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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초대형IB 기준·근거 '깜깜이'에 업계 갈등만 증폭

기업대출 가능해져 은행 반발…한국투자증권만 인가안 상정, 나머지 증권사는 속앓이

2017.11.10(Fri) 18:56:32

[비즈한국] 증권사의 단기금융업 인가가 금융당국의 당초 취지와 달리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그러면서 은행업계과 금융투자업계의 업권 다툼이 거세지고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등 금융업계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정부는 경제 활력 회복과 성장동력 강화를 위해 투자은행(IB)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2016년 8월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당근책을 통해 금융회사들이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초대형 IB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초대형 IB 및 단기금융업 시행이 금융당국의 심사 연기로 차일피일 미뤄지고만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0월 30일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증권사들이 자본을 마련하는 등 자격요건을 갖춰 초대형 IB 지정이 되면 단기금융업 신청자격이 되고 이를 인가 받으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과정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지난 1일 초대형 IB 지정과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동시에 상정시켰다. 

 

단기금융업이란 자기자본의 두 배(200%)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사업을 말한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회사채보다 적은 비용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해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핵심은 증권회사가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대출에 나설 수 있다는 데 있다. 

 ​

초대형 IB 지정안은 신청회사 5곳​,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모두 통과했다. 하지만 단기금융업 인가안은 한국투자증권만 유일하게 통과했다. 초대형 IB 중에서도 단기금융업이 주된 업무인 만큼 금융업권 간 갈등, 증권업계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1월 13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통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증선위 측은 다른 4개 업체들이 단기금융업 인가안 상정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인가안에 상정되지 않은 회사는 심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서류미비와 같은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단기금융업 인가안 미상정 이유를 설명 받았다”며 “어떤 것을 더 준비하고 보완해야 하는지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당장 한국투자증권이 단기금융업에 진출할 조짐이 보이자 전국은행연합회는 지난 9일 ‘초대형 IB에 대한 발행어음업무 인가 보류 필요’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대출이라는 은행 고유의 업무를 침범한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연합회는 “불특정 다수 고객을 대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기업에 대출하는 것은 일반 상업은행 업무”라며 “결국 단기대출업무에 치중할 우려가 있어 초대형 IB 육성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5개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초대형 IB 부서를 만들거나 TF팀을 꾸리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초대형 IB가 금융당국이 나서 추진했던 만큼 10월 말께는 단기금융업 인가안이 통과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점쳐왔다. 그런데 명확한 이유나 근거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니 증권업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정권이 바뀌다보니 지난 정권에서 추진하던 초대형 IB 정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초대형 IB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단기금융업의 인가 요건와 관련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명시적 요건이 없다는 점이다. 단기금융업 인가 시 대주주 적격성을 따질 법적 근거가 없는 셈. 이 때문에 5개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만 단기금융업 인가를 통과한 데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360조 2항 5호를 근거로 들어 대주주 요건이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당 조항은 ‘대주주가 충분한 출자능력, 건전한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을 갖출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의 하위 시행령을 따라 내려가 보면 단기금융업 본인요건은 ‘사업계획이 건전하고 법령위반을 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만 명시되어 있다.

 

금융투자업 인가 기준을 적용해 대주주 적격성으로 따져보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은 결격사유를 갖고 있다. 유일하게 단기금융업 인가안이 상정된 한국투자증권은 대주주 결격요인인 ‘자회사 파산’ 이슈가 있다. 2015년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 자회사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파산했다. 근 5년간 자회사가 파산․회생절차를 밟았을 경우(다만 책임인정 시) 금융투자업 인가를 3년간 제한한다는 규정에 위배되는 셈. 삼성증권은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문제로 금융당국의 기관경고를 받은 것이 걸림돌이다.

 

당사자 문제가 있는 증권사도 불안요소가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과거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자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고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KB증권은 불법자전거래로 중징계인 영업정지 1개월을 받은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정무위원회와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입김이 작용하며 금융당국의 정치권 ‘눈치보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의 증권사 관계자는 “정무위 중진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기준도 이유도 명확하지 않지만 그저 금융당국 처분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법적 근거를 떠나 금융당국의 정치적 판단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금융사가 최근 채용비리 문제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 금융당국이 신사업 문을 열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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