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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현금 안 쓰는 시대에 지갑이 필요한 이유

스타일 드러내는 도구 의미 점점 커져…반지갑이나 머니클립이 적당

2017.11.06(Mon) 11:03:54

[비즈한국] 한때 ‘장지갑을 쓰면 부자가 된다’는 말이 유행했다. 일본의 세무사가 쓴 책 제목이기도 한데, 그래서 이 얘길 믿고 장지갑을 일부러 샀던 이들도 꽤 있었다. 장지갑은 돈을 깨끗하게 펴서 보관할 수 있기에 돈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단 이유였다.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남자들이 가장 먼저 신경 쓰는 게 바로 지갑, 벨트, 구두. 현금을 쓰지 않는 시대에는 지갑이 스타일을 드러내는 도구의 의미가 더 강해진다.


그럴싸하지만 맞는 얘긴 아니다. 오히려 부자는 반지갑을 더 선호한다는 얘기가 있다. 국제선 일등석 승무원들에게 조사한 걸 보면 일등석 고객들은 심플한 컬러의 가죽으로 된 반지갑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재킷 안에 넣기도 쉽고 부피도 작어서 사용편의성이 높아서다. 워런 버핏은 무슨 투자나 협약을 할 때 상대 대표자와 지갑을 맞잡고 기념사진을 자주 찍는데, 그때 공개된 워런 버핏의 지갑도 검은색 가죽의 반지갑이다. 돈을 구기지 않고 깨끗하게 보관하는 것보다 사용 편리성을 더 우선하는 게 부자들이 지갑을 사용하는 태도인 셈이다.

 

부자일수록 지갑에는 돈이 더 많이 들어있을까? 세계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빌 게이츠는 지갑에 돈은커녕 지갑 자체를 안 들고 다닌다고 한다. 늘 어시스턴트나 비서가 계산을 하기에 직접 지갑 꺼낼 일도, 현금 낼 일도 없다는 얘기다. 비틀스의 존 레넌은 유명인사이자 엄청난 부자가 되고 보니 오히려 내야 할 돈이 적어지더라는 얘길 한 적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자에게 공짜로 누릴 기회도 더 많이 온다. VIP 혜택이란 이름으로 공짜로 주거나 선심과 배려도 더 해준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이나 최상위 부자들 중에는 지갑 없이 다니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세계적인 부자 워런 버핏(왼쪽)은 검은색 반지갑을 사용한다. 사진=니샤 잠왈 트위터


지갑의 두께는 결코 부를 상징하거나, 멋지게 보이는 요소가 아니다. 절대 지갑을 두툼하게 하지 마시라. 반지갑의 경우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을 때 벌어지지 않고 얌전히 다물고 있을 정도가 적당하다. 더구나 이제는 ‘현금 없는 시대’로 가고 있다. 지갑은 점점 더 스타일을 위한 도구의 의미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더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남자가 신경 쓰는 소품은 지갑, 벨트, 구두 등 몇 가지 안 된다. 명품 브랜드가 뭔지 알기 시작하고,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남자들이 가장 먼저 신경 쓰는 게 바로 지갑, 벨트, 구두다. 영국 속담에 “멋쟁이는 벨트를 보면 알 수 있고, 신사는 구두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멋쟁이면서 신사인 사람은 시계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벨트와 같이 연결되는 게 바로 지갑이다. 남자들의 명품 소비도 벨트와 지갑으로 시작했다가, 구두로 이어지고, 그 다음에 시계로 넘어갔다가, 슈트까지 간다. 결국 남자가 멋 부리는 데 지갑과 벨트는 기본인 셈이다. 

 

과거엔 지갑을 실용적인 용도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젠 취향이 중요해졌다. 중요한 건, 비싼 명품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그에 맞는 스타일이냐는 것이다. 나는 10년쯤 쓰던 지갑을 얼마 전에 바꿨다. 꽤 낡았지만 세월의 흔적과 손때가 나쁘지 않아서 계속 썼는데,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지갑을 바꿨다. 지갑을 바꾸면서 가방도, 구두도, 벨트도 다 바꿨다. 이들이 서로 별개가 아니라, 서로 어울려 있는 도구들이어서 그렇고, 전체적인 스타일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 번에 다 바꾸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기 스타일에 맞게 하나씩 바꿔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지 마라! 스타일은 물론 건강을 위해서도 안 좋다.


여전히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는 남자가 많다. 사실 나도 그랬다. 재킷을 입을 때는 재킷 안주머니에 넣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바지 뒷주머니에 넣는 게 가장 편하다. 하지만 바지 뒷주머니에 넣는 지갑은 형태가 변형될 수밖에 없다. 낡고 찌그러진 지갑은 멋스러움과는 거리가 좀 있다. 관리 안 한 무성의한 상태의 느낌이 오히려 강하다. 결정적으로 건강에 안 좋다.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이나 스마트폰을 넣어다니며 앉아있는 습관이 요통과 어깨결림, 다리저림 같은 이른바 힙 포켓 신드롬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멋쟁이 남자들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반지갑을 선택하고, 절대 두툼하지 않게, 그리고 뒷주머니에 넣는 건 피해야 한다. 이럴 자신이 없다면 그냥 머니클립이 더 낫다. 머니클립에 지폐 조금, 카드와 신분증만 단출하게 가져다녀도 되고, 스마트폰이 카드 역할을 대신하는 거면 그냥 지폐만 몇 장 머니클립에 꽂아서 다녀도 된다. 

 

남자에게 지갑은, 멋지게 가지고 다니거나 아니면 아예 안 가지고 다니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당신은 지금 어떤 지갑을 들고 다니는가.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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