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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궁 대표가 말하는 1인 창업 "서태지보다 윤종신!"

잘나가던 스타트업 CEO 그만두고 창업해 6개월 만에 유료 앱 4개 차트 점령

2017.12.20(Wed) 15:14:45

[비즈한국] 김무궁 마스마스 스튜디오 대표는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목받는 스타트업 ‘오지큐’의 CEO(최고경영자)였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올해 초 1인 창업을 결심했다. 카이스트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순도 100% 개발자인 그는 불과 6개월 만에 무려 5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올해 초 1인 창업자로 변신한 김무궁 마스마스 스튜디오 대표. 사진=임준선 기자

 

그 중에서 무료 앱 ‘덱스맥스’를 제외한 ‘아날로그 필름’, ‘클라우디 필름’, ‘파리 필름’, ‘바닐라 필름’, 이렇게 4개의 카메라 필터 앱이 모조리 구글 플레이스토어 유료 순위 10위권 이내에 올랐다. 정확한 수익은 밝히지 않았지만 매달 웬만한 직장인 월급은 만질 수 있게 됐다고. 김 대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과임에는 분명하다. ‘비즈한국’이 지난 19일 김 대표를 만나 지난 6개월간 겪은 1인 창업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 앉아있는 곳이 곧 회사…고정비 부담 줄고 자율성 늘었다

 

“처음에는 분위기 좋고 조용한 카페에서 일을 많이 했어요. 카페가 집중도 잘 되고 좋기는 한데 문제가 짐을 놔두고 다니기가 조금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월 회비를 내고 사용하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에서 주로 일을 합니다. 사무실보다는 훨씬 편하죠. 목돈이 드는 보증금이나 정해진 계약 기간이 없으니까요.”

 

김 대표는 사무실이 따로 없다. 이날 인터뷰도 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회의실을 빌려 진행했다. 약간의 비용만 내면 회의실 등을 대여해 회의나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할 수 있다. 창업에서 가장 큰 부담을 차지하는 고정비가 확 줄어든다.

 

“앱 개발은 1인 창업을 하기 가장 좋은 아이템입니다. 무엇보다 마켓 플레이스가 확실하니까요. 세무나 회계는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고, 홍보는 구글 애드몹이나 페이스북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 외에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같은 주변 동료 개발자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김 대표는 1인 창업은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업무 효율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근무 형태라고 설명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과거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는 김 대표는 당연하게 여겼던 인력 고용이나 각종 비용 지출이, 1인 창업 이후에는 의외로 불필요하거나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회사를 운영하면 아무래도 조직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령 특정한 날을 정해서 팀 단위로 문화생활을 즐긴다거나, 업무 외적으로 마음을 터놓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연다거나 하는 것처럼요. 많은 스타트업에서 하고 있지만, 이것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기회비용이거든요. 1인 창업은 이런 것들이 전혀 필요 없죠.”

 

하지만 자신이 CEO든 아니든 누가 지켜보고 있지 않다면 쉽게 나태해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게다가 때로는 외로울 수도 있다. 흔히 직장인들이 이야기하는 ‘으쌰으쌰’ 하는 맛도 없다. 1인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스스로 기간을 정해두고 목표를 정합니다.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죠. 때로는 그 목표를 가족에게 말하거나 SNS에 올려두기도 합니다. 물론 어떤 날은 늦잠을 자고 싶을 때도 있고, 개인적인 문제로 그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흔해 빠진 이야기지만, 자기와의 싸움이 맞습니다.”

 

“솔직히 올해는 7개의 앱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결국 지키지 못했어요. 내년에는 매달 1개의 앱을 개발하는 게 목표입니다. 만들다 보면 자꾸 만들고 싶은 것이 생겨서 기획은 크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앱을 완성도 있게 만들면 얼마든지 알아줄 거라 믿습니다.”​

 

# 1인 창업 꿈꾸는 개발자에게 “​실패하더라도 잘 실패하는 것이 중요”​

 

김 대표의 사례처럼 프로그래머 혹은 개발자에게 1인 창업은 확실히 해볼 만한 도전이다. 성공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개발자가 아니라면 결국 팀을 이뤄야 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비개발자 출신이 창업을 하더라도 반드시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가령 경영학과 출신 예비 창업가가 있다고 쳐요. 뭔가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개발자를 만납니다. 처음에는 둘은 의기투합합니다. 하지만 결국 개발자만 일하고, 창업가는 보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아직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럼 그 다음부터는 아예 회사에 안 나와요. 투자를 핑계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외부로 돌게 됩니다.”

 

“개발자는 조금씩 불만이 생겨요. 게다가 개발하다 보면 뭔가 소소하게 의사결정을 하거나, CEO의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생기죠. 메신저나 전화로 물어보는 것도 한두 번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 개발자도 놀게 됩니다. 둘이 크게 싸우지도 않아요. 싸우는 것도 친해야 싸우는 거죠. 그냥 흐지부지되면서 갈라서는 거죠.”

 

개발자를 둘 이상 뽑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비용은 좀 더 들더라도 이러한 문제를 방지할 수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CEO라면 개발 가능 여부를 떠나서 시작부터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나가야 한다고 ​김 대표는 ​조언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개발자를 둘 이상 뽑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개발자끼리 서로 상의를 하면서 진행해 나갑니다. 어느 정도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그동안 개발에 관여하지 않은 CEO가 와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건 내가 원하던 방향이 아니라고요. 그럼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갈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가장 좋은 솔루션은 창업 초기에는 CEO도 개발에 함께 참여하는 겁니다. 코딩을 몰라도 상관없어요. 코딩은 개발에 아주 일부분일 뿐이니까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배워가면서 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거의 대부분 창업자가 개발자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물론 예외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획기적이고 참신한 비즈니스 아이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업자의 태도라고 거듭 강조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생각한 창업 아이템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힘을 좀 빼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주변에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창업을 하고 싶은데 회사를 그만둬야 하냐는 겁니다. 일단 시작은 하되 당장 회사를 그만두면 안 됩니다. 저는 실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잘’ 실패해야 합니다. 절대 재기불능이 될 정도로 실패하면 안 됩니다.”

 

엄밀히 1인 창업은 기업이 아니다. 본인이 은퇴해도 법인이라는 존재로 남는 기업과는 다르다. 개발자로서 나이를 먹어 경쟁력이 약해지면 기업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누군가에게 해고당할 위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김 대표는 어떤 해답을 가지고 있을까.

 

“보통 많은 사람들은 뭔가를 이루고,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면 본업에 충실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게 얼마나 힘든지 이미 과거에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개발자는 개발보다는 관리자가 되려고 합니다. 하지만 개발자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도전해야 하는 직업이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서태지 팬입니다. 하지만 1인 창업을 꿈꾸는 개발자라면 창작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윤종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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