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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발레하는 남자들의 비밀, '워라밸'을 아시나요?

워라밸의 시대, 돈보다 나만의 즐거움을 찾자

2018.01.08(Mon) 11:06:03

[비즈한국] 독서, 음악감상, 등산. 한국의 기성세대들에게 취미가 뭐냐고 질문하면 나오는 대답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취미라기보단 돈 들지 않는 여가활동에 가깝다. 취미라는 것은 꽂혀서 몰입하는 활동이다. 내가 뭔가가 좋아서하는 데 어찌 돈을 안 쓸 수 있을까. 독서가 진짜 취미가 되려면 책도 많이 사고, 많이 읽기도 해야 한다. 베스트셀러 몇 권 겨우 읽고 취미를 독서라 하긴 어렵지 않을까. 

 

기성세대는 취미에 돈을 쓸 여유가 없었다. 먹고사는 것도 빠듯했고, 자식 키우랴 집 장만하랴 저축하랴 부모 모시랴 이것저것 하다 보면 자기 자신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취미를 가지는 게 사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건 과거 얘기다. 인생의 ‘클라스’는 돈 버는 것 외에 얼마나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느냐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기성세대 남자 직장인에겐 가정보다 직장이 우선이고, 사생활은 회사생활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이었다.


흥미롭게도, 회사에서도 연봉 높은 부장보다 신입사원이 여행도 더 많이 가고, 공연도 더 자주 보고, 취미에도 돈을 더 쓴다. 취미를 전문가 수준으로 파고드는 덕후도 많다. 요즘 밀레니얼세대(Y세대라고도 부르는 2030)는 진짜 좋아하는 것을 적어도 하나씩은 갖고 있다. 거기에 시간과 돈을 쓴다. 이들에게 그 돈 아껴 저축하라는 얘길 한다면 그건 꼰대다.

 

2012년 영어권 국가들에서 주목받았던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란 책이 있다. 저자 브로니 웨어는 임종 직전의 환자들을 간병하는 호스피스로 일했는데, 임종 직전의 사람들은 저마다 삶이 달랐지만 후회하는 것은 비슷했다고 한다. 가장 큰 후회는 내 뜻대로 살지 못한 것. 그리고 일을 좀 덜 할걸, 화를 좀 덜 낼걸, 친구들 챙길걸, 도전하며 살걸 하는 후회가 뒤를 이었다. 2016년 영국항공(British Airways) 역시 베이비부머 세대 2000명에게 인생에서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을 물었는데,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 것(26%), 여행을 많이 못한 것(20%),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17%) 순이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었는지를 우린 종종 잊어먹는다. 아니 애초에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사는 이들도 많다. 그냥 돈 벌며 일하며 산다.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는 셈이다. 기성세대는 나이를 엄청 먹거나 죽기 직전에나 깨닫는 걸, 요즘 세대들은 젊고 돈이 별로 없는데도 이미 아는 거다. 소유보다 경험에 투자하는 본격적 세대인 밀레니얼세대가 등장한 건 그런 이유다.

 

한국의 기성세대 직장인, 특히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가장 역할을 하는 남자 직장인에겐 가정보다 직장이 우선이고, 사생활은 회사생활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없이도 잘 살았다. 하지만 잘 산 게 아니라 잘 살았다고 착각한 것이기도 하다. 그들 중 자식이 크는 과정을 잘 지켜보며 많이 어울리고 놀아준 이들이 드물다. 대화를 깊게, 또 자주 나누는 이들도 드물다. 변변한 취미 하나 없이, 자기가 뭘 진짜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사는 이들도 많다. 과연 이게 잘 사는 걸까? 

 

남자들이 다양한 취미에 눈뜨면서 요가에 발레까지 배우는 중년 남자들도 있다. 사진=mademoiselledanse.com


워라밸은 시대의 화두이자 조직문화의 새로운 관점이다.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엄청난 배려가 필요한 게 아니다. 정시퇴근만 자리 잡아도, 주어진 휴가만이라도 눈치 안 보고 다 쓸 수 있으면 된다. 그런 시간이 있어야 자신의 개성과 취향대로 선택하고 즐길 수 있다.

 

요즘 다양한 취미에 눈뜨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중년들의 취미 도전은 놀랄 정도다. 등산보다 활동범위가 넓고 돈도 더 드는 낚시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악기를 배우는 건 보편적이 되었다. 심지어 요가에 발레까지 배운다. 발레리노가 되겠다는 게 아니라 발레의 우아함과 유연성을 배우겠다는 것이다. 그에 더해 발레라는 낯선 장르를 통해 경험과 즐거움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발레에 도전하는 중년 남자들은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닌 우리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더 과감하고 다양한 취미 활동에 나서는 남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당신은 지금 의식주나 실용적인 영역 외에 어떤 소비를 하고, 어떤 투자를 하는가? 그게 바로 인생의 ‘클라스’를 결정한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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