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아젠다

[2030 현자타임] 숙의민주주의 시대의 언론, BBC의 해답

언론, 공평한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장으로 기능해야

2017.11.15(Wed) 18:30:10

[비즈한국] 2조 5000억 원.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천성산 터널 공사 지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의 합이다. 천성산 터널은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약 6년간 공사가 지연됐다. 갈등 해결에 성공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1000억 원.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호기와 6호기의 공사 중단으로 인한 비용이다. 14년 만에 25분의 1 수준으로 비용을 줄였다. 성공적인 혁신이다. 

 

공론화위원회 덕분이었다. 오차 범위 내로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자 정부는 위원회를 통해 공론을 조사했다. 471명의 시민이 2박 3일 동안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학습했고 건설 찬반을 토론했다. 집단지성으로 합의를 끌어내고 사회의 갈등을 풀어내는 숙의민주주의의 사례였다. 교육받은 시민의 토론을 통해 전문가 집단의 일방적 결정으로 생기는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했다. 원전이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민의 뜻을 따르자는 취지였다.

 

신고리5·6호기 공론조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10월 19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탈원전 찬반 집회가 열렸다.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탈원전 찬성 집회를 하는 모습(​왼쪽)과 동화면세점 앞에서 탈원전 반대 캠페인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모든 정책을 공론조사에 맡길 수 없다. 책임성의 문제다. 선출된 국회의원과 행정부가 책임을 시민에게 돌리기 때문이다. 책임지라고 뽑은 선출직 의원이 시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다.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는 시민토론단의 결정이기에 무책임한 결정이 나올 수 있다. 공론조사는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다. 모든 정책에 공론을 조사하기보다 공론조사가 보완하고자 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공론조사는 여론조사를 믿지 못해 생겨났다. 대중에 대한 불신이다. 대중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정치적 분위기에 휩쓸리는 존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언론에 있다. 언론이 정파적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에 따르면 정파성에 따라 원전에 대한 보도 경향이 다르며 이로 인해 여론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보수 일간지와 경제 일간지는 한국수력원자력 관련 취재원을 통해 경제 프레임과 여당을 비판하는 논조로 원전 재개에 찬성했고, 진보 일간지는 환경단체 취재원을 활용해 야당을 비판하는 논조로 원전 재개에 반대했다. 정파성에 따라 취재원과 보도 경향이 달랐다. 이 같은 정파성 보도가 가득한 풍토 속에서 올바른 여론은 형성될 수 없다.

 

정파성 저널리즘이 가득한 사회에서 제대로 된 여론은 형성될 수 없다. 정파성 보도는 대화가 아닌 분절을 촉진한다. 입맛에 맞는 정파성 보도를 취득한 시민은 본인과 생각이 유사한 시민과 대화하며 다른 시민과 대화하지 않는다. 시민은 뉴스로 사안을 접한다. 하지만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으므로 서로를 믿지 못하고 여론을 믿지 못한다. 한국기자협회가 시행한 설문에 응답자 중 75%가량이 언론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미덥지 못한 언론으로 사안을 접한 시민에 대한 불신이 여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공론조사를 불러왔다. 

 

결국은 언론이다. 공평한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장으로 기능해야 한다. 가능성은 있다. BBC의 솔루션 저널리즘이 그 예시다. BBC는 델리, 리우데자네이루, 나이로비 등 세계 각지의 취재원을 통해 여성문제 해결책을 다루기로 했다. 대중교통에서 여성안전, 스포츠에서 성차별, 유리천장 등 다양한 문제를 보도하고 토론하기로 했다. 각국의 시민이 BBC의 웹사이트에 기사를 올리고 토론할 수 있다. BBC는 취재하는 동시에 토론장으로 기능한다. 해결책을 논하는 플랫폼이다. 사안을 공정하게 다루기 때문에 언론을 믿고, 언론을 통해 학습한 시민을 믿는다. 공정한 언론은 높은 사회 신뢰도의 필수조건이다.

 

언론이 공정해야 한다. 정파성을 극복하고 열린 토론장이 되어야 한다. 답이 정해져 있는 닫힌 토론만 하던 언론에서 열린 토론장으로 변해야 한다. 찬반양론의 정보를 공정하게 전달하고 맥락을 제공해 여론을 성숙시켜야 한다. 여론과 시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정파성 보도로 얼룩진 언론을 믿지 못하고 그를 통해 공부한 시민을 믿지 못해 공론조사가 도입됐다. 믿을 만한 전문가, 믿을 만한 정치인, 믿을 만한 시민이 필요하다. 그 기본은 믿을 만한 언론이다. 성숙한 언론이야말로 가장 올바른 분쟁 해결정책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한몫 잡자' 평창 특수 과열, 대관령 에어비앤비 하룻밤 550만 원
· 백종원의 더본코리아 '중소기업 졸업유예' 혜택 계속 받을 수 있을까
· 확산되는 '개혐오'에 제재 그득한 졸속 법안만 봇물
· '분식 여파' 영업정지에 구조조정한 딜로이트안진 '피바람' 또 부나
· 온라인서점 예스24·알라딘의 '당일배송'은 허풍이었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