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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적폐청산 묘하게 겹치네' 사정권에 든 금융 CEO들의 운명

금융위 "CEO 관여 여부에 달려"…일각에선 '신 관치 논란' 제기도

2018.02.06(Tue) 10:57:22

[비즈한국] 지난 5일 대검찰청은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BNK부산은행·DGB대구은행·JB광주은행, 5개 은행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시행한 검사에서 채용비리 의심 사례가 발견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해당 CEO(최고경영자)들의 해임을 이사회에 권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의심 사례는 2015~2016년 발생한 것들로 당시 5개 은행의 행장은 윤종규 KB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 김한 JB금융 회장이다.

 

이들은 금융권 실세로 통하는 인물들이지만 이번 채용비리 논란으로 인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 방침이 정해진 건 아니고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CEO 해임 권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채용비리가 CEO선에서 이뤄졌는지 여부에 따라서 금융당국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13일 동대문 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개막식에 참여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및 금융권 경영진들. 사진=연합뉴스


# KB·하나금융 vs 금융당국 채용비리 진실 공방

 

채용비리 논란이 불거진 후 금융권에서는 KB금융과 하나금융에 주목한다. 두 금융사는 이전부터 금융당국의 견제를 받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은 KB금융과 하나금융에 대한 경영유의사항을 공시했다. 공통으로 지적받은 부분은 ‘사외이사 평가절차 개선’과 ‘최고경영자 승계절차’에 관한 것으로, 사실상 윤종규 회장과 김정태 회장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윤 회장과 김 회장의 불법 행위가 드러난 게 없음에도 금융당국이 왜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사진=KB금융지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사진=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채용비리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KB국민은행은 입장자료를 통해 “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며 “향후 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 역시 “채용비리 사실이 없으며 특혜채용 청탁자도 없다”고 못 박았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 1일 “검사 결과가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게는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논란이 불거지자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 지방은행 CEO들의 운명은?

 

시중은행에 비해 주목은 덜 받지만 지방은행들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은 지난해 4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지난해 8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지난 1월에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성 전 회장이 금융권으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다.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사진=BNK금융지주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사진=DGB금융지주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사진=JB금융지주


금융권에서는 현직 CEO인 박인규 DGB금융 ​회장과 김한 JB금융​ 회장의 거취에 주목한다. 친박계 인사로 알려진 박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 외에 비자금 조성 의혹도 받고 있다. 2014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방식으로 3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5일 박 회장을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DGB금융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채용 절차를 밟았기에 성실하게 해명하면 문제없을 것 같다”며 “(비자금 조성 혐의와 박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문재인 정부 출범 후부터 박 회장이 자진사퇴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정부와의 관계가 껄끄러울 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참여연대 등 15개 단체는 최근 성명을 통해 “박 회장과 공범들은 즉각 사퇴해야 마땅하나 전혀 반성과 책임 없이 전횡을 일삼고 있다”며 “금감원은 대구은행에 대한 즉각적 검사와 제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자진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혀왔다.

 

BNK금융과 DGB금융이 시끄러웠던 데 반해 별다른 내홍이 없었던 JB금융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타 은행들과 다른 태도를 보였다. 

 

JB금융​ 산하 광주은행은 “광주은행 임직원 자녀도 다른 일반 지원자들과 동일한 경쟁을 거쳤다”며 “광주은행 임원이 해당 자녀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는 사례가 발생했는데 은행 내부에서는 채용절차가 끝난 이후 이 사실을 인지해 당사자인 임원과 인사담당 부장을 전보 조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른 은행들은 혐의 자체를 부인했지만 광주은행은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김한 회장은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과 경기고등학교 동기동창이라는 점 외에는 친박과 큰 접점이 없다. 하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은행연합회장을 맡으면서 박 전 대통령의 공약인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다. 김 회장은 별다른 논란을 야기한 적이 없어 사퇴를 요구하는 노조나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은행 채용비리 사례는 모두 22건이다. 하나은행 13건, 국민은행 3건, 대구은행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이다. 채용비리에 연관된 광주은행 임원은 현재 회사를 떠났기에 채용비리가 실제 있었어도 타 은행에 비해 참작의 여지는 있다. 다만 내년 3월까지 임기인 김 회장의 3연임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 불거지는 관치금융 논란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금융사 CEO들은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 자리를 친정부 성향의 인물이 대신하는 관치금융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의 시작은 어느 누구도 아닌 금감원이었다”며 “이번 채용비리 사태가 부당한 관치금융의 확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에 대해서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다”고 전했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수차례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왔다. 성세환 회장 후임으로 취임한 김지완 회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 경제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관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금융당국은 관치금융의 목적이 아닌 ‘적폐 청산’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과 은행권 중 한 쪽은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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