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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본사 건물 해부4] 탈여의도 후 4대문 안 안착한 은행·증권

하나·신한·미래·대신…명당에 둥지 튼 금융자본, 돈 찍어내던 자리가 최고?

2017.12.13(Wed) 17:56:38

[비즈한국] 우리나라 재벌 본사 사옥은 그 터를 마련하는 데서부터 건물의 형태에까지 기업의 위상과 정체성이 스며있다. 그간 기업들은 사옥을 매입하고 또 매각해 이전하며 사세를 확장해왔다. 그런 가운데 각 그룹이 건물을 소유하는 방법과 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다변화됐다. 

 

‘재벌 본사 사옥 해부’ 네 번째는 우리나라 금융자본이 어떻게 발달해왔으며 그 둥지를 옮겨 왔는지, 또 소유 구조는 어떤 방식을 띠고 있는지 알아봤다.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예부터 을지로는 ‘은행 중심가’​, 명동은 ‘​증권 중심가’​로 발전해왔다. 그러다 1980년 증권거래소가 여의도에 완공된 이후 대우증권을 필두로 대신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여의도에 둥지를 틀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정부가 금융중심지 정책을 펼치며 여의도에 금융사를 모아 효율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되려 2010년 이후 금융사들의 탈 여의도가 가속화됐다.

 

을지로는 예부터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해오며 주요 은행들이 대거 들어서 있었다. 현재 KEB하나은행·우리은행·IBK기업은행을 비롯해 은행연합회까지 을지로에 들어서 있다. 

 

KEB하나은행은 옛 하나은행 본점 자리에 신사옥을 건립했다. 사진=KEB하나은행 제공

 

외환은행을 인수해 출범한 KEB하나은행은 대표적인 ‘을지로파’​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옛 외환은행 사옥을 본사로 사용 해오다 지난 7월 신사옥으로 이전했다. 신사옥인 KEB하나은행 을지로 사옥은 하나은행 옛 본점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어 올린 것으로, 은행이 소유하고 있다.  

 

옛 하나은행 을지로 사옥에는 성공의 기억이 그득하다. 단자회사로 시작해 건물을 구입하고 은행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성공이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것. 하나은행은 을지로 사옥에 입주한 뒤 1998년 두산그룹이 보유하던 건물 지분을 모두 사들이고 외환은행 인수도 성공시켰다. 때문에 옛 본사 사옥에 대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의 애착 또한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각이 진행되고 본사가 신사옥으로 이전하자 옛 외환은행 사옥은 KEB하나은행에서 하나금융지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옛 외환 사옥에는 하나금융지주와 일부 관계사 부서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매각이 진행 중인 이 빌딩은 부영이 9000억 원을 써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나금융그룹은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을 통해 사옥을 매각한 뒤에도 임차료를 지불하며 옛 사옥에 머무를 예정이다.

 

태평로에 위치한 신한은행 부지는 예로부터 명당으로 유명하다. 사진=박정훈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둥지를 틀고 있는 태평로 사옥은 ‘명당’으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돈을 찍어내던 전환국 자리에 들어선 신한 사옥은 현재 소유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층별 호별 구분등기가 되어있는 것. 이는 신한이 빌딩을 구입하던 당시 건물 입주자들이 현재까지 빌딩 소유분을 매각하지 않아서라고 전해진다. 

 

현재 신한은행 본사 건물 5·11·​12·​13층 등은 여러 개인이 소유자로 등기돼 있고 나머지는 신한은행이 소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으로서는 사무공간이 부족해 사옥 건물 전체를 매입하고 싶었지만, 교통이 편하고 입지가 좋아 개인 소유주들이 매각을 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의 탈여의도 현상은 유서 깊은 증권사들이 속속 짐을 싸며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이 여의도를 떠나 고향인 명동으로 돌아갔다. 금융회사들은 자본력과 상관없이 사옥을 소유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

 

직접 자본을 투입해 건물을 매입하기도 하고, 부동산펀드로 빌딩을 소유하는 회사도 있다. 부동산펀드로 빌딩을 소유할 경우 세금을 적게 내는 장점이 있고, 4대문 안 요지에 직접 빌딩을 소유할 경우 매각을 통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래에셋금융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는 센터원 빌딩은 강북 최고가 임대료를 자랑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과 합병하면서 2016년 중구 수하동 센터원 빌딩에 둥지를 틀었다. 대우증권으로선 34년 만의 명동 복귀다. 대우증권은 설립 당시 중구 명동2가 한송빌딩에 본점을 뒀다가 1977년 명동 제일 빌딩으로 사옥을 이전했다. 1984년에는 여의도로 본사 사옥을 옮겼다. 

 

미래에셋증권이 둥지를 튼 센터원 빌딩은 강북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건물로 손꼽힌다. 재계에서는 미래에셋 본사라고 하면 ‘센터원’을 떠올리지만, 센터원 빌딩에 입주한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셋방살이를 하는 임차인이다. 소유주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6개 펀드인데 이 중에는 사모펀드도 포함되어 있어 정확한 소유주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센터원 빌딩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건물로 알려져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센터원 빌딩 매입부터 시행사 선정까지 빌딩 개발의 전 단계를 관장했다. 센터원 부지는 조선시대에 전환국 이전 엽전을 만들던 주전소 자리로, 역시 재물 운이 흐르는 명당이라고 알려져 있다. 

 

센터원 빌딩에 입주한 미래에셋그룹 계열사가 지불하는 임차료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임차료가 곧 센터원 빌딩 소유주인 부동산펀드의 수익으로 잡히고 있다. 이 때문에 공시의무가 없어 센터원 부동산에서 나오는 수익 수준도 알 수 없다. 이와 관련, 내부거래 문제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센터원에서 나와 인근에 있는 그랑서울에 입주해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는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펀드와 임대거래를 할 수 없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옛 중앙극장 터에 새 둥지를 틀어 32년 만에 고향인 명동으로 돌아왔다. 사진=대신증권 제공

 

대신증권도 32년 만의 여의도 생활을 접고 2016년 12월 고향인 명동으로 둥지를 옮겼다. 대신증권이 들어선 자리는 옛 중앙극장 터로 명동성당 바로 옆이다. 곳곳에 흩어져 있던 대신금융그룹 계열사는 신사옥 대신파이낸스센터로 한 데 모였다. 

 

대신 신사옥에는 대신증권·대신F&I·대신저축은행·대신PE·대신경제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대신증권은 빌딩 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토지 매입과 시행을 하나자산신탁에 위탁해 진행했다. 이 때문에 현 소유자는 하나자산신탁으로 되어 있다. 현재 대신 사옥 부근인 IBK기업은행과 파인애비뉴 빌딩 등을 연결하는 지하 연결통로 공사가 한창인데, 이 공사가 끝난 뒤 대신증권으로 다시 사옥 소유권이 이전될 예정이다.

 

신사옥에 입주한 계열사는 대신증권에 임차료를 내고 있다. 대신증권이 계열사와 입주자로부터 거둬들이는 임대료는 연간 100억 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사 중 최근 신사옥을 마련한 대신그룹은 사옥을 특이하게 활용하고 있다. 현재 대신 사옥의 10개 층은 오피스 공유 플랫폼인 위워크(WeWork)​가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다. 위워크를 통해 스타트업 기업을 비롯해 1인 사업가들이 대신 사옥에서 자유로운 오피스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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