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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LCC, 왜 다들 '저비용항공사'가 되고 싶어 안달일까

폭증하는 항공 수요 이끌어내…고공 성장으로 항공시장 재편

2018.01.09(Tue) 08:55:59

[비즈한국] 신생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 LCC) ‘에어로케이’와 ‘플라이양양’의 항공운송사업 면허 신청이 결국 반려됐다. 지난 12월 말 국토교통부는 2개사가 면허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과당 경쟁이 우려된다는 반려 사유를 밝혔다.

 

당초 국토부가 제시한 사업 면허 기준은 자본금 150억 원, 항공기 3대 보유, 재무능력, 안전, 이용자편의, 사업자 간 과당경쟁 우려 해소, 외국인 지배금지 등이다. 숫자로 된 요건은 양사 모두 충족했다. 나머지는 심사의 영역이다.

 

양사는 과당 경쟁 우려로 인한 반려 결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면허를 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이후 국토부는 자문회의에서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이들이 다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추가 해명했다.

 

우리나라 국적의 항공사는 FSC(Full Service Carrier)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6개의 LCC가 있다. 2005년 출범한 ‘티웨이항공(구 한성항공)’과 ‘제주항공’을 비롯해 기존 대형 항공사 자회사인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이상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이스타 항공’이다.

 

일반 이용객이 보기에는 지금도 항공사가 충분히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장 인천공항에만 가도 국적 항공사 이외에 수많은 이름 모를 외국 항공사들이 즐비하다. 그럼에도 에어로케이, 플라이양양을 비롯해 LCC 사업 진출을 준비하는 곳이 적지 않다. 신규 LCC 진입을 둘러싼 항공업계의 속내를 ‘비즈한국’이 심층 취재했다.


# 세계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황금노선 ‘서울-제주’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다. 2009년까지만 해도 제주공항 연간 이용객은 1300만 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지만 2010년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 2016년 제주 공항 도착 이용객은 3000만 명에 육박했다. 비록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19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내국인 관광객은 오히려 127만 명 증가한 1352만 명을 기록했다.

 

내국인 관광 수요의 증가세는 저비용 항공사의 출범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제주도에 대한 관광 수요가 늘어서 LCC가 생겨난 것이 아니라, LCC의 출범으로 항공료가 내려가면서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지난 2016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김포-제주’의 항공 이용객은 2015년 기준 1100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단일 노선이다 2위인 ‘도쿄-삿포로’의 780만 명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김포-제주 노선은 전 세계 항공사 들이 부러워하는 황금 노선으로, 우리나라에서 LCC가 자리잡는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서울에서 제주까지 항공료가 얼마인지에 대해 정확히 답하기란 매우 어렵다. 항공업계 특성상 탑승 시기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다만 3만 원 미만에 판매되는 항공권은 업계에서는 이벤트성 미끼 상품으로 분류된다.

 

현재 온라인에서 예약 가능한 1~2월 제주도 왕복 LCC 항공권은 시각과 요일에 따라 편도 기준 4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 가령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간대인 금요일에 김포에서 출발하고, 일요일 제주에서 출발하는 항공권의 경우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왕복 18만 원에서 20만 원 가까이 든다. 게다가 왕복보다는 주로 편도 중심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갈 때 싸게 가더라도 올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잖다.

 

항공 시간이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단거리 국내 노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가격 정책과 알짜 황금 노선 덕분에 우리나라 LCC들은 매년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10% 전후의 영업 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김포-제주 노선은 뚜렷한 비수기가 없다”며 “한마디로 LCC가 선호하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월 리스료 1억 원…역대 최대 규모 새 항공기 도입

 

청주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에어로케이는 과당 경쟁 우려에 따른 면허 불허를 막기 위해 김포-제주 간 노선에 취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이양양 역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중점을 두겠다는 계획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그럼에도 ‘김포-제주’ 노선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기존 LCC들에게 신규 LCC 진입은 어떤 식으로든 불편한 대목이다. 그동안 경기 남부, 충청권 거주자까지 김포-제주 노선에서 흡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당 노선이 과당 경쟁이 우려될 만큼 포화상태라고 쉽게 단정 짓기도 어렵다. 여전히 성수기에는 표를 구하기 힘들고, 가격 경쟁이 과열되어 있지도 않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기존 LCC들의 신규 항공기 도입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2018년에는 6개 LCC가 새 항공기 26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2017년에도 23대를 신규 도입했다. 우리나라 LCC 중 항공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제주항공이 2017년 기준 31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새 LCC가 하나씩 늘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규모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 설립을 통한 LCC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변화하는 항공시장에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LCC는 보통 항공기를 직접 구입하지 않고 리스 금융을 통해 확보한다. 업계에 따르면 200석 미만의 중단거리 노선용 항공기의 월 리스료는 대당 1억 원 수준. 리스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고도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최대한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한 LCC 업체 직원은 “LCC 운항은 노선 항공시간에 따라 5교대에서 6교대까지 이뤄진다”며 “조종을 맡는 기장과 부기장이 2명씩, 그리고 승무원이 6~8명, 여기에 경정비 인력까지 감안하면 항공기가 한 대 늘어날 때마다 최소 50명가량의 인력을 신규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항공 관련 인력이 비교적 인건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공기를 신규 도입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LCC 들이 경쟁적으로 항공기를 늘리는 것만 보더라도, 과당 시장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 신규 LCC 진입 제동…이용자 편익과 국익 고려해야

 

6개 LCC의 국내선 점유율은 이미 50%를 넘은 지 오래다. 올해는 60%까지도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제주항공이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안 될 법한 이야기마저 나온다. 실현 가능성은 둘째 치고 이런 소문이 떠돈다는 것 자체가 현재 항공업계에서 LCC가 가진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항공 수요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에는 신규 항공기 주문이 3년치나 밀려 있을 정도다. 항공기 수요가 급증하자 중국, 러시아, 폴란드까지 제조 사업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인다.

 

6개 LCC는 경쟁적으로 신규 항공기 도입에 박차를 가하며 매년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 하고 있다. 사진=이스타항공 제공

 

LCC는 단순히 비용 구조를 줄여 이익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저렴한 요금으로 새로운 항공 수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 국가에서 항공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이유도, LCC가 기존 비싼 항공 요금을 줄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규 LCC들이 이미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사업성 검토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기존 LCC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비인기 노선의 취항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새로운 노선을 개척하기보다, 기존 FSC가 주력하는 노선에서 낮은 가격으로 수요를 빼앗아 오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LCC가 FSC를 밀어내다시피 한 유럽에서는 비인기 노선의 정기편이 크게 줄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신규 LCC 진입을 준비하는 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수년간 항공업계는 LCC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더 많은 LCC들이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신규 노선을 개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용자 편익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쟁이 치열한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항공 경쟁력을 확보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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