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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특징 없던 북한 열병식의 '유일한 특징'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노림수

러시아 이스칸테르 미사일과 흡사…미국 본토용이 아닌 한반도 작전용

2018.02.10(Sat) 10:02:55

[비즈한국]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전 11시, 북한은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실시했다. 이 열병식의 규모는 지난해 진행된 김일성 105주년 생일 기념 열병식보다 크게 축소되었는데, 진행 시간 자체가 1시간 이상 줄어들었고, 130명의 외신기자를 초청했던 지난해와 달리 외신기자 없이 녹화방송으로 처리했다. 지난 5번의 북한 열병식은 전부 생방송 송출을 준비한 것에 비하면 그 준비와 내용이 크게 간략해졌다.

 

열병식 시간이 줄어든 만큼, 등장한 무기의 숫자와 규모도 크게 감소했는데, 무기의 종류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신무기도 거의 없이 대부분 기존에 공개된 무기들만 선보인 것은 오히려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열병식 진행에 대해 여러 군사전문가들과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최초로 공개한 미사일이 한 종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신형 탄도탄. 사진=조선중앙통신


이번 열병식의 장비 사열에서 북한 전략로켓군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이동식 발사대를 공개했다. 전략로켓군의 사열 가장 첫 대열에서 행진한 6대의 신형 TEL(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에는 미사일을 각각 두 발씩 탑재했는데, 이 미사일은 이미 공개된 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호’, ‘화성-12호’, ‘화성-14호’, ‘화성-15’보다 앞에서 행진했다.

 

신형 탄도미사일이 특기할 만한 점은 북한이 실로 오랜만에 공개한 단거리용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북핵 위기가 고조되었던 10년여 전부터 노동 미사일을 개량한 ‘은하 1호‧2호’, R-27 탄도탄을 복제한 ‘화성-10호(무수단)’, 그리고 큰 기술적 발전으로 미국까지 타격 가능한 화성-12호, 14호, 15호에 이르기까지, 수천km 이상의 사거리를 갖는 전략적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만 ‘올인’해 왔다. 

 

이번에 처음 공개한 신형 탄도미사일은 길이와 크기가 화성 시리즈보다 훨씬 소형이며, 사거리 500km급인 ‘화성 6호’(스커드)보다도 길이가 짧다. 이 미사일과 가장 유사한 형태를 가진 북한미사일은 일명 ‘독사’(Doksa)로 불리는 KN-02다. KN-02는 북한이 1990년대에 시리아에서 구 소련제 ‘OTR-21 토치카(Tochka)’ 미사일을 밀수, 이를 역설계해 만든 미사일로 지금까지는 북한 유일의 고체연료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었다. 즉 이번 신형 탄도미사일은 독사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한 고체연료 탄도탄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북한의 신형 탄도탄의 경우 KN-02의 개량형이나 확대형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모양과 크기가 너무 다르다. 독사 미사일은 직경 0.65m, 길이 6.4m에 2톤 정도의 무게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비해서, 신형 탄도미사일은 적어도 0.9m 이상의 직경에 7m에 가까운 길이를 가진 것으로 보이고, 독사 미사일의 날개는 동체 중앙에 있는 반면, 신형 탄도미사일은 동체 끝 꼬리 부분에 4개의 날개가 있다. 독사 미사일과 기술적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사진=Wikia


이 신형 탄도미사일의 모양과 크기, 그리고 발사 차량의 모습을 보면 러시아의 ‘9M720 이스칸데르(Iskander)’ 미사일 시스템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칸데르 미사일 시스템은 러시아의 핵심 전술 미사일 체계로, 상황과 임무에 따라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바꿔가면서 발사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미사일과 발사차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된 지휘통제 차량, 보급 차량, 미사일 재장전 차량들이 데이터 링크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탄도미사일인 9M723 이스칸테르-M의 경우 미국의 ‘패트리어트’ 대공 미사일의 요격을 피해 공격하도록 미사일의 비행궤도를 바꾸는 특수한 기술이 있고, 영상 유도 장비를 사용하여 매우 높은 정밀도로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이런 특징 때문에 현존하는 탄도미사일 중 가장 치명적인 미사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러시아는 이 시스템을 조지아와 시리아 등지에서 실전 투입, 높은 전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은 이런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놀랍도록 많이 닮았다. 미사일 자체의 모양은 물론, 날개의 모양이나 동체의 크기뿐만 아니라 동체 중간 부분에 꼬리날개와 유도장비와 관련된 케이블을 담고 있는 페어링(Pairing)의 위치, 자세 조정을 위한 날개의 모습까지 정말 비슷하다. 2개의 탄도미사일을 유압으로 움직이는 금속 커버의 이동식 발사대의 형태도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9P78(MAZ-79306)과 비슷하나 자동차의 크기가 약간 더 작다는 차이점이 있다. 

 

‘천궁’ 미사일. 사진=김민석 제공


물론 북한이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거의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미사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이스칸데르 미사일에 비견할 만한 치명적인 성능을 가졌다고 속단하긴 이르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주된 특징인 비행궤도를 자유롭게 바꾸어 미사일 요격을 막는 기술과, 영상 카메라를 사용한 초정밀 유도기능은 북한이 쉽사리 자체개발 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 아니다. 

 

또한 이스칸데르 미사일 시스템은 발사대가 1분 안에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계산해 두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즉시 도망칠 수 있으며, 이스칸데르 미사일 부대는 자체적으로 표적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는 지휘통제 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기술들 역시 북한이 모양을 모방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에게는 대단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고체연료를 사용하여 10분 이내에 발사 준비가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우리가 사전에 폭격이나 미사일 공격으로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냉전시대 미국은 이런 이동식 전술 탄도미사일 제압을 위해 무인항공기를 적 영공에 24시간 띄워 감시하는 방안도 연구한 적 있는데, 이런 무기체계가 실제로 완성된 바 없다. 

  

레이시온의 SkyCeptor 미사일. 사진=Raytheon


결국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은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 KAMD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KAMD 계획은 비교적 미사일의 크기가 크고 고정된 궤도를 가진 스커드 계열과 노동‧무수단 계열을 막는데 중점이 된 반면, 이제는 좀 더 작고 요격하기 힘든 낮은 고도의 탄도미사일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방위사업청은 북한의 저고도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천궁’ 성능개량형(PIP)을 양산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양산 수량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과정이 있었다. 천궁 PIP를 예정대로 배치하여 대한민국의 핵심 자산을 보호함은 물론, 미국의 레이시온과 이스라엘이 공동 개발한 ‘SkyCeptor’ 미사일처럼 저가-고효율의 방어 시스템도 고려할 때가 왔다. ​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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