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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2018] 박정-순수한 서정의 힘

2018.01.29(Mon) 13:15:58

[비즈한국] 세 번째 시즌을 맞은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는 한국미술 응원 개념에 더 충실하기 위해 소외돼온 작가와 흐름을 조명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현재 우리 미술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경향-팝아트, 재료와 기법의 다양한 개발, 순수한 미감의 재해석 등-에서 역량 있는 작가 발굴은 기본으로 하면서, 우리 미감을 현대화하는 분야의 작가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소명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2018년 세 번째 전시회에서는 관람객들과 더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작가와의 대화, 작품 시연, 작품 해설, 소품 특별전의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시선: 116.8x58cm Oil on Canvas 2014


감상과 감동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감상이 감정의 표피적 울림이라면 감동은 감정의 내부까지 파고드는 진한 울림이다. 

 

감정의 껍질만 건드리는 울림은 조용한 호수에 이는 물결의 파문처럼 섬세하고 넓게 퍼져나가지만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이에 비해 감정의 밑바닥까지 뒤흔드는 울림은 바다를 뒤집어엎는 쓰나미 같은 거센 파도다. 한번 몰아닥치면 영원한 상흔을 새기는 것과 같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임마누엘 칸트는 ‘판단력 비판’에서 파인 아트(Fine Art) 개념을 통해 감상과 감동의 경계선을 선명하게 나눈다. 말초적 감각을 자극하는 쾌감은 쉽게 반응하게 되지만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으로 감상에 호소하는 저급 예술이 이런 쾌감을 생산한다고 말한다. 감각의 표피를 뚫고 감정의 내부까지 침투하는 쾌감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영속적인 파장이며, 이처럼 지워지지 않는 감동을 창출하는 것이 파인 아트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시선: 125x100cm Oil on canvas 2016



이런 분석의 잣대로 박정의 그림을 보면, 그의 작품은 ‘감상’ 쪽으로 기운다. 그림 대부분이 특별한 설명 없이도 쉽게 이해되며, 보는 순간 감정의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심각한 사상이나 상징, 은유 같은 장치가 없이 빤한 정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작품의 주제나 내용도 특별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는 혁신적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의 작품을 본 사람은 그 이미지를 쉽게 떨치지 못한다. 애절한 울림이 쉽게 감각의 표피를 건드리고 슬며시 감정의 내부까지 스며들어 문신처럼 남는다. 울림이 그다지 큰 것 같지 않지만 지워지지 않는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왜 그럴까. 서정의 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의 회화 대부분은 인물이다. 그것도 여인이 주류를 이룬다. 그들은 움직임이 별로 없다. 치밀한 묘사로 인해 인물들은 생생한 느낌이다. 그런데 어딘가를 보고 있다. 보는 이와 눈을 맞추는가 하면, 외면하고 먼 곳을 보거나 아예 뒷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배경에는 인물의 성격이나 정체를 짐작케 하는 소품도 등장하지 않는다. 역동적인 붓질로 추상성을 보여주기만 한다. 이 때문에 인물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현대적 감각의 세련된 인물화인 셈이다. 

 

비상: 333.3x197cm Oil on Canvas 2017

 

 

그의 회화에서 서정의 힘은 인물의 눈에서 나온다. 눈빛이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인물의 눈빛을 마주한 듯하다. 그들이 내뿜는 시선의 기운으로 박정의 그림은 파인 아트의 수준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는 전신마비로 입에 붓을 물고 제작하는 구필화가라는 사실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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