앗길 때, 쉽스테드는 자사 사이트에 노르웨이 국민의 관심을 잡아두었습니다. 2001년에 인터넷 환경에 적합한 기사를 만들기 시작한 거지요.

 

쉽스테드는 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2009년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화산재는 전 유럽에 퍼졌습니다. 유럽 항공기의 95%가 취소되었습니다. 이 심각한 상황에서 쉽스테드는 무엇을 했을까요? 물론 기사를 썼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행동을 먼저 했습니다. 그날 밤 10시에 히치하이킹 앱을 만든 거지요. 

 

유저를 서로 돕게 만든 이 앱은 마치 ‘우버’를 연상케 합니다. 이 앱은 노르웨이를 넘어 전 유럽에 퍼졌습니다. 사용자들은 사진과 감사의 편지를 쉽스테드에 보냈습니다. 

 

‘고객들이 서로 도울 수 있게 만든다’라는 쉽스테드의 기조는 2009년 돼지인플루엔자(신종플루) 사태 때도 유효했습니다. 쉽스테드는 노르웨이 전역에 위키 지도를 만들어, 사람들이 돼지인플루엔자​ 접종에 관련한 정보를 올리도록 했습니다. 

 

쉽스테드 홍보 영상. 국제적인 규모나 사업의 다양성이 IT 회사의 소개 영상을 떠올리게 한다.

 

쉽스테드 사례는 ‘혁신기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혁신기업은 똑똑하고 카리스마 있는 창업자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다양한 개발자를 모읍니다. 그리고 몇 년간의 고생 끝에 빠르게 성장합니다.

 

쉽스테드는 북유럽의 작은 나라 노르웨이의 기업입니다. 창업자의 카리스마는 이미 사라진 기업입니다. 180년 된 회사기도 하지요. 개발자 위주가 아닌 기성 언론사였습니다. 성공적인 신문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스테드는 자국은 물론 유럽에서 손꼽히는 혁신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터넷의 생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이를 과감하게 적용한 덕분입니다. 혁신은 환경이 아닌 태도 아닐까요? 어떤 기업이 혁신기업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회사, 쉽스테드였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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